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의 환경이야기] 녹색수도 부활하라
[염우의 환경이야기] 녹색수도 부활하라
염 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0.10.16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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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수도
청주시가 2013년 제15회 지속가능발전대상 대통령상 수상하고 보고대회를 가졌다.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인류가 직면한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는 이제 전문가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지혜를 모아 실천하고 이겨내야 할 문제다. 이에 굿모닝충청은 충북 환경운동의 역사로 불리는 풀꿈환경재단 염우 상임이사로부터 환경의 중요성과 더불어 우리지역에서 진행돼온 환경운동의 현실과 앞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 등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코로나19 팬데믹 전후로 인류의 운명은 더욱 절박해졌다. 감염병에서 벗어난들 경기침체와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해결방안은 최근에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인 탄소중립, 그린뉴딜, 에너지전환, 자원순환, 지속가능발전 속에 들어있다. 기후 위기와 경기침체 극복을 위하여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를 담은 글로벌 그린뉴딜을 추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그린뉴딜을 비중 있게 포함시키면서 녹색 전환의 신호탄을 쏘았다. 지난 9월에 열린 지속가능발전 충북포럼에서 나는 ‘충북지역 그린뉴딜 정책 추진방향’에 대한 발제를 하였다. 녹색수도 추진과 수평적협의체 구축방안을 제안하였다. 내가 녹색수도를 다시 화두로 제기한 이유는 변화된 여건과 지역의 강점을 살려 끌어가는 방식의 그린뉴딜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녹색수도란 녹색수범도 또는 녹색수범도시의 줄임말이다. ‘녹색’은 환경친화적, 지속가능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수도’는 수범적이라는 의미와 중심지라는 의미가 담긴 중의적 표현이다. 청주시가 처음으로 녹색수도 선언을 하였고, 이후 강원도와 인천시, 세종시 등이 녹색수도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비슷한 개념으로 생태수도, 환경수도가 있다. 순천시가 생태수도를 표방하고 있으며, 창원시와 제주도가 환경수도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나 브라질의 꾸리찌바 같은 도시들이 대표적인 환경수도, 생태수도로 알려져 있다.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를 최고의 환경도시로 만들어 보겠다는 꿈을 품어보았을 것이다. 나는 청주가 좋았고, 청주의 맑을 청(淸)자가 특히 좋았다. 이름이 반은 먹고 들어가니 환경운동으로 반만 더 채우면 되겠구나 싶었다. 청주를 최고의 환경도시로 가꾸는 데 일조하자고 늘 마음먹고 있었다. 청주가 녹색수도를 본격적으로 구상한 시기는 2009년이다. MB정부 때 허울뿐인 저탄소 녹색성장을 내세웠을 무렵이다. 정부의 정책과 그에 따른 재정 지원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앞 다투어 녹색도시를 슬로건으로 들고 나왔다. 나는 녹색수도를 들고 나가자고 청주를 설득했다. 

그해 초 국회 저탄소녹색성장국민포럼 측에서 지역에서 첫 번째로 개최하는 녹색성장발전전략세미나를 청주시에 제안하였고, 청주시는 청주충북환경연합 사무처장을 맡고 있던 나에게 포럼을 주관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물론 쉽게 응할 수는 없었다. 한반도운하 및 4대강 사업으로 MB정부와 격렬히 대립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하물며 민선4기 청주시와도 플라타너스 가로수길 확포장 문제로 인한 갈등을 겪고 난 직후였다. 하지만 도시의 발전 전략에 관여할 호기를 놓쳐버리고 싶지 않았다. 현안 대응 방식만으로는 도시를 변화시키기 힘들다는 결론에 도달한 상태였다. 거꾸로 청주에 세 가지 제안을 하였다. 첫째, 녹색성장이라 표현하지 않고 녹색도시라고 표현하겠다. 둘째, 기왕이면 녹색도시들의 수범도시인 ‘녹색수도’ 개념을 청주가 선점하자. 셋째, 녹색도시 관련 전국 규모 행사를 개최하고 그 자리에서 녹색수도 선언을 하자는 것이었다. 제안은 받아들여졌고 녹색수도를 향한 첫 사업이 시작되었다. 세미나 하나 준비해 주는 대신 녹색수도의 장을 열게 됐으니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물론 4대강사업 반대운동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  

