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눈] 부부간의 사랑은
[시민기자 눈] 부부간의 사랑은
  • 홍경석
  • 승인 2015.01.26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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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경석 수필가
[굿모닝충청 홍경석 수필가] 2015년 새해가 되면서 저의 경비원 생활도 4년차로 접어들었습니다. 경비원은 꽤나 박봉입니다. 따라서 저와 같은 외벌이 남편의 경우에 있어선 별도의 투잡을 하지 않으면 안 되죠.
아무튼 그렇지만 매사 열심히 근무하고 있는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작년 봄에는 회사에서 주는 모범사원 상까지 수상(受賞)했습니다. 한데 어제는 그보다 격(格)이 훨씬 높은 ‘어떤 상’까지 받았지 뭡니까!

경비원의 일은 나흘 연속으로 주간과 야근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틀은 쉬죠. 그래서 쉬는 날의 첫날엔 아내와 점심을 사먹으며 낮술을 같이 마시는 게 개인적으론 어떤 삶의 낙입니다. 그렇게 마신 술은 곧장 부족한 수면을 불러들이는 촉매제로 작용하는 때문이죠.

"부부간의 사랑은 치약과 나무, 그리고 우유와 같아야 한다.
매일 채워 넣어야 하고 물을 줘야 하고
싱싱한 온도를 제공해야…"

나흘 차의 야근을 마치고 귀가한 어제 아침. 평소처럼 두어 시간을 자고 일어나니 정오가 가까웠습니다. “여보, 우리 나가서 점심 먹자. 오늘은 뭘 먹을까?” 아내는 민물새우탕을 먹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작년까지 단골로 자주 갔던 식당으로 갔습니다.

그러자 주인아줌마는 어찌나 반갑게 맞아 주시던지요! “어이구~ 수술 하고는 처음 오는 거네유? 근디 건강은 어때유?” “많이 좋아졌어요.” 그 식당은 아내가 작년 봄에 허리수술을 하기 전까지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갔던 곳입니다.

그러다가 아내가 허리에 이어 어깨수술까지 받느라 고생을 막심하게 하는 바람에 그만 본의 아니게 발길을 끊었던 집이죠. 잠시 후 주인아줌마는 식탁의 가스레인지 위에 민물새우탕이 담긴 냄비를 올린 뒤 불을 붙이고서도 아내의 곁에서 한동안 말동무를 자처하셨습니다.

그건 마침맞게 그 시간에 손님이라곤 우리 부부밖에 없어서 가능했던 것이지만요. “나도 허리가 아파봐서 잘 아는디 그 허리 병은 증말 몹쓸 병이지유. 그나저나 이렇게 야위어서 어쩐대유?” 그 말에 아내는 냉큼 시원스런, 그러면서도 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진 거예요. 수술 직후엔 몸무게가 41킬로그램까지 내려갔었는데 이제는 45킬로에 육박하니까요. 하여간 우리 남편이 저 때문에 고생 많이 했죠.” “…!”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막상 칭찬엔 인색한 아내가 대놓고 그렇게 저를 칭찬하자 제 기분도 급속도로 좋아지더군요.

“내가 뭘, 당신이 고생했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론 아내의 그 칭찬이 저로선 진정한 수상(受賞)이란 느낌으로 모처럼 행복했습니다. 부부간의 사랑은 치약과 나무, 그리고 우유와 같아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매일 조금씩 없어지는 치약이기에 부지런히 채워 넣어야 하고, 어린 묘목이 튼실한 뿌리를 내리도록 물을 줘야 하며, 또한 변질되지 않게 늘 싱싱한 온도를 제공해야 하니까 말이죠. 앞으로도 아내를 더욱 아끼고 사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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