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국가·지방·수도권 개념오류, 문제해결 걸림돌
[특별기고] 국가·지방·수도권 개념오류, 문제해결 걸림돌
  • 육동일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0.10.05 18: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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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일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자료사진
육동일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자료사진

[굿모닝충청 육동일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말과 용어는 생각을 지배한다. 그리고 그 생각들이 행동으로 나타난다. 중앙과 지방 간 지지부진한 자치․분권의 문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문제, 만연한 지역․집단이기주의 문제,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 문제 등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풀지못하고 있는 숙제들이 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 일 수 있으나 공통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문제의 근원은 개념상의 오류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개념 정립은 현상 인식의 오류로 나타나고, 잘못 해석한 현상 진단은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게 한다. 궁극적으로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국가와 지방

우리나라 행정사무는 국가사무와 지방사무로 나뉜다.

지방자치법 10조와 11조를 보면, 지방자치단체는 원칙적으로 국가사무를 처리할 수 없고,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별로 지방사무 배분기준을 정해 놓았다. 즉 중앙정부의 사무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로 분류하질 않고 국가사무와 지방사무로 분류함으로써 국가와 중앙을 동일시하면서 지방을 국가로부터 배제시켜 홀대하고 있다.

공무원도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으로 분류해서 중앙공무원의 위상을 높여주고 있다. 지방공무원도 국가공무원인데 말이다. 국가공무원은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지방공무원은 단체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는다는 차별의식을 공무원들은 대단히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실제상의 신분 차이는 없지만, 뿌리 깊은 중앙 의존적 사고가 아직도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잘못 이분화 된 개념오류가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의 통합에 대해 교육공무원들이 거부하는 주 요인이 되기도 한다.

즉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는 중앙 교육공무원들이 시도지사의 임명장으로 변경되는 것을 대단한 명예실추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다. 중앙공무원을 국가공무원으로 인식하여 우월의식이 아직도 깊숙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가의 세금을 국세와 지방세로 분류하거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지도․감독을 중앙정부가 아닌 국가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모두 잘못된 개념이고 왜곡된 분류로서 자치분권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

서울시 전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시 전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수도권으로의 집중현상이 다시 재현되고 있다. 서울의 인구는 천만 이하로 떨어졌지만, 수도권의 인구는 50%를 다시 넘어섰다. 전 국토의 11.8% 불과한 수도권에 대한민국 국민 두 명중 한명이 살고 있는 초과밀화 현상이다.

수도권의 지역총생산도 2년 전부터 비수도권의 총합을 초과했다. 게다가 100대 기업본사의 91%, 대학, 의료, 공공기관의 인프라도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잠시 지방에 내려갔던 벤처기업들도 U-턴해서 다시 수도권으로 재진입하고 있다. 인재와 정보가 수도권 중심으로 몰려있기 때문이다.

최근 해외에 진출한 기업조차 세계경제난과 코로나로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수도권으로의 집중은 비수도권과의 격차를 더욱 벌려놓고 말았다. 지난 50여년 수도권으로의 과밀화를 해소하겠다는 5백여 가지의 정책들은 다시 물거품이 된 셈이다. 최근 세종시의 출범과 혁신도시의 건설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서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이 심각한 문제에도 개념의 오류가 자리 잡고 있다. 그간 균형발전정책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양분해서 대립시켜 왔다.

서울․인천․경기를 인위적으로 묶어서 수도권이라는 개념을 쓰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동경권, 뉴욕권, 런던권 등 대도시권이지 대단위 광역도시들을 하나로 묶어서 비수도권과 이분화해서 관리하는 수도권 정책은 외국에는 없다. 그것도 수도권은 중앙이고 비수도권은 지방이라는 개념하에 항상 수도권과 지방을 대비시켜 놓는 오류를 지금도 지속하고 있다.

국토균형발전의 공식적인 목표도수도권과 지방의 상생발전이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의 이분법적 분류도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용어가 되었다. 서울도 지방인데도 말이다. 수도권 또는 서울이 중앙이라는 착각은 관습헌법을 소환해서 신행정수도를 위헌으로 판결하는 배경이 된 것이다. 심지어 같은 지방인 서울조차 지방분권을 거부하거나 주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오류는 분권과 균형을 정비례 관계로 혼동하고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정책으로 추진되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세종시가 국토균형발전의 거점도시를 목표로 하면서 자치․분권 모델도시까지 동시에 무리하게 성취하려는 과욕도 여기서 비롯된다. 분권은 중앙과 지방간의 관계에서 결정권을 나누는 기능적 관계다.

균형발전을 위한 분산은 수도권의 기관이나 인적 자원을 비수도권에 이전하는 공간적 개념인데 양자가 잘못 정립되는 바람에 그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결정적 이유가 된 것이다.

공익과 사익(私益)

오랫동안 공익(公益)은“불특정 다수인의 이익”으로 정의되어 왔다. 다수의 이익이 정의와 공정에 입각한 올바른 정익(正益)이냐 아니냐에 상관없이 그저 다수의 이익을 단순히 정익으로 간주하는 우를 범해 온 것이다. 이 오류는 결국 지역․집단 간 갈등문제를 풀지 못하고 지역․집단 이기주의를 만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정한 지역과 집단의 이익을 지키고 보호하고자 나타나는 이른바 NIMBY 현상을 우리는 부정적 개념으로만 보고 지역․집단이기주의로 해석해서 정의내리는 오류를 범했다. 만일 부정적 인식이 아니라 중립적인 차원에서 지역․집단보호주의 또는 지역․집단협력주의로 정의 내렸다면 문제해결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지역․집단 간 갈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다수냐 소수냐의 양적 기준으로만 보았기 때문에 공정과 정의는 뒷전으로 물러나고 다수의 횡포, 소수의 폭력만 심화되고 만 것이다. 또한, 갈등의 개념을 선과 악이 아닌 객관적인 개념으로 보고 갈등관리를 좀 더 다양한 기준으로 풀어가는 의식과 문화가 정착됐다면 갈등의 순기능적인 역할로 사회의 변화와 쇄신의 계기를 마련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정치와 사회현실에서 또 학계에서 잘못 정의되고 사용되는 개념과 용어 때문에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 늦었지만, 이제라고 사회과학적 개념과 용어 및 정의를 제대로 따지고 바로잡아서 정확한 인식으로 문제해결에 접근하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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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쓴커피 2020-10-10 11:37:10
세종특별자치시가 설립 목표인 국가균형발전의 거점 도시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필자의 주장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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