[성광진의 교육읽기] 학교가 성교육을 적극적으로 책임져야
[성광진의 교육읽기] 학교가 성교육을 적극적으로 책임져야
  •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 승인 2020.09.18 14: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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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육청이 S여중 스쿨미투에 제대로 된 사과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가운데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성의식을 심어주고, 학교 안팎의 성 관련 사건으로부터 청소년들을 지키는 '학교 성교육센터(가칭)'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굿모닝충청 권성하 기자)
대전교육청이 S여중 스쿨미투에 제대로 된 사과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가운데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성의식을 심어주고, 학교 안팎의 성 관련 사건으로부터 청소년들을 지키는 '학교 성교육센터(가칭)'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굿모닝충청 권성하 기자)

[굿모닝충청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 소장] 얼마 전 전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성교육 수업을 위해 '콘돔 끼우기 시연'을 하겠다고 학생들에게 사전에 알렸다가 학부모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관련 수업을 취소했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해당 학교에 "콘돔과 바나나까지 준비하면서 자세하게 성교육을 시키는 것이 오히려 성폭행을 부추길 수 있다"고 항의했다고 한다. 콘돔 사용은 현재 원하지 않는 임신을 막는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수업은 학교가 마땅히 해야 할 성교육인데도 여간 예민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광범위한 디지털정보화시대를 맞아 청소년들은 물론 심지어 초등학교 아동에게도 성적 음란물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보니 성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을 실시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결국 잘못된 성지식이나 정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부모 자식 간에도 성문제는 말 꺼내기가 여간 민망한 것이 아니다. 사실 자식의 성장 발달에 맞추어 성교육을 제대로 해낸다는 것은 전문가 아니고서는 어렵다. 사춘기 아이들의 예민한 감정선을 건들기라도 하면 도리어 역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교육에 대한 학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학교는 아이들이 성에 대해 올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공개적인 성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여야 한다. 유네스코(UNESCO)가 2018년 발표한 '포괄적 성교육'에 따르면 사람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각 신체 발달 과정은 어떠하고, 성적 행동과 섹슈얼리티 등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5세부터 18세까지 연령에 맞춘 교육 방법을 취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성교육도 다른 교과목처럼 하나의 교육과정을 마련해,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고,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시교육청의 2020년 성교육 기본계획에는 ‘①관련 교과 및 창의적 체험활동을 활용하여 성교육과정 편성ㆍ운영과 성교육 담당 교사 중심으로 관련 교과협의회 구성 ②성폭력 예방교육 3시간 포함 학년별 15시간 성교육 의무 실시(성희롱·성매매·성폭력 포함)’ 이외에는 별다른 추진 활동이 없다.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그럼 이 계획이라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것일까? 관련 교과협의회는 물론이고 교과 내에서의 성교육도 만만치 않다고 현장교사 다수가 말한다. 대다수 고교 졸업생들이 받은 성교육이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는지 물어보라. 어느 누구도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교사들이 교과수업에 성교육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자신의 수업내용과 성문제가 연관되어 있더라도 어느 수준에서 어떤 내용으로 전개할지 막막하기 마련이다. 또 창의적 체험활동에 자칫 성교육을 하겠다고 나섰다가는 호된 시련을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폭력 예방교육 3시간 포함 학년별 연 15시간 성교육 의무 실시는 제대로 실시되고 있는 것일까? 지난해 교육청에 대한 시의회 행정감사에서도 대부분 유인물 배부와 전달 교육 같은 형식적 교육에 그치고 있어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으로 살펴볼 때 현재의 학교 성교육은 학생들이 만족할만한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있는 것 만은 확실하다.

이제는 학교 성교육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성교육 전문 인력을 배치하여 양성평등교육, 성폭력·성희롱 방지교육, 성인지 감수성 교육 등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전체 교육과정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성범죄 및 성착취 문화 확산 등에 적극적으로 대항하기 위한 연구 역량을 갖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을 배치하여 연구와 실천을 전담할 조직이 필요하다. 학교 성교육센터(가칭)와 같은 전문기관의 설립을 추진해야 할 이유이다. 성교육센터는 유·초등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의 성장발달 단계에 맞는 성교육과정을 기획 설계하는 핵심 역할은 물론 전체 교사 대상의 상시적이고 정기적인 연수를 실시하고 외부 성교육 강사에 대한 자질 검증 및 적격 여부를 점검하는 역할도 담당해야 한다.

또 이 센터에서는 정기적인 성문제 실태조사 및 실제에 맞는 교육용 교재 제작 보급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교 내 성폭력·성희롱 사례 조사 후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및 피해자 치유 지원도 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각종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과 대책도 마련하고 학교 성교육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연구·교육 활동 지원했으면 한다.

큰 충격을 준 'n번방 사건'과 각종 성추문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을 살펴볼 때, 성교육센터는 빨리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교육청과 학교가 성교육을 책임지고 전담할 때 올바른 성문화의 바탕이 정립될 것이라 믿는다.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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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 2020-09-19 12:08:29
성이 뭔지도 제대로 안알려준 상태에서 성폭력(예방) 교육만 주구장창 하는게 과연 의미가 있을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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