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부하’론… 둔해빠진 말투, 자기풍자로 여기며 웃자”
“윤석열의 ‘부하’론… 둔해빠진 말투, 자기풍자로 여기며 웃자”
  • 정문영 기자
  • 승인 2020.10.27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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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공작소를 운영하는 이만교 씨는 27일 최근 국정감사에서
〈'글쓰기 공작소'를 운영하는 이만교 씨는 27일 최근 국정감사에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말로 화제를 모았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둔해빠진 말투로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자기풍자로 여기며 웃자”고 말했다./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인간의 인지 작용도, 언어도 가만히 보면 얼마나 정교하고 섬세하고 복잡한지...!”

최근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하’ 발언이 큰 화제를 불러온 바 있다. 공직자의 워딩치고는 부적절하고 시대착오적인 거친 표현이어서 적잖은 비웃음을 샀다.

어디 그뿐일까? 누가 무슨 말을 하면 이를 제대로 전달하기보다는 본질과는 다르게 왜곡하는 언론의 무책임함 등 환경오염 못잖게 우리의 말과 글이 심각히 오염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에 '글쓰기 공작소'를 운영하는 이만교 씨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처럼 국어가 오염된 현실을 바라보며 느끼는 소회를 글로 적었다.

1.
글쓰기 강사로서 보기에
윤이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한 말은

쫌 웃겼다.

“부하”란, 흔히 군대나 조폭 같은 단순조직에서
사전적 의미 그대로 “명령 관계”에 있을 때나 적용되는 단어인데
이걸 장관과 총장이라는 제도적 관계에 적용하다니,

쫌 많이 웃겼다.

일테면, “강남구는 서울의 동생이 아니야!”라거나
“너네 아빠보다 우리 형 키가 더 커!” 같은 식의 아둔한 건달 화법 같아 웃겨도

쫌 많이 웃겼다.

검찰이 얼마나 자뻑 깡패집단인지, 이 단어에서 다 뽀록난 거 같다.

윤이 대권 후보?
아이쿠야, 그는 너무 둔해서 사흘도 못 간다.

대체 기레기들은 왜들 이런 장난질인지

ㅋㅋㅋ

2.
하지만 모든 인간은 언제나 언어를 거칠게 사용한다.

일테면, “난 술을 마시면 아이스크림을 먹는 습관이 있어“라고 A가 말하면 B가 되받는다.
“그래? 나는 라면이 땡기는데?”

그럼 A가 말한다.
“와, 나랑은 완전 반대구나!”

그러나 알고 보면

간이 알콜을 분해하느라 글리코겐이 고갈되고 포도당 신합성도 어려워지면서
혈액 속 포도당이 부족해진 탓에
당분이나 탄수화물을 통해 당을 보충하려는 동일한 행동이라고 한다.

3.
우리의 감각이나 감정은 미세한 흐름을 놓친다.

일테면 미세먼지도, 환경호르몬도, 바이러스도 보지 못할 뿐 아니라,
미세먼지나 환경호르몬이나 바이러스에 대해 너무나 둔하게 반응한다.

일테면 중국을 곧바로 욕하거나 빨대만 사용하지 않아도
미세플라스틱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느낀다.

그 바람에 홍수가 지면 “하느님이 벌한다!”라는 문장을 만들어내더니,
‘코비드19’ 팬데믹을 종말론적 현상으로 여기거나
예배 집결 금지를 “종교박해”라 우긴다.

이런 윤과 같은 둔해빠진 말투로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우리는 미워하지 말고 연민을 갖고 가여워 하거나
인간 자신에 대한 자기풍자로 여기며 웃어야

건강에 좋을 것이다.

4.
인간은 결코 정확하지 않고 정교하지 않다.

동일한 교통사고 장면을 보여주고,
“접촉사고가 났는데 유리파편 튀는 장면을 보셨지요?”라고 묻고,
“충돌사고가 났는데 유리파편 튀는 장면을 보셨지요?” 라고 물으면

충돌이라는 강한 단어를 썼을 때 훨씬 많은 사람들이
"봤다"고, 허위진술을 한다고 한다.

또 “그 옆으로 스포츠카 지나갔잖아요?”라고 묻는 것보다
“그 옆으로 빨간 벤츠 스포츠카가 지나갔잖아요?”라고 물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카를 봤다고 허위진술한다.

미분해서 보면,
우리가 ‘보는 것’과 ‘인지하는 것’
‘기억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과 ‘표현하는 것’은
이렇게 매번 다르다.

이 미시적인 변화 과정을 유추해내지 못할 때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허위에 불과하다.

가장 재밌는 일례는 사람들에게 설문할 때,

1)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 다음에
2) "당신은 한 달에 몇 번 데이트 하나요?"라는 질문을 한 경우보다,

1) "한달에 몇 번 데이트 하나요?"라는 질문 다음에
2)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불행하다"는 대답이 훨씬 많다고 한다.

ㅋㅋㅋ

5.
나는 내가 이 허위들에
더는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도 매일 당한다. 너무나 아둔하게도

‘검증되지 않은 불안’에 시달리고, ‘불필요한 기대를 한 다음에 좌절’하고,
‘확정되지 않은 진행형 사실에 단정적 판단을 앞세우며 부정적인 결론‘을 앞당긴다.

평화롭게
내가 하고 싶은 일에나 몰두해도 좋은 시간에
엉뚱한 근심이나 불만이나 짜증에 휘말리는 문장을
만들어 뱉는다.

이 모든 걸 내가 허위로 자초한 다음,
그에 걸맞는 증거자료를 내 밖에서 찾아 그 대상에 투사하는 창작과정을,
끝없이 되풀이 한다.

이러한 허위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면 소원이 없겠는데...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순간에도 “이런 쇼가 얼마나 재밌어?“하는 메피스토의 목소리가
내 안에서 들린다.

ㅋㅋ.

6.
그럼에도
술 마시고 아이스크림 먹는 사람이
술 마시고 라면 먹는 사람을 낯설게 바라보는 게 아니라,

“우린 이렇게 다른데 사실은 같구나!” 하고 바라보듯,
바라보는 힘이 있다면 훨씬 더 좋겠다!

이 세상도, 우리 인간의 인지 작용도, 우리가 쓰는 언어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얼마나 정교하고
얼마나 섬세하고
복잡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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