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03]쌍괴목(雙槐木), 둘이 하나가 되다-금산 복수면 백암리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03]쌍괴목(雙槐木), 둘이 하나가 되다-금산 복수면 백암리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0.11.28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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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사진 채원상 기자, 글 윤현주 작가] 나무는 빛이 디자인하고, 바람이 다듬는다는 말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종류의 나무라 해도 그 모양이 똑같은 건 하나도 없는 데다 감히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경지를 넘어선 모양의 나무도 종종 만나게 된다.

금산군 복수면 백암리 느티나무도 그중 하나다.

두 개의 느티나무가 하나처럼 보인다 해서 쌍괴목(雙槐木)이라 불리는 백암리 느티나무는 수령이 578년이나 된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 웅장함에 감탄이 절로 인다.

35m가 훌쩍 넘는 크기에, 사방으로 뻗은 가지가 만들어 낸 너른 품은 바람이 불 때마다 넘실거린다.

줄기에서 뻗어 나간 가지들은 유연하게 빛과 바람을 즐기는 듯하다.

1982년 보호수로 지정, 1992년 금산군향토유적으로 지정된 백암리 느티나무는 오래전부터 마을의 신수(神樹)였다.

이 느티나무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건 일제 강점기부터다.

전해져 오는 이야기는 이렇다.

일본인들이 느티나무 노거수를 베어 배를 만들려고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았으나 어찌 된 영문인지 사람들은 모두 도망가 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인들이 직접 나무를 베기 시작했는데 그때 나무가 크게 울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일본인들은 느티나무가 영험함을 품고 있다고 생각했고, 혹여 화를 당할까 싶어 더 나무를 베지 않았다고 한다.

나무를 베려고 했다면 나무줄기 어딘가에 상처가 있을 법 한데 아무리 둘러봐도 그 흔적이 눈에 띄지 않는다.

자손이 귀한 집안의 부녀자들이 이 느티나무에 자식을 점지해 달라고 빌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두 개의 나무가 하나인 듯 자라는 수형이 금실 좋은 부부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던 것이다.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이 느티나무를 통해 ‘관계’를 본다.

줄기는 서로를 껴안은 듯 딱 붙어 있지만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하는 가지를 보며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배려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는 사이를 충분히 떼어놓지 않으면 제대로 자랄 수 없다.

성목으로 자란 후 몸집을 넓혀가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경쟁을 하는데 이때 햇빛을 덜 받은 나무는 가지를 넓히지도, 잎을 풍성하게 매달지도 못한다.

그런데 이 느티나무는 줄기는 붙어 자라지만 가지는 서로의 성장에 방해가 되지 않게 반대쪽을 향하고 있다.

그런 배려가 두 나무를 온전히 하나처럼 보이는 게 만드는 게 아닐까? 나무에서 삶을 배운다.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남도청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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