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00]당신의 우둠지는? -금산군 부리면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00]당신의 우둠지는? -금산군 부리면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0.11.24 0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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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사진 채원상 기자, 글 윤현주 작가] 작은 씨앗이 싹을 틔우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나무는 하늘을 향해 뻗어 나간다.

생명을 끝내는 순간까지 해를 바라보고 살아가는 게 나무의 운명이다.

이때 나무의 구심점이 되는 것이 바로 ‘우듬지’다.

우듬지는 나무의 꼭대기 줄기를 말하는데 우듬지가 방향을 제대로 잘 잡아야 새로이 뻗어가는 가지들이 수형을 유지하며 성장할 수 있다.

금산군 부리면 청풍서원에 뿌리내린 200년 수령의 느티나무는 아름다운 수형을 가졌다.

가지가 고루 사방으로 퍼져 마치 부채를 활짝 펼친 듯한 모습이다.

덕분에 넉넉한 그늘을 만들어 냈고, 청풍서원을 이야기할 때 언급되는 존재가 되었다.

이는 모두 우듬지가 구심점 노릇을 톡톡히 해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듬지는 가지들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알려주고 이끄는 힘이며, 길라잡이다.

부리면 느티나무가 있는 청풍서원은 야은(冶隱) 길재(吉再) 선생의 충절을 추모하기 위해 1678년(숙종 4)에 건립되었다.

길재 선생은 포은 정몽주(鄭夢周), 목은 이색(李穡)과 함께 '고려삼은(高麗三隱)'이라 불리는 이로, 세 사람의 호에 모두 ‘은’자가 들어 있어 ‘삼은’이 되었다.

이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성리학의 기초를 확립했고 무너져버린 고려왕조에 끝까지 충절을 지켰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일화가 일화도 전해진다.

길재 선생이 벼슬을 내려놓고 고향으로 가려고 할 때 그의 친구가 그를 막아섰다.

“야은, 아직 나라에서는 자네의 학식을 필요하네. 어머니께 효를 행하는 것도 좋지만 사나이 대장부라면 대(大)를 위해 소(小)를 버릴 줄 알아야 하지 않겠나?”

이 말에 길재 선생은 몹시 화를 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무 열매가 가장 으뜸인 것으로 보이지만, 나무에 뿌리가 없다면 어찌 열매를 맺을 수 있겠나? 어버이가 뿌리라면 열매는 세상의 부귀영화일세. 뿌리가 날로 메말라 가는데도 어찌 열매만 쳐다보란 말인가?”

아마도 길재 선생에게 우둠지는 어머니이고, 임금이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200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여전히 햇살을 향해 가지를 뻗어가는 것처럼 길재 선생의 효심과 충절 또한 청풍서원을 통해 이어져 가고 있다.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남도청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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