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97] ‘곁’을 내어 ‘결’을 만들다-청양군 목면 본의리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97] ‘곁’을 내어 ‘결’을 만들다-청양군 목면 본의리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0.11.18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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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사진 채원상 기자, 글 윤현주 작가] 매년 사람들은 벚나무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보며 봄을 만끽한다.

봄은 벚꽃과 함께 절정을 맞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청양군 목면에서는 500년이 훌쩍 넘은 느티나무에서 봄소식을 듣는다.

봄날의 느티나무라고 하면 연녹색 여린 새잎을 떠올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본의리 느티나무의 봄날은 조금 특별하다.

2012년부터 노거수 느티나무에 벚꽃이 피기 시작한 것이다.

1972년 보호수로 지정된 본의리 느티나무에 벚꽃이 핀다는 사실이 알려진 건 2012년이다.

언뜻 보면 가지 사이에 꽃이 활짝 핀 벚꽃 가지 하나 얹어 놓은 것은 모양새지만 사실 벚꽃은 느티나무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수고가 20m에 달하는 이 노거수에 어떻게 벚꽃이 자리를 잡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무엇인가가 벚꽃 씨를 느티나무에 옮겨 놓았을 것이라 짐작할 뿐이다.

가지 한 쪽을 벚꽃에 내어준 느티나무를 보며 나를 되짚는다.

어찌 된 영문인지 나이를 먹을수록, 경험과 경력이 쌓여갈수록 ‘곁’을 내어 주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

나이만큼 연륜이 쌓이면 그만큼의 포용력이 생겨날 줄 알았는데 되려 ‘벽’이 쌓이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많아졌다.

내가 쌓아 올린 것에는 오롯이 나만 존재해야 한다는 일종의 아집이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 느티나무는 그런 아집 없이 자신의 곁을 내어주었다.

벚꽃이 뿌리를 내리고, 벚꽃다움을 드러낼 수 있게 곁을 내어준 것이다.

곁을 내어준다는 건 단순히 한쪽을 비워준다는 말이 아니다.

‘결’을 만들어 간다는 의미다.

‘결’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노력과 기꺼이 나를 내려놓는 결단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

그 어느 쪽으로도 기울었다가는 결을 만들 수 없다.

벚나무 가지에 매달린 눈송이 같은 벚꽃을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곁을 내어주어 결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어야지......

오래전부터 인류가 나무에서 지혜를 구해온 까닭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남도청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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