3월에 녹색성장세미나는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곧바로 전국 규모 행사인 ‘녹색도시 전국포럼’ 준비에 착수했다. 추진기구로서 민·관·학이 참여하는 ‘추진기획단’과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였다. 협업이지만 일사불란하게 추진되었다. 시민사회가 주도하고 청주시청은 열심히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10월 22일, 23일 청주 라마다플라자 호텔에서 '초록의 숨결로 기후변화를 멈춰라!'를 주제로 첫 번째 '녹색도시 전국포럼‘을 개최하였다. 그리고 전국의 도시·환경관련 전문가, 활동가, 행정가와 청주시민 수백 명이 참여한 개회식에서 역사적인 '지구를 살리는 청주, 녹색수도 선언식'을 가졌다. 이어진 도시포럼에서는 '회고와 성찰 - 무엇이 문제인가?', '현황과 사례 - 어떻게 하고 있는가?', '전망과 과제 - 무엇을 할 것인가?' 등 3개 주제 13개 세션으로 나눠 주제발표와 패널토론을 진행하였다. 이후 ’녹색도시 전국대회‘로 행사명을 바꾸고, 또 하나의 메인 프로그램으로 녹색도시만들기 우수사례 콘테스트를 추가하였다. 여섯 번의 전국대회를 치르는 동안 청주는 그 자체로 녹색도시들의 좌장 역할을 자임해 온 셈이다. 감 잡은 분들도 있을 텐데 도시포럼은 ‘춘천 물포럼’을, 우수사례 콘테스트는 ‘한국 강의날대회’와 ‘환경교육한마당’에서 운영방식을 차용한 것이다. 

녹색수도
녹색수도 전략과 과제.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2010년 새롭게 출범한 민선 5기 청주시와 한범덕 시장은 녹색수도 정책을 전방위적으로 펼쳤다. 시정목표를 ‘대한민국 녹색수도’로 정하였고, 시장 직속으로 ‘녹색수도추진단’을 두어 업무를 전담하게 하였다. 위에서 언급한 전국포럼 추진기획단은 녹색청주 추진기획단으로 명칭을 바꾸고 자율적 워크숍 운영을 통해 ‘녹색수도 기본구상’을 수립하였다. 민·관·산·학 협력체계 강화를 위하여 거버넌스 구축도 병행되었다. 위상과 규모에 비해 운영과 지원이 침체되어 있던 두 개의 도시거버넌스 기구인 청주지속가능협의회와 살고싶은청주만들기협의체를 통합,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꼬박 1년가량의 기간을 거쳐, 소통과 협력의 녹색청주협의회가 새롭게 출범하였다. 녹색도시기본조례 제정을 통해 제도화 방안도 마련하였다. 

청주시는 녹색도시조성기본계획을 공식적으로 수립했고, 대한민국의 두 번째 녹색시범도시로 지정되었다. 녹색시범도시 선도사업비 지원을 받아 건립한 것이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였다. 하지만 그 외의 국비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마도 정부가 녹색성장정책 예산의 대부분을 4대강 사업에 투입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후에도 청주는 온실가스줄이기 초록마을사업, 함께그린청주 함께그린세상 시민실천프로그램, 녹색도시만들기 우수사례콘테스트, 녹색청주포럼 운영 및 녹색청주네트워크 구축, 무심천 하상도로 100일간의 실험, 녹색교통체계 구축방안 마련 등 자발적인 녹색실천활동을 이어갔다. 그리고 전국의 로컬거버넌스 기구들이 침체에 빠져있던 2013년 청주시는 지속가능발전대상을 수상하였다. 수상내용은 '굿거버넌스로 전환하기 위한 2년간의 실험'이었다.

2014년 통합청주시가 출범하고 시정목표를 복고풍인 ‘일등경제 으뜸청주’로 정하였다. 그래도 도시비전을 생명문화도시로 설정하였으며 지속가능한 녹색청주를 향한 민·관의 협력활동은 중단되지 않았다. 2018년 민선 7기가 출범하고 시정목표를 ‘함께 웃는 청주’로 정하였다. 도시공원일몰제와 LNG화력발전소 문제로 진통을 겪으면서도 지속가능한 녹색청주를 향한 민·관의 협력활동은 지속되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세상이 너무 많이 변하였고 국가와 지방 정부들의 움직임도 매우 빨라졌다. 달리는 열차 옆에서 부지런히 걷고 있는 마차를 타고 있는 듯, 쳐지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10년이나 앞서 시작했는데 과연 뭐가 축적되었고 뭐가 부족한 것일까? 하나는 명확하다. 정부가 도와주지 않을 때도 청주는 시민들의 참여와 협력으로 묵묵히 녹색도시의 길을 걸어왔다.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을 통해 정부가 도울 터이니 지역이 나서라고 한다. 이제 청주형 그린뉴딜은 시민만 보고 달리면 된다. 시민 주도형 그린뉴딜, 그것이 바로 녹색수도의 부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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