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도시 괴담된 터미널, 또 악몽의 시작 되나 
[김선미의 세상읽기] 도시 괴담된 터미널, 또 악몽의 시작 되나 
반성과 책임 없는 유성터미널 사업, 민간사업자 해지 불복 소송제기
소송과 별도로 ‘정치쇼’라는 10층→20층 주택사업 당위성 따져봐야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0.11.2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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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언론인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징글징글 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바닥인가 싶었는데 그 아래에 지하실이 있더라는 도시괴담처럼 도무지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유성복합터미널 얘기다. 

바닥인가 싶었는데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유성복합터미널 

유성복합터미널 조성 사업을 추진했던 민간사업자인 KPIH가 23일 대전도시공사를 상대로 사업협약 통지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도시공사는 KPIH가 지난 9월 18일까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실행 등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같은 달 21일 사업 협약을 해지했다. 

6월 11일 체결한 PF대출 시행기한과 용지매매계약 체결, 착공 기한 등을 못박은 ‘변경협약’에 근거한 조치다. 무엇보다 변경협약은 민간사업자가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면 별도의 다른 절차없이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자의 지위가 박탈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10여 년 동안 표류해오던 터미널 사업은 다 정리된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황당한 일인가. 이 모든 협약과 과정이 ‘무’로 돌아가 또 다시 소송전을 벌이게 됐으니 말이다. 

협약해지 조건 명시한 변경협약이라는 안전장치에 구멍이 뚫리다

시와 도시공사는 변경협약을 근거로 행정소송 가능성을 일축해왔으나 사업자 측은 ‘변경협약’에 의한 사업협약 통지가 ‘무효’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변경협약은 법적 분쟁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 장치였다. 안전 장치에 구멍이 난 것이다.
 
물론 대전시는 민간개발 대신 공영개발로 가닥을 잡기에 앞서 법률자문을 거쳤고 문제가 없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혹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소송전으로 치닫게 되면 이래저래 행정력 낭비와 사업 지연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전시의 낙관적인 판단대로라면 본격적인 법적 다툼에 들어가기 전 사업자의 불복이 ‘이유 없음’으로 조기에 종결 처리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대전시의 바램이고 만에 하나 재판이 받아들여져 소송전으로 치닫게 될 경우, 악몽의 시작이다. 

사업자의 불복, ‘이유 없음’ 결론 나면 다행, 받아들여지면 악몽 시작

KPIH측 소송제기는 예견된 일이었다. 민간사업자가 사업이 무산될 경우 그대로 물러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더구나 협약 초기도 아니고 사업이 추진 후 2년여 동안 투입된 비용도 적지 않을 것이다.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도 물려 있다. 

설령 사업자 측에 전적으로 귀책 사유가 있다해도 소송을 걸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판단은 사업자의 몫이지만 걸리는 부분이 있다. 사업자가 주장하는 절차상 ‘위법성’ 여부다.

KPIH측은 소송을 제기하기 전 국내 유수의 법률사무소의 자문을 받았다고 한다. 자문 결과 민간사업자 자격을 박탈하는 중대한 처분인데도 KPIH의 협의요청에 대해 숙고를 거치지 않고 바로 해지통지를 한 것은 협약상 협력의무 위반으로 위법이라는 것이다.
 
KPIH 측은 “공모지침 내용보다 주차장 비율이 증가하면서 사업비가 늘어나는 등 귀책사유가 우리에게만 있다고 볼 수 없다”며 27일 예정인 대전시 청문절차와는 별도로 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소송 제기는 민간사업자 판단, 절차상 위법성 주장은 유념할 대목

물론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 어떤 예단도 금물이다. 대전시의 낙관대로 진행되기를 바라지만 마냥 긍정적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각종 민간개발사업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민간사업자 손을 들어 준 경우도 많다”는 법조계의 조언은 대전시가 끝까지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잇단 정책실패에 대한 반성과 책임도 없이 슬그머니 넘어간 대전시가 이번마저 민간사업자와 소모적인 진흙탕 싸움을 벌인다면 두고두고 대전시장과 시정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한편 소송전과는 별도로 유성복합터미널 공영개발에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 있다. KPIH 대표는 사업협약 해지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우리가 제안한 10층도 아닌 20층씩이나 짓겠다는 대전시장은 법적으로 불가능한 정책을 발표하며 ‘정치쇼’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사업자 손 들어준 경우도 많다” 대전시장‧ 시정의 발목 잡을라

대전시는 공영개발에 대한 로드맵을 발표하며 층수 제한을 기존 10층에서 20층 이상으로 확대하고, 건축용도도 공동주택을 허용하는 등 사업 여건 개선방안을 국토교통부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업시설 대신 주택개발을 하겠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주택사업의 정당성과 당위성 여부다. 터미널 공영개발을 앞세워 주택사업을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지, 법적인 문제는 없는지, 가능성이 있는지는 민간사업자와의 소송전과 상관없이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꼼꼼히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지금으로써는 대전시의 실패로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이 또 다시 지역의 악몽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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