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의 복지이야기] 여성이 살기에 매력적이지 못한 나라
[김세원의 복지이야기] 여성이 살기에 매력적이지 못한 나라
여전히 여성의 희생에 관대한 우리사회
  •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승인 2020.10.12 17: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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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원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세원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굿모닝충청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난 8일 스웨덴 한림원은 미국의 여성 시인 루이즈 글릭을 2020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갖춘 확고한 시적 표현으로 개인의 존재를 보편적으로 나타냈다”는 것이 선정이유다.

글릭의 수상과 함께 언론을 장식하는 기사는 노벨 수상자의 남성과 여성의 수 비교다. 1901년 이 후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117 명이었는데, 여성수상자는 글릭을 포함 16명에 불과했다.

최초의 여성 노벨상 수상자는 마리 퀴리(1867-1934)다. 마리 퀴리는 생애 전 과정에서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만들어왔다. 프랑스의 소르본느 대학에서 여성 최초의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폴란드에서 대학을 다니고 싶었지만 당시 폴란드 대학에서는 여성을 받아주지 않았다.

피에르라는 프랑스 과학자와 결혼 한 마리는 우라늄보다 훨씬 강한 빛을 내는 원소를 발견했고, 폴란드의 이름을 따 ‘폴로늄’으로 이름 지었다. 또 강력한 방사능을 방출하는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고 ‘라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런 공로로 마리부부와 앙리 베크렐은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물론 여성 최초다.

남편이 죽자 마리는 남편이 맡았던 대학의 자리를 이어받는다. 소르본느 대학 최초로 여성교수가 된 것이다. 연구를 이어가던 그는 노벨화학상을 받는다. 1995년 그가 죽자 국가적 위인들만 묻힐 수 있는 국립묘지라 할 수 있는 팡테옹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남편의 업적이 아니라 자신의 업적으로 팡테옹에 묻힌 최초의 여성이라고 한다.

지난 달 숨진 미국의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역시 여성 최초라는 역사를 써나갔던 법조인이다. 그녀는 생전에 여성 대법관의 수와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그 때마다“나는 아홉 명 전원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면 다들 놀랍다는 반응이겠지만, 사람들은 대법관 아홉 명 전원이 남성일 때는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라고 응답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 연방대법관의 장례식에 참석한 트레이너 브라이언트 존슨이 관 앞에서 세 번의 팔굽혀 펴기를 하고 있다. 긴즈버그는 성평등과 여성의 권리 증진에 힘썼고, 강렬하고 진보적인 소수의견으로 주목을 받았다. 사진=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 연방대법관의 장례식에 참석한 트레이너 브라이언트 존슨이 관 앞에서 세 번의 팔굽혀 펴기를 하고 있다. 긴즈버그는 성평등과 여성의 권리 증진에 힘썼고, 강렬하고 진보적인 소수의견으로 주목을 받았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지레추가 이동하고 있다지만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세상은 차별과 장벽, 부정의로 점철된다. 똑 같은 인간이고, 존엄을 유지해야 하며, 평등지향이라는 당위성에 귀 기울이기도 하지만 철저한 무시와 무관심으로 무장하는 세력도 있다. 현상과 사태에 대해 바라보는 관점도 사뭇 다를 수 있다.

지난 달 미국의 한 비영리 단체가 발표한 2020 살기 좋은 나라 순위(사회발전지수( SPI: Social Progress Index)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17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163개국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는 국내총생산 증가율 등 경제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영양 및 의료지원, 위생, 주거, 개인 안전 등의 기본적 인간욕구와 웰빙의 기반(기초 지식 및 정보통신 접근성 등)과 기회(개인적 권리, 고등 교육 접근성 등) 등 3개 부문의 점수를 종합해 만들어졌다.

1위를 한 나라는 노르웨이고, 덴마크와 핀란드 가 각각 2위와 3위다. 뒤를 이어 뉴질랜드, 스웨덴, 스위스, 캐나다, 호주, 아이슬란드, 네델란드, 독일, 아일랜드 등의 순이었다. 우리나라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분야는 위생 상태와 의식주를 해결하는 에너지 접근성과 기술력이었다.

이렇게 만 보면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 괜찮은 나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평가는 달라진다. CEO WORLD 잡지가 지난 8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여성이 살기 좋은 나라 순위 56위에 그쳤다. 25만 6천여 명에 달하는 세계 여성들의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한 이 조사는 양성평등,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의석의 비율, 안전의식(혼자 걸으면서 안전하다고 느끼는 15세 이상 여성), 소득 평등, 인권에 대한 배려, 평균 교육 년수, 여성의 사회참여 등이 조사 항목이다.

여성들이 살기 좋은 나라순위를 보면 스웨덴이 1위다. 덴마크, 네델란드, 노르웨이가 2위부터 4위를 차지했다. 이들 상위 국가들은 부모를 위한 넉넉한 출산과 육아 휴직,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어린이집, 그리고 유연한 근무제도 등으로 경력 단절 없이 일과 가정에 충실하며 커리어를 이어나가게 하고 있다. 여성정치인의 분포가 40%에 육박, 정부 내 여성의 입장과 이슈들이 소상하게 다뤄지고 있다.

우리가 간과했던 사실은 156 개 조사대상 국의 여성들 중 절반 가까이는 일상에서 불안을 느끼며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예외일까?. 강력하게 아니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딸들이 외지에 나가 혼자 살게 되면 현관 문 앞에 남자의 슬리퍼나 구두를 놓아두거나, 남자의 운동복이나 속옷을 빨래 대에 걸어 두는 일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가끔 우리 딸들에게는 ‘굵은 남자 목소리’로 변성을 해야 하는 일도 발생한다. 이런 일상이 ‘전설’이 되어야 우리 딸과 누이 가 편안히 숨 쉴 수 있다.

“여성이 집안일과 아이에게 조금 덜 신경을 쓰고, 자신의 일에 충실했더라면 지금 남자들이 이룩한 세상보다 더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곱씹어 보아야 할 듯하다. 여전히 남편들은 아내가 자신을 희생한 시간에 관대하다. 그리고 양성평등, 가사노동 분담 등의 문제를 인정 하면서도 잘 변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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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엽 2021-09-26 18:56:29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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