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에 혁명은 없다. 소신 갖고 꽃피워 나갈 뿐…”
“문예에 혁명은 없다. 소신 갖고 꽃피워 나갈 뿐…”
이슈의 인물 I 공연기획자서 대전문예 지킴이로… 김상균 대전문화재단 사무처장
  • 최재근 기자
  • 승인 2012.07.09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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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오전 11시 대전마케팅공사 관리동 3층 대전문화재단에서 만난 김상균 사무처장. 그는 “대전 문화예술를 총괄 지원하는 자리에서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에 의욕은 물론 오기도 생긴다”면서 다만 최근 논란이 된 직원단합 체육대회에 관련해서는 “진실이 왜곡되는 것을 보고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수년 전 한 공연장에서 그를 봤던 기억이 있다. 공연시간이 임박해 관객들이 몰려드는 시간에 그는 문을 지키고 있었다. 악수를 나누고 잠깐 인사를 했다. 건넨 명함엔 멘토기획 김상균(50) 대표라고 쓰여 있었다. 기획사 대표가 몰려드는 관객 사이에서 열심히 안내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기억이 가물거릴 지난해 말 그의 이름이 회자됐다. 대전문화재단 신임 사무처장에 그가 임용된 것. 그리고 7개월, 공연기획자에서 대전 문화예술 전체를 아우르는 지킴이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그의 소식이 궁금해졌다.

지난 13일 오전 11시 대전마케팅공사 관리동 3층(유성구 대덕대로 480번지) 대전문화재단 사무처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1시간 가량 얘기를 나눴나 보다. 담백했다. 군더더기 없이 소신을 쏟아낸 그의 모습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그는 “짜릿짜릿하고, 보람 있고,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의욕은 물론 오기도 생긴다”고 했다. 최근 논란이 된 직원단합 체육대회와 관련해서는 “진실이 왜곡되는 것을 보고 상처를 받았다”고도 했다. 그렇지만 그는 앞으로 “어떤 것에도 휘둘리지 않고 지역 문화예술과 예술인들의 발전을 위해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직원 체육대회를 열려다 논란에 휩싸였던 것으로 안다. 어찌된 일인가?

대전문화재단이 창립한지 2년 6개월이 넘었지만 직원 모두가 참여하는 행사가 없어 내부 논의를 통해 체육대회를 하기로 결정했죠. 그런데 일요일엔 종교 활동하는 사람도 있고, 토요일에 하자니 업무 특성상 토요상설공연, 문화바우처, 토요문화학교 등으로 근무하는 직원들이 많아, 고민을 하다가 행사가 거의 없는 6월 5일에 하기로 한거죠.

이를 위해 3주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를 했고, 시에도 업무보고를 하니 흔쾌히 허락했던 사항이죠. 그것을 한 지방일간지 기자가 보고 ‘반관반민(半官半民)인데 어떻게 평일에 체육대회를 할 수 있느냐’며 취재를 했던거죠. 사정 얘기를 하고 이해를 구했죠. 그런데 기사는 엉뚱하게도 ‘배짱’으로 나왔어요. 그것까지는 괜찮았어요.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어 별다른 대응을 안했습니다.

그런데 취소도 하지 않았고, 시에서 권고한 일도 없는데 ‘철퇴, 전격 취소’라는 제목으로 두 번째 기사가 나왔어요.

그 기사가 충격적이었죠. 결과적으로 두 번째 나온 기사는 뭔가 오해가 있었는지, 그쪽으로 몰아가기 위해 구색을 맞춘 것 아니냐는 판단마저 들었어요.

간부회의를 열고, 서로 대립하면 실(失)이 많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최소한 우리입장을 표명할 필요는 있겠다고 판단해 홈페이지에 ‘우리의 입장’이라는 글을 게재했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기자나 데스크를 자극했던 것 같아요. 이후 대전문화재단을 비판하는 기사가 시리즈가 나왔으니까요.

 

-결국 체육대회는 안했다. 이유는?

두 번째 기사가 나오고 나서 직원 전체회의를 했는데, 강행할 경우 속보(續報)거리가 되고, 아무것도 모르는 독자입장에서 보면 대전문화재단 이미지만 나빠질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죠. 그리고 대전시도 편하지 않을 것이고. 이렇게 되면 하지 말라는 것이죠. 취소한 것은 아니고 스스로 포기한 거죠.

-언론과의 소통부족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소통이라는 게 서로 이해를 구하는 것이잖아요. 취재 시 이해를 구했고,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판단 미스였죠. 두 번째 시시비비가 안 났으면 했는데 그렇게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언론에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을 것 같다.

사실 문화와 언론은 정치나 사회판처럼 그런 판이 아니고 서로 협조해가며 상생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인의 한 사람으로 이 길을 걸어왔고, 그동안 활동 하면서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순수하게.

그래서 개인적 회의를 느꼈죠. 제가 정치를 하는 사람도 아닌데, 선하게 올곧게 바라봐 줄 수는 없는지…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정말 어느 순간에 언론에 할 얘기 하라면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아요.

