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의 환경이야기] 환경, 갈등과 협력 사이
[염우의 환경이야기] 환경, 갈등과 협력 사이
염 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0.11.2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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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청주협의회 거버넌스 활성화 모습.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녹색청주협의회 거버넌스 활성화 모습.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인류가 직면한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는 이제 전문가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지혜를 모아 실천하고 이겨내야 할 문제다. 이에 굿모닝충청은 충북 환경운동의 역사로 불리는 풀꿈환경재단 염우 상임이사로부터 환경의 중요성과 더불어 우리지역에서 진행돼온 환경운동의 현실과 앞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 등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2013년, 전업활동가로 일을 한지 18년차 되던 해, 휴식년을 갖게 되었다. 오랫동안 쉬지 못하고 일을 해 온 실무활동가들에게 재충전의 계기를 부여한다는 의미로 특별히 제공된 조치였다. 이 보석 같은 시간을 바람직한 한 가지 일과 바람직하지 않는 또 한 가지 일을 하면서 보냈다. 상반기엔 주로 나를 충전하는 일을 하며 보냈다. 대학원 등록 후 15년 만에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니 참으로 바람직한 시간이었다. 하반기는 거버넌스 기구를 충전하며 보냈다. 당시 청주시의 녹색수도 정책이 본격화 되었고, 정책협력의 허브기관이었던 녹색청주협의회가 재출범한지 겨우 2년째 되던 해였다. 협의회의 비상근 사무처장을 맡고 있던 나는 상근 못지않게 시간과 역량을 쏟아가며 운영체계를 안정화시켰다. 급여는 청주충북환경연합에서 받고 활동은 녹색청주협의회를 위해 헌신했으니 참 바람직하지 않은 시간을 보낸 셈이다. 아무튼 휴식년을 계기로 환경운동의 2막을 새롭게 펼쳐가기 위한 전환점을 마련하였다.

1998년, 청주환경운동연합에서 일을 시작한지 3년차 되던 해에 나는 대학원에 등록을 했다. 좋아하고 존경하던 도시공학과 교수님의 권유가 있었다. 도시에서 환경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도시에 대한 식견이 있어야 하고, 대안적 환경운동을 펼치기 위해서는 연구분석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하지만 2년 후 지지부진한 성적으로 수료했고, 석사논문 발표는 무기한 보류하게 되었다. 애당초 성실히 다니는 것이 불가능했는지도 모른다. 현안에 직면하면 그 속에 매몰되어 집중해 버리는 성격이다. 시간과 역량을 배분하여 학업과 연구를 병행하는 것이 나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실 대학 때도 좀 그랬다. 환경공학과에 입학하였지만 학생운동에 집중하느라 전공 공부는 성실히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환경을 전공한 드믄 환경운동가였고, 대학 때 습득한 환경지식들은 활동에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하지 않았는가?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고, 활동력 업그레이드에 대한 욕구도 늘 지니고 있었다. 그러니 유보된 석사논문은 오래된 숙제처럼 가슴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휴식년을 맞은 사람이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 마침 청주 중앙동 도시재생센터 사무실 방 하나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구도심 재생사업 대상지 내 작은 옛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새롭게 단장한 건물로 아래층은 프리마켙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2층 전체가 도시재생센터 사무실인데 상근자가 없었기 때문에 회의나 행사가 없는 날엔 비어있었다. 그런 때는 나의 전용 공간 같았다. 논문을 준비하며 환경운동의 지나온 과정들을 돌아보기에 참 좋은 공간이었다. 누가 들르기라도 하면 ‘도시재생 공간에 인간재생을 위한 둥지를 틀었노라’고 으스대기도 하였다. 문제는 일부 주민대표들의 횡포였다. 도시재생 활동이 가장 활발히 전개되던 시기라 시도 때도 없이 회합을 열었다. 센터의 골목 건너편에 맛이 괜찮은 치맥집이 있는데, 그들은 그곳 2층에 자리를 잡은 뒤 나를 불러내기 일쑤였다. 친근한 유혹이 없었다면 논문작성에 소요된 시간은 1/3 정도로 단축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들과 함께 도시와 환경과 재생과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꿈 같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지속가능발전 대통령상 수상 모습.