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93] 소원(所願)-공주시 유구읍 문금리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93] 소원(所願)-공주시 유구읍 문금리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0.11.07 1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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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사진 채원상 기자, 글 윤현주 작가] 세상만사 자신의 의지대로 되는 건 없다.

나고 죽는 것은 물론이고 삶의 모양도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불확실하고, 불안한 생을 붙들기 위해 빌고 또 빌었다.

사람들이 소원을 비는 대상은 다양했는데 유독 나무가 많았다.

특히 느티나무는 마을 입구에 자리한 정자목, 당산목(堂山木)으로 쉼터와 기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공주시 유구읍 문금리 느티나무는 350년 수령으로 그 크기가 10미터에 달한다.

언제부터인지 확정할 수 없지만 사람들의 소원을 들으며 자리를 지킨 나무인 듯하다.

느티나무 옆에 쌓인 돌탑이 차곡차곡 쌓여간 사람들의 소원을 말해주고 있다.

사람들이 문금리 느티나무를 찾아 소원은 빌었던 이유는 특이한 수형 때문이 아닐까 싶다.

느티나무는 곧게 자란 줄기 위에 사방으로 퍼진 가지가 무성한 잎을 틔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문금리 느티나무는 소나무 반송과 흡사한 모양을 하고 있다.

뿌리 부분에서 여러 갈래의 줄기가 자라나 독특한 수형을 만들어 낸 것이다.

여러 갈래의 줄기에서 나온 가지는 도로를 모두 뒤덮을 만큼 넓은 그늘을 만들어 내고 있다.

문득, 이 느티나무 아래서 사람들은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궁금해졌다.

아마도 남들처럼 살게 해 달라는 소원이 아니었을까?

세상에 내 마음처럼 되는 일이 없다는 걸 깨달아 갈 무렵, 사람들은 ‘남들처럼’을 꿈꾸기 시작한다.

우여곡절 없이, 평범하게, 남들처럼 살고 싶다는 소원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소원의 비는 대상인 문금리 느티나무는 보통의 느티나무와 생김이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특별하고, 그래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보호수가 되었다.

나무와 사람은 종종 비유의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도 그 모양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특별하고 그래서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나무는 자신보다 더 곧고 큰 나무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더 큰 그늘을 드리운 나무에 기죽지 않는다.

다만 스스로 주어진 상황과 환경 속에서 적응하며 생존의 방법을 터득해 갈 뿐이다.

문금리 느티나무 아래 돌탑에 작은 돌멩이 하나를 올렸다.

선택이 필요한 삶의 매 순간마다 현명한 결단을 내릴 수 있게 해달라는 소원과 함께.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남도청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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