-임명 당시 염홍철 시장의 사람으로 분류돼 보도됐던데.

저는 정치적으로 얽혀있는 예술인들을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혐오합니다. 쓸데없이 자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요. 저를 아는 사람들은 다 웃어요. 염 시장과 가까워서 사무처장이 됐다고 하면…

다만 제가 지금도 떳떳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염 시장의 문화예술 마인드는 존경한다는 것입니다. 민선 3기 시절 음악협회 대전지부 사무국장으로 몇 번 뵌 적이 있고, 말씀 나눈 적도 있다. 재단 사무처장으로 와서는 결재 들어가 간간히 면담해 보면 20년 넘게 문화예술계에서 잔뼈가 굵은 저보다도 문화예술에 대한 열린 마인드가 높아 존경스러워요. 하지만 그것은 제가 시장을 존경하는 것이고 시장님이 저를 알아주시는 것은 아니죠.

그런데도 정치적으로 자꾸 옭아매는 이유가 2008년도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관장이 교체될 때 대전일보에 칼럼을 쓴 적이 있는데, 논조가 ‘왜 시장이 바뀌었다고 문화예술기관의 수장이 바뀌어야 하느냐, 문화예술기관 수장이 정치적으로 교체되면 안된다’라는 식이었거든요. 아마도 그 글이 정치적으로 보였나 봐요. 순수한 마음으로 그런 글을 쓰고 그리고 또 맨 마지막에 매듭도 어차피 교체된다면 정말로 좋은 사람이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관장으로 가서 발전을 이끌었으면 좋겠다라고 썼는데, 그렇게 비쳐졌던 것 같아요.
 

-사무처장에 임명된 지 7개월여가 됐다. 공연기획자에서 문화예술계를 총괄 지원하는 자리로 옮겼는데 느낀 점은?

일단은 제가 살면서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첫 번째가 2003년 대전문화예술의전당으로 갔을 때였고, 그 곳에서 근무를 하면서 나름대로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굉장히 커졌죠. 그리고 지금 재단으로 와서 ‘새로운 것을 굉장히 많이 배우고 있다’는 것이죠.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좀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이런 입장에서 지금 일을 하고 있고, 외부에서 바라봤을 때보다 이쪽 일이 어렵더라고요.

공연은 하나가 바로 눈에 보이지만 대전문화재단 같은 경우는 공연뿐만 아니고 문화총체적인 장르를 지원해주기 때문인 것 같아요. 특히 현장에 있는 예술가들이나 예술단체를 지원하는 일을 하고, 또 돈을 분배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어서 잘해도 잘했다는 소리를 못 듣는 자리다 보니 부담이 크죠.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자칫하면 말장난이 될 수도 있는데, 저나 대표의 생각은 시에서는 물론 문화예술계로부터의 자율성도 필요하다는 것이죠. 양쪽에 등거리를 두고 유지해야 하고, 여기에는 언론도 포함된다고 봐요. 그동안 시가 통제했다고 보면 역으로 문화예술인들이 통제 할 수도 있고, 언론이 여론몰이를 해서 재단을 통제해서는 안된다고 보는 것이죠. 재단이 중심에 서서 교량역할을 하고 문화예술 행정을 이끌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은 일은?

정말 순수하게 예술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합니다. 정치적인 것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예술만을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사람들을 발굴해서 지원하고 싶습니다. 더러 욕을 먹더라도 중심을 잡을 겁니다. 이미 욕 먹을 각오도 돼 있고요.

재단 내부적으로는 2년 계약직으로 있는 직원들의 복지 향상과 안정적인 신분 확보를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재단 설립 당시 10명의 직원이 출발했는데 지금은 일반직으로 전환된 2명만 남고 다 그만둔 상태입니다. 업무량은 많은데 보수체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탓이죠. 그것만 개선해도 큰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꿈을 꾸지 않는다고 했다. 꿈을 갖는 것도 좋지만 현실에 더욱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에서다.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하면 향후 또 뭔가가 주어질 것으로 믿고 있다.

그는 “문화예술은 혁명이 있을 수 없다. 문화는 단시간에 혁명처럼 확 바꿀 수는 없다”고 말한다. 시민은 시민대로 애착을 갖고, 예술인들은 예술인대로 시간을 갖고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하다보면 문화예술의 꽃이 피어나간다는게 그의 소신이다. 그가 앞으로 펼칠 활약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김상균 사무처장은

김 사무처장은 대전 토박이다. 충남대 음악학부 성악과 출신으로 대전 시립합창단 상임단원, 대전오페라단 총무 등으로 활동했다. 1999년 대전예술기획사를 인수, 클래식 전문기획 일에 뛰어들었다. 그러던 중 2003년도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개관 준비팀 홍보팀장으로 특채돼 3년6개월 근무했으며, 2007년 1월에 멘토기획을 창립 2011년 11월 문화재단 사무처장 임용 전까지 대표로 활동하며 수많은 공연무대를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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