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지속가능발전 대통령상 수상 모습.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석사논문 주제는 ‘충북지역 환경갈등의 특성과 경향 분석’로 정했다. 연구의 방법과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동안의 환경운동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계기로서 의미도 있었다. 연구 목적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발생한 충북지역의 주요 환경갈등사례를 조사, 분석함으로써 어떤 경향과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지방자치제도의 부활과 지방언론의 성장, 환경운동의 활성화가 맞물리며 표출된 역동적 과정을 체계적으로 돌아보는 일이다. 이를 통하여 환경갈등에 대한 해결방안 또는 환경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분석 대상은 충북지역을 대표할 만한 환경갈등사례들, 1995년부터 2012년까지 발표된 충북권 10대 환경뉴스 178건을 대상으로 32건의 대표적인 갈등사례를 선정하였다. 갈등의 과정을 다섯 시기로 구분하였다. 갈등의 첫 번째 시기는 1995년부터 1998년까지, 비중 있고 다양한 문제들이 동시다발로 표출된 ‘환경갈등의 폭발기’이다. 두 번째 시기는 1999년부터 2002년까지, ‘광역적·유역적 갈등의 표출기’이다. 세 번째 시기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원흥이생태보전운동 집중기’이다. 4기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대강사업 반대운동 집중기’이다. 다섯 번째 시기는 2011년 이후 ‘환경갈등의 전환기’이다.

연구와 성찰을 통해 몇 가지 중요한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환경사안은 비갈등사안에 비해 갈등사안이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갈등사안과 비갈등사안은 마치 천칭과 같이 상호 연관 속에서 확대와 심화, 축소와 완화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정책협력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갈등사안 빈도가 감소하였다. 셋째, 대표적 환경갈등사례는 기간으로 볼 때 3년을 넘어서는 중장기적 사안이 대부분이며, 범위에 있어서는 지역적 사안이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넷째, 갈등의 원인자는 지자체를 비롯한 공공부문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사업자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는 양상이었다. 다섯째, 갈등의 대응자는 대부분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인데, 환경단체 비중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익적 환경단체가 갈등의 촉진자라니... 지자체와 환경단체가 갈등의 원인자와 대응자에서 갈등의 조정자로의 역할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여섯째, 직접적인 환경피해를 초래하는 경우 해당 지역주민이 직접 대응자로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이나 사업 추진 시 주민들의 의견수렴과 참여기회를 확대해야 하는 것이다. 일곱째, 갈등사례 중 조정자가 있는 경우는 절반 이하로 낮게 나타났으며 그나마 대부분이 사법부였다. 소송으로 갔다는 말이다, 환경갈등 예방과 조정을 위한 사회적 기능이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운동가와 환경단체의 주된 모습은 이슈메이커, 갈등대응자의 역할이었다. 관여하고 문제를 제기하면 이슈로 부각되고 갈등 국면이 펼쳐진다. 관여하지 않을 경우 이슈로 부각되지는 않겠지만 환경훼손은 심화될 것이다. 그동안은 갈등 촉발을 통해 환경을 지키던 시기였다. 그 성과로 사회는 변화하고 협치의 영역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협치가 정착되면 불필요한 갈등도 줄어들 것이다. 지금은 과도기다. 여전히 우리사회에는 비판과 견제의 역할이 필요하고, 또한 협치를 견인하기 위한 참여와 협력도 필요하다. 그해 5월 논문심사를 마친 뒤, 거버넌스 체계를 강화하는 일에 집중했던 까닭이기도 하다. ‘굿 거너번스로 전환 2년간의 실험’으로 청주는 지속가능발전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 다음해 휴식년을 마치고 복귀한 뒤 곧바로 풀꿈환경재단을 창립하였다. 현재 풀꿈환경재단은 협력적 환경운동의 촉진자 역할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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