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광진의 교육읽기] 극소수 성공에만 집중하는 엘리트체육 벗어나야
    [성광진의 교육읽기] 극소수 성공에만 집중하는 엘리트체육 벗어나야
    개방형 청소년 운동클럽 널리 만들어졌으면
    •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 승인 2020.10.0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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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송한준 경기도의회의장(사진 왼쪽부터)이 (굿모닝충청 권성하 기자/ 대한축구협회 사진 자료)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송한준 경기도의회의장(사진 왼쪽부터)이 지난해 전국 최초로 선진국형 모델인 '개방형 축구클럽'의 첫발을 알리는 협약을 맺고 있다.(굿모닝충청 권성하 기자/ 대한축구협회 사진 자료)

    우리는 운동을 왜 하는 걸까? 대체로 ‘자신의 건강을 돌보기 위해서’ 또는 ‘재미있고 즐겁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 같다. 결국 ‘행복하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운동의 목적이 오로지 ‘돈과 명예’를 추구하는 것이 되면 소수의 성공한 전문 선수만이 빛나는 결과를 맞이하고, 나머지는 살아가기에 버거운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우리 체육계가 직면한 문제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로지 운동만 했기 때문에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운 다수의 선수들과 성과가 뛰어난 몇 명의 선수들로 나뉘는 것이 엘리트 체육의 문제점이다.

    얼마 전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의 고(故) 최숙현 선수의 죽음은 성과 중심의 운동 철학이 가져온 비극이다.

    팀의 감독과 팀닥터, 선배 등의 폭행은 한 전도유망한 선수를 죽음으로 몰아갔다. 어린 시절부터 운동부 생활에서 가혹 행위로 고통을 받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실업팀에서 그 고통은 지속되었다. 소속 단체에 진정도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운동을 하면서 행복하기는커녕 폭행으로 고통을 당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마침내 불행한 결과로 이어졌다.

    ◇운동을 성적 지상주의가 아닌 국민의 건강을 돌보고 즐기는 복지개념으로 생각해야

    지금의 체육계는 어릴 때부터 성적 지상주의의 틀에서 소수 엘리트를 육성하는 구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학교 선수는 진학이나 취업을 위해서, 실업팀 선수는 더 많은 지원을 받기 위해 주요 대회에서 확실한 성적을 내야 한다. 운동 지도자들도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는 성적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폭력이 경기력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한 것이 아닌가 한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업팀 운동선수 1,2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실업팀 선수 인권실태조사' 에 따르면 성인 선수 33.9%는 ‘언어 폭력’을 경험했고, 15.3%는 ‘신체 폭력’을 겪었으며, 11.4%는 ‘성폭력’을 당했다. 성인 선수에게도 이렇게 광범위하게 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 놀랍다.

    하지만 선수들은 문제를 제기하거나 법에 호소하기 어렵다고 한다. 각 종목 지도자들의 견고한 카르텔 안에서 '문제아'로 낙인찍히면, 어린 시절부터 가져온 꿈을 접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문제는 성적을 내려면 이런 시스템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데 있다. 성적지상주의가 선수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본다.

    운동은 성적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한 것이라는 기본 철학이 중심에 서야 한다. 운동이 국민들의 건강을 돌보고, 즐기기 위한 복지 개념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을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개방형 청소년 운동클럽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은 전국 처음으로 개방형 축구클럽 모델을 개발해 발표했다. 개방형 축구클럽은 지역을 기반으로 학교와 비영리법인이 함께 운영하는 선진국형 축구클럽이다. 학교축구부 소속이 아니어도 일반 청소년들이 함께 운동할 수 있는 길을 튼 것이다.

    개방형 축구클럽 모델은 2019년 6월 경기도교육청, 대한축구협회, 경기도의회가 ‘학생들의 건강한 삶과 스포츠복지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기반으로 상호 소통과 협의를 통해 이끈 결과다.

    개방형 축구클럽 운영을 희망하는 학교축구팀과 지역 비영리법인 축구클럽이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하면 지역 축구협회, 체육회, 교육청은 이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축구팀이 없는 일반 학교도 상호 개방형 축구클럽 운영에 뜻을 같이하면 참여할 수 있다.

    이 클럽은 마을을 기반으로 초-중-고 학교운동부 연계를 강화해 학교 축구팀을 안정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로써 축구팀이 있는 학교 재학생 외에, 지역에 있는 일반 학생들도 전문적인 선수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또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훌륭한 선수의 육성과 보급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 선수들은 당연히 학교 공부도 정상적으로 하면서 운동을 즐기면 된다. 만약 뛰어난 역량이 있어서 전문선수로 갈 수 있다면 그 길로 유도해주면 된다. 만약 자신의 역량이 모자라면 활동만 즐기고 다른 진로를 찾으면 되는 것이다.

    이제 대전지역에서도 마을을 기반으로 개방형 청소년 운동클럽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배드민턴이나 테니스, 축구와 같이 대중화되고 조직이 탄탄하며, 시설환경도 대체로 좋은 운동 종목부터 청소년클럽을 만들어 좋은 인재가 발굴되면 학교와 연계하여 대회에 참가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청소년 운동클럽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각 운동단체와 자치단체 및 마을이 주도하고 교육청과 학교가 협력하여 추진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 학교도 아이들이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그런데 문제는 학교가 우리 아이들의 운동 욕구를 막고 오로지 학습만 추구하는 입시경쟁교육에 몰두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등학교에서는 점심시간이나 오후 방과후에도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모든 학생들을 성적 높이기로 몰아가는 현실에서 개방형 청소년 운동클럽도 헛물켜기가 되고 말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성적지상주의는 엘리트체육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병폐일 것이다.

    성적이 좋은 극소수의 성공에 오로지 집중하기 보다는 모든 아이들이 더불어 도우며 발전하도록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우리 사회 모든 곳에서 성적보다는 인간을 더욱 소중하게 여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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