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신라젠 수사와 관련해 어떤 언론과도 그런 내용을 대화한 적 없다, 나는 신라젠을 모른다. 나는 신라젠 수사 담당도 아니고 아무 관련이 없으므로, MBC 보도에 나오는 녹취록은 존재할 수 없다. (사실이) 아닌 건 아닌 거다, 오히려 (채널A 기자에 의해) 이름을 팔린 내가 피해자 아니냐?” (〈오마이뉴스〉 4월 1일자 보도)
〈채널A〉 전 이동재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 회유과정에서 언급한 검사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동훈 검사장이라고 폭로한 MBC 보도가 나가자마자 당사자는 이렇게 잡아뗐다. 자신은 당사자도 아닐 뿐더러, 신라젠 자체를 아예 모른다고 펄쩍 뛰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4월 1일자 「'검언유착' 지목 검사장 "나 아니다, 채널A에도 확인했다" 전면 부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 검사장의 반박을 인용, 보도했다. “(검언유착의 한 축인) 〈채널A〉는 물론, 어떤 언론과도 신라젠 수사에 관해 대화한 적이 없다"고 전면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박진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는 이와는 전혀 다른 폭탄증언이 나와, 검언유착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아주경제〉는 20일 「검언유착 재판서 나온 폭탄증언 "녹취록 속 인물은 '한동훈'이다"」라는 제목으로, 아예 ‘한-동-훈’이라는 이름 석자를 못박아 보도했다.
매체는 이날 "공판 증언대에 선 홍모 전 〈채널A〉 사회부장이 당시 이 전 기자가 통화를 한 사람은 ‘한동훈’이다"라며 “직접 한 검사의 목소리를 들은 것은 아니지만, 이동재 전 기자로부터 '한동훈'이라고 전달을 받았다고 진술했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홍 전 부장은 녹음파일의 존재를 이 전 기자로부터 들었지만 확인해보지 않았다”며 “당시 이 전 기자가 '있다'고 말했기 때문에 믿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전 부장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한 검사장은 끝까지 사실을 부인하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끊임 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날 홍 전 부장이 털어놓은 주요 발언을 일문일답으로 간추렸다.
- (검찰-재판부) 3월 22일 녹취록 내용을 보고 난 후 반응은?
▶ 화가 났다. 검찰 관계자를 언급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고, 그런 부분에서 선배로서 화가 났다. 부적절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24일 출근해서도 이동재에게 언성 높였던 기억이 있다. 당시 이동재가 녹취록 두 개에 등장하는 대화 상대방은 한동훈이라고 들었다.
- (검찰) MBC 보도 다음날 이동재가 녹취록은 없는 걸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증인이 그렇게 하자고 답변한 이유와 그런 발언의 의미는?
▶ 이동재가 언급한 녹취록이 정확히 뭔지 인식하지 않았다. 3월 23일부터 사건 자체 진상조사가 이뤄졌다, 31일 MBC 보도 나간 이후 이동재 심리상태 불안했다.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이었고, 그런 모습을 저도 봤고, 이동재가 저런 메시지를 보냈는데 대면할 상황도 아니었고, 뭐라고 말하는 거냐고 따져 물을 상황이 아니었다. 어떤 녹취를 의미하는 건지 몰랐다. 이동재를 안정시키는 게 중요한 사안이었고, 안정시키려 했다.
- (검찰) ‘회사도 팀도 검찰도 너무 고통이 길어질 것 같다. 제가 징계 받겠다‘고 말했었는데, 이동재는 협박성 취재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 아닌가?
▶ 인정한다기보다 4월 1일 그에 못지않은 보도 이뤄지고 있었다. 반론 없는 보도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건전말이 파악되지도, 제보자X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동재의 심리적 압박을 볼 때 협박성을 인정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본인도 〈채널A〉 소속 기자로서 〈채널A〉가 언급된 보도에 부담감이 컸을 것이고 그런 심리상태가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
- (재판부) 이 전 기자가 보낸 편지 내용이 생각보다 더 거칠고 심했다는 건가?
▶ 기본적으로 기자는 사실을 취재해서 전달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편지내용에는 본인이 다년간 취재경력이 있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부분도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증언을 마친 후 홍 전 부장은 "제가 가장 아끼는 두 명이 피고인석에 앉아있어 고통스럽다”며 “선배로서, 감독자로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누구를 해하기 위해서 편지를 쓰거나 부적절한 표현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런 부분을 참작해주셔서 선처해달라"고 흐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