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90] 상처 품고 그늘 키워낸 계룡시 엄사면 광석리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90] 상처 품고 그늘 키워낸 계룡시 엄사면 광석리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0.10.1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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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운명(殞命)’이 있다.

    느티나무 또한 마찬가지다.

    유난히 동네 어귀에 많이 심어졌던 느티나무는 ‘수호 목’이 운명일지도 모른다.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을 가장 먼저 반기던 곳 그리고 아쉬움 가득한 이별의 순간, 떠나는 이의 뒷모습이 까마득해질 때까지 지켜보던 곳이 바로 느티나무 그늘이었다.

    느티나무는 그렇게 우리의 삶 혹은 정서 속에 가장 깊숙이 들어와 있는 수목 중 하나였다.

    계룡시 엄사면 광석리에는 540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있다.

    느티나무는 1,000년 이상을 사는 수종이니 제 삶의 절반쯤을 이곳에서 살아온 셈이다.

    그런데 그 삶에 무슨 굴곡이 그리 많았는지 깊고도 큰 상처를 품은 채 둥치를 키웠다.

    사람들은 나무를 ‘살아있다’ 생각하지만 이를 ‘생명’으로 인지하는 경우는 드문 듯하다.

    만약 나무를 생명으로 인지한다면 쉽사리 나뭇가지를 꺾거나 상처를 내지 못할 게다.

    나무 또한 아픔을 느낀다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광석리 느티나무는 껍질이 벗겨져 속살이 다 드러나 있다.

    상처의 모양으로 봐서는 아마도 오래전 생긴 상처인 듯하다. 하지만 그렇게 큰 상처를 품고도 느티나무는 마을 어귀를 지키며 사람들과 함께 오랜 시간 어우러져 살아왔다.

    그리고 속이 훤히 드러난 둥치에 찬 바람이 몰아치던 겨울날에도, 이름 모를 벌레들이 나무속에 자릴 잡고 속을 갉아 먹던 뜨거운 여름날에도 묵묵히 둥치를 키워내고 있었다.

    나이테가 늘어가고, 둥치가 굵어져 갈수록 느티나무 그늘은 넓어졌다.

    아이들 몇몇이 쪼그려 앉아 땅따먹기하던 그늘에는 어느새 평상이 놓였고, 언젠가는 제법 그럴듯한 모습의 정자가 들어섰다.

    평상 그늘에 여자아이들은 공깃돌을 하며 놀기 시작했고, 방학 끝 무렵이면 동네 아이들이 죄 모여 방학 내 밀린 방학 숙제를 하기도 했다.

    정자는 마을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는 창구였으며, 어르신들의 쉼터였고 삶의 허기를 채우는 곳간으로 자리매김하여 갔다.

    느티나무가 만들어 준 그늘, 상처를 품을 채 키워낸 그 그늘이 사람들의 덜컹거리는 삶이 잠시 쉬어갈 공간이 되어준 것이다.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남도청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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