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의 문화산책] ‘활쏘기’의 성격과 본질
[정진명의 문화산책] ‘활쏘기’의 성격과 본질
“체육으로만 간주되던 활쏘기, 전통문화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0.09.24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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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명 온깍지활쏘기학교 교두가 청주 남일면의 한 활터에서 활쏘기를 하고 있다. 사진=온깍지활쏘기학교/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정진명 온깍지활쏘기학교 교두가 청주 남일면의 한 활터에서 활쏘기를 하고 있다. 사진=온깍지활쏘기학교/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문화재청이 전통 ‘활쏘기’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활쏘기를 하는 전국의 2만여 국궁인에게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법과 사풍 등의 활쏘기가 오천년 역사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굿모닝충청은 전통활쏘기를 연구하고 계승해 가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온깍지활쏘기학교’ 정진명 교두의 활쏘기의 현실과 문제점, 대안 등을 연재한다. 지난회 ‘끊길 위기에 놓인 활 풍속3’에 이어 마지막으로 ‘활쏘기의 성격과 본질’이 이어진다./편집자 주 

[정진명 온깍지활쏘기학교 교두] 올림픽 체조나 수중발레가 있다. 이런 경기에서는 승부를 어떻게 결정지을까? 동작의 난이도와 그 동작을 해내는 선수들의 표정까지 살펴서 평가한다. 그래서 종종 언뜻 보기에 우수한 선수가 심판의 편파 판정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수가 생긴다. 피겨의 김연아 선수가 우수한 기량을 선보였는데도 올림픽 2연승을 놓친 사례가 그런 경우이다. 

그렇다면 활쏘기에서는 어떻게 승부를 결정 지을까? 언뜻 보면 아주 어리석은 질문이다. 누가 더 많이 그리고 정확히 맞혔는가를 판정하면 된다. 넓게 보면 활쏘기는 사격의 범주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활쏘기는 쉽게 체육으로 갈래 지워지기도 한다. 실제로 양궁은 그런 판단에 적합한 운동이다. 그런데 한국의 전통 활쏘기는 어떨까? 우리 활쏘기도 양궁처럼 판단해야 할까?

이럴 경우, 올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사실에 의미가 실리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는 것은, ‘활쏘기’를 단순히 ‘체육’으로만 묶어둘 수 없다는 뜻이다. 육체 활동이 아닌 다른 그 어떤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것이 양궁과 다른 점이다. 양궁은 체육만 남은 상태이지만, 우리 활쏘기는 체육이 아닌 다른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그것은 ‘전통문화’의 영역이다. 

활쏘는 행위에서 전통문화의 영역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사격이 아니라, 오랜 세월 변치 않고 유지되어온 어떤 형태, 즉 매무새이다. 활터에서는 활량의 몸이 만는 활쏘기 매무새를 ‘궁체’라고 한다. 바로 이 궁체의 올바른 모양과 매무새가 활쏘기의 ‘전통문화’ 영역에 해당한다. 이것은 당연히 과녁 맞히기로 결정될 수 없는 영역이다. 앞서 살펴본 체조나 발레처럼 심판들의 점수를 합산하여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궁도대회’가 아닌 ‘활쏘기’ 대회에서는 <궁체상>이라는 것을 주었다. 그 대회 기간 내에 참석한 모든 선수 중에서 궁체가 가장 좋은 한량에게 궁체상을 주어, 전통이 주는 한량의 몸 매무새를 기렸다. 

하지만 ‘전통문화’이던 활쏘기가 ‘체육’으로 전락하면서 이 궁체상도 저절로 사라져버렸다. 대회 주최 측이나 참가자나 ‘전통’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과녁 맞히기에만 관심이 쏠려 누가 가장 많이 맞히나 하는 것으로 결과를 결정하다 보니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어쩌다 옛 생각이 그리운 몇몇이 궁체상이라는 것을 억지로 만들어서 주는 경우도 있으나, 전통과는 상관 없는 ‘반깍지’ 궁사가 상을 받는 것을 보면, 이런 상을 준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다 싶다. 

하지만 우리의 전통 활쏘기에서 ‘궁체상’는 분명한 정체성이 있는 상이었으며, 그것은 전통을 존중하는 당시 사람들의 공감 위에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2020년 활쏘기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됨으로써 이런 부분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활쏘기를 사격으로 인정하지 않고 피겨나 체조 같은 점수제로 해야만 하는 부분이 필요해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체육회 소속의 단체에서 주관하는 경기에는 이런 방식이 의미가 없다. 이런 일이 이루어지려면 먼저 활쏘기를 어떻게 규정하고 그 규정을 어디서 주관하여 추진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무형무화재의 지정 주체는 문화재청이고, 현재 체육 활쏘기의 주체는 대한체육회이다. 같은 활터를 두고 서로 다른 두 기관에서 각기 다른 시각으로 행정을 추진하는 셈이다. 이것이 새롭게 2020년에 맞닥뜨린 활터의 현실이다. 

체육으로만 간주되던 활쏘기에서 전통문화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 무형문화재 지정의 뜻이다. 이에 따른 활터 현장의 변화를 기대해보는 것으로 연재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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