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두려운 것은 우리 자신이다
[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두려운 것은 우리 자신이다
  •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 승인 2020.12.07 10: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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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우리는 보통 《장발장 Jean Valjean》 이라고 말해 왔다.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은 죄와 용서, 사랑과 우정의 서사시로 단테의 《신곡》에 견줄만한 위대한 작품이라고 한다. 《레 미제라블》은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1862년 출간 때부터 1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읽히고 있고, 실제 인물을 모델로 삼아 쓴 소설로 참된 인생 교훈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빅토르 위고(Victor-MarieHugo,1802~1885)
빅토르 위고(Victor-MarieHugo,1802~1885)

빅토르 위고(Victor-MarieHugo,1802~1885)는 시대적인 삶 속에서 자기 경험이나 자기 철학을 바탕으로