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89] 상처가 없다고 아픔이 없는 건 아니다-계룡 신도안면 상수리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89] 상처가 없다고 아픔이 없는 건 아니다-계룡 신도안면 상수리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0.09.22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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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사진 채원상 기자, 글 윤현주 작가] 계룡시 신도안면 남선리 해군아파트 안에 우뚝 선 상수리나무는 그 기세가 남다르다.

마치 제복을 잘 갖춰 입은 군인의 늠름한 자태를 보는 듯하다.

계룡시 보호수로 지정된 이 상수리나무는 2005년 보호수로 지정될 당시의 높이가 18M로, 이는 건물 6층 높이다.

200년 이상 된 노거수지만 상수리나무에서는 세월의 풍파를 겪은 흔적들을 쉽사리 찾아볼 수 없다.

오랜 세월, 비바람을 고스란히 맞아낸 노거수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생겨난 크고 작은 상처들을 갖게 된다.

특히 사람들의 손길이 닿는 곳에 뿌리 내린 상수리나무는 커다란 상처가 많다. 상수리나무에게 상처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참나무 중, 가장 흔한 상수리나무는 가을이면 ‘상수리’라는 이름의 열매를 맺는다.

이 열매가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도토리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사람들은 상수리 열매를 따다 밥을 짓고, 묵을 만들었다.

문제는 사람들이 상수리 열매가 익어 절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열매가 익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나무와 돌로 나무를 쳐서 열매를 떨어뜨린다.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많은 열매를 줍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었지만 이는 상수리나무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겼다.

결국, 상수리나무의 깊고 큰 상처는 조급증의 흔적이었다.

그런데 남선리 상수리나무에게는 이런 상처를 찾아볼 수 없다.

사실 이곳은 사람의 인적이 드문 지역이었다.

해군아파트가 지어지기 전에는 상수리 열매가 나무 가득 열린다 해도 탐내는 이 하나 없었다.

그러다보니 상수리나무는 사람들에게 매질을 당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상처 없이 깨끗하다 해서 상수리나무의 삶이 온전히 행복했던 건 아닐 것이다.

싫든, 좋든 누군가와 부대끼며 살아가는 삶이, 그렇게 서로에게 흔적을 남기며 사는 게 삶의 묘미일지도 모를 테니...

아니, 어쩌면 아무도 찾지 않는 벌판에서 상수리나무는 외로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상수리 열매가 익어 바닥에 뒹군다.

나무를 일부러 쳐서 열매를 떨어뜨리는 이는 없지만,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를 줍는 이는 간혹 보인다.

시간은 흘렀고, 이제 도토리는 주린 배가 아니라 추억을 채우는 이름이 되었다.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남도청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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