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 모르는 의사소통 장애인, 문자서비스 지원 필요” 여론
“수어 모르는 의사소통 장애인, 문자서비스 지원 필요” 여론
코로나19 비대면 문화 증가 불구, 수화통역에만 국한 불편 호소
보건복지부 2017 실태조사, 청각장애인 92.8% “수화 모른다”
  • 정민지 기자
  • 승인 2020.11.24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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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굿모닝충청 정민지 기자

[굿모닝충청 정민지 기자] #. 올해 스무 살이 된 A 씨는 코로나19 관련 기사를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놀러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를 보며 애써 흥을 누르기 위해서다.

A 씨는 코로나19 브리핑은 챙겨보지 않는다. 브리핑을 봐도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A 씨는 수화를 알지 못한다. 고등학생 시절 사고로 후천적 장애를 얻어 수화를 배울 시간이 없었다. 그런 A 씨에게 수화통역만 지원되는 브리핑은 알 수 없는 외국 뉴스와도 같았다.

“모든 청각장애인이 수화를 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의사소통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을 위한 다각도 지원 필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문화가 자리 잡아가는 가운데 현재 의사소통에 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한 지원은 대부분 ‘수화통역’으로만 국한돼 있어 많은 장애인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수화를 모르는 이들에겐 또 다른 차별로 다가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청각장애인협회와 한국난청인교육협회 등에 따르면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고 해서 모든 청각장애인들이 수화를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7년 실시한 장애인실태조사에서 ‘청각장애인 대상 수화 가능 여부’를 조사했을 때 92.8%가 “모른다”고 답했다.

한국수화언어법상에서도 청각장애와 농인은 그 정의부터 달리하고 있다. 농인은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으로서 농문화 속에서 한국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사람이라고 정의돼 있다. 일반적인 청각장애인과 그 개념 분류가 다른 것이다.

또 의사소통에 불편을 겪고 있는 장애는 청각장애뿐 아니라 시각, 청각, 언어, 지적, 뇌병변, 자폐 등까지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청각장애를 포함해 모든 의사소통 권리 증진을 위한 기관은 전국을 통틀어 수어통역센터가 유일하다.

센터는 이름처럼 여타 의사소통 지원이 아닌 수어통역에 주요 기능을 담고 있다.

대전 서구수어통역센터 사무국장은 지난 19일 대전시의회에서 열린 한국농아인협회 기자회견에서 “센터에선 문자서비스와 음성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대전시 수화통역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선 센터 업무를 ‘수화통역사는 수화통역서비스 제공 및 수화통역업무 수행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수어통역센터에는 문자서비스를 담당할 속기사 인력 또한 없다.

김재호 한국청각장애인협회장은 “나도 청각2급장애가 있다. 인공와우 수술을 받아 대화와 통화가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시끄러운 장소에 가면 매끄럽지 못하다”며 “그래서 문자통역이 절실히 필요하다. 특히 전국 37만 청각장애인뿐 아니라 청각장애 등급을 받지 못한 난청인 등에게도 문자(자막)서비스가 지원되면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농아인을 위한 수어통역 서비스는 현재 꽤 확충돼 있지만, 중도청각장애인을 위한 문자(자막)서비스는 전혀 보편화되지 않았다. 편중돼 있는 복지서비스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관련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지원의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태다.

이지은 한국난청인교육협회 이사장은 “신문고에도 계속 올리고 교육청 등에도 ‘속기사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는데 ‘문제는 예산’이란 답변을 들었다. ‘속기 지원하려면 몇 백만 원이 필요’해서 지원이 안 된다는 것”이라 했다.

이 이사장은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화상으로 하는 회의와 수업이 많아졌다. 청각장애인들은 기계에서 기계를 통해 듣기 때문에 더 안 들린다. 그걸 보완대체 할 수 있는 걸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농인과 난청인은 같은 청각장애라 하지만, 의사소통 방법과 지원체계가 전혀 다르다. 농인과 난청인은 각각 다른 지원 방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전장애인총연합회에서도 20일 성명서를 내고 모든 장애 유형을 아우르는 장애인 의사소통 권리증진 필요성을 촉구한 바 있다.

연합회는 “수어를 모르는 청각장애인들은 의사소통 관련 서비스를 제공받고 싶어도 (수어통역센터 내) 모든 전문인력이 수어통역사로만 구성돼 있어 불편을 겪어오고 있다”며 “당장 후천적 청각장애인이 매년 3~4만 명씩 늘어나는 상황에서 수어를 배우기란 쉽지 않은 현실”이라 호소했다.

이어 “수어를 모르는 장애인 의사소통을 위해 기존 수어통역센터가 과연 현재까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전시는 의사소통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이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장애인 의사소통 권리증진을 위한 센터 설치를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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