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02]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금산 양지장동길 팽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02]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금산 양지장동길 팽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0.11.27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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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사진 채원상 기자, 글 윤현주 작가] 팽나무를 보면 프랑스의 시인, 폴 발레리(1871~1945)의 시 <해변의 묘지> 한 구절이 떠오른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기분 좋게 불어오는 봄바람쯤이야 웃으며 맞을 수 있겠지만 삶을 휘청이게 만드는 거센 바람 속에서 삶의 의지를 다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팽나무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굳건히 견뎌왔다.

남해의 바닷가 마을에서는 ‘포구나무’로, 제주에서는 ‘폭낭’이라 불리며 갯바람을 생의 부분으로 껴안고 살아온 것이다.

금산군 양지리 장동이 마을에는 갯바람은 아니더라도 숱한 바람 속에서 삶을 이어온 팽나무가 있다.

장동이 마을회관 옆에 나란히 서 있는 두 그루의 팽나무는 지금으로부터 200여 년 전 심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나무를 심자마자 몇 본은 그대로 말라 죽고 동쪽에 한 그루, 서쪽에 한 그루만 살아남았다.

그러던 어느 날, 서쪽 팽나무 옆에 또 다른 팽나무가 자라기 시작했다.

이 나무가 바로 팽나무 중 유일한 연리목인 ‘금산양지리팽나무연리목’이다.

2001년 보호수로 지정된 이 팽나무 연리목은 170년 수령에 높이가 15m에 달한다.

여느 연리목이 그러하듯 ‘금산양지리팽나무연리목’ 또한 전설을 품고 있다.

가난했지만 서로를 너무나 아끼던 부부가 마을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버렸다.

남편은 팽나무 한그루를 심어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는데 어느 날부터 남편이 심은 나무 옆에 팽나무가 자라났다고 한다.

사람들은 껴안은 듯 줄기가 엉켜 자라는 팽나무 연리목을 보며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떠올렸다.

아내가 팽나무로 환생한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동쪽에 위치한 팽나무는 275년 수령으로 수고가 20m를 넘는다.

1995년 보호수로 지정된 이 팽나무는 긴 세월, 바람이 다듬은 흔적이 역력하다.

바람이 거세게 불면 불수록 줄기와 뿌리를 단단히 곧추세워왔음이 한눈에 보인다.

흔들리지만 쓰러지지 않으려 생을 붙잡고 선 힘줄 그득한 아비의 팔뚝을 보는 듯하다.

흔들리지 않고 곧게 서는 줄기가 없다는 시구절이 머릿속에 맴돈다.

홀로 하늘을 떠받치고 선 팽나무와 서로를 힘껏 껴안고 삶을 이어온 팽나무 연리목.

이 두 나무를 통해 우리의 삶을 본다. 삶을 견디는 방법은 각기 다르지만 흔들리면서도 삶의 의지를 다지고 더욱더 단단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새삼 깨닫는다.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남도청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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