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99] 느티나무처럼-청양향교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99] 느티나무처럼-청양향교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0.11.21 0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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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사진 채원상 기자, 글 윤현주 작가] 1990년 보호수로 지정된 350년 수령의 느티나무를 만나기 위해 청양군 청양읍에 위치한 조선 시대의 관립 교육기관 청양향교를 찾았다.

1997년 충청남도기념물 제133호로 지정된 청양향교는 《동국여지승람》의 기록을 바탕으로 조선 초기에 창건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유교 교육과 성현을 제향하기 위해 군현마다 설치되었던 향교는 유독 은행나무가 많다.

향교에 은행나무가 많은 이유는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서 제자들에게 강학을 펼쳤기 때문이다.

‘행단'은 선비들이 학문을 정진하는 곳이자, 은행 열매처럼 학문의 수확을 거두라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또한 벌레가 생기지 않는 은행나무처럼 유생이 바른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의미도 깃들여져 있다고 한다.

그런데 청양향교를 대표하는 나무는 은행나무가 아니라 느티나무다.

수고 20m를 넘어선 이 느티나무는 가지를 사방으로 펼쳐내어 커다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향교가 아니라 마을 어귀에 뿌리를 내렸더라면 마을 사람들을 한데 모이게 만드는 정자나무요, 마을의 이정표 노릇을 톡톡히 했을 법하다.

그렇다고 해서 느티나무가 향교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느티나무는 향교에도 꽤 잘 어울리는 나무다.

어쩌면 유생들에게 은행나무보다 더 많은 의미를 전하는 나무일지도 모를 일이다.

느티나무는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 화려한 꽃을 피우지 않고, 맛있는 열매를 맺지도 않는다.

그저 이른 봄, 부지런히 새잎을 틔우고 가지를 넓혀가며 그늘을 만들어 갈 뿐이다.

조금 더 많은 이들이 한여름 뙤약볕을 피할 수 있도록 여름에도 새순을 내며 너른 품을 만들어 가는 것이 느티나무의 생이다.

뿌리가 사라진 후에도 느티나무는 느티나무다운 삶을 이어간다.

느티나무는 결이 고운 데다 해충에 강하고 단단해 좋은 목재가 되는데 궁이나 사찰의 기둥이 되기도 하고, 죽음을 맞이한 이의 마지막 공간으로서 함께 흙 속에 묻히기도 한다.

이런 느티나무의 삶이야말로 배운 자들이 혹은 가진 자들이 가져야 하는 자세가 아닐까?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남도청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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