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격자 말만 믿고 뺑소니 운전자?… 50대 무죄
    목격자 말만 믿고 뺑소니 운전자?… 50대 무죄
    법원, “무죄추정 정면 배치 조사 착잡” 검찰•경찰 조사 지적
    • 최수지 기자
    • 승인 2020.10.18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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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굿모닝충청=최수지 기자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굿모닝충청=최수지 기자

    [굿모닝충청 최수지 기자] 사고 현장에 뒤늦게 도착한 목격자의 말로 50대 남성이 뺑소니 운전자로 몰렸다.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목격자의 말만 믿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두고 “무죄추정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형태의 조사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인지 착잡하다”라고 지적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A(55)씨는 지난해 10월께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대전 서구의 한 골목을 시속 30km(추정)로 지나가다, 횡단보도를 지나기 전 자전거를 탄 이를 보고 정지했다.

    이내 자전거 탄 사람이 넘어졌고, 이를 본 다른 사람이 달려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A씨는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도로에 넘어졌다고 생각했고, 주변 정리를 도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와 경찰이 조사를 벌이는 모습까지 지켜본 A씨는 현장을 떠났다.

    A씨의 악몽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A씨가 자전거를 탄 피해자를 친 뺑소니 운전자로 재판에 넘겨졌기 때문이다.

    A씨가 재판에 서게 된 이유는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B씨의 진술이 크게 유효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흰색 차량(피고인의 차량)이 급하게 다가와 위협을 느끼고, 도로를 지나갔다. ‘빡’하는 소리를 듣고 뒤돌아보니, 피해자가 쓰러져 있었다”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B씨의 진술을 중점적으로 확보했고, A씨의 억울함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수사는 계속됐다.

    오히려 경찰은 무죄를 입증할 증거를 A씨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경찰의 피의자신문 조서를 보면 경찰은 A씨에게 “피의자가 뺑소니를 하지 않았다고, 객관적으로 입증할만한 증거나 증인이 있나”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마찬가지였다. 검찰 조사에서 A씨는 “차량 바로 앞에서 횡단보도를 지나가던 사람이 넘어졌는데 아무런 과실 또는 관련성이 없다고 생각한 것인가”란 질문을 받았다.  

    마지막 검찰 조사에서 A씨는 “도주했다는 건 너무 치욕적이다”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살펴본 대전지법 형사3단독(재판장 구창모)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범죄 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우선 구 판사는 B씨의 진술이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CCTV 영상 등을 살펴봤을 때, 급정지를 할 정도로 차량은 전혀 빠르지 않았고 B씨의 걸음도 급하지 않았다는 거다.

    게다가 A씨 승용차의 색은 흰색이 아닌 갈색인데다 피해자와 2~3m 떨어져 있었고, B씨는 사건 이후 5~6초 이후 등장했기 때문이다.

    구 판사는 “자칫 피해자의 생명이 위급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응급소생술을 실시한 것은 분명히 중요한 기여를 한 것이나, 그렇다고 사고 상황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B씨의 섣부른 판단만 믿고 피고인의 운전 부주의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의 조사에 대해서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어떻게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형태의 조사가 진행될 수 있는 것인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라며 “헌법이 선언한 무죄추정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형태의 조사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인지 착잡하다”고 했다.

    이어 “착오가 존재했던 경우라도, 이 같은 결과 발생 사실만으로 죄책을 물어서 안 된다”라며 “미필적 고의 아래 A씨를 유죄로 판단한다면, 우리 형사법이 채택하는 행위 책임의 원칙을 버리고, 법 본연의 정신을 망각하는 처결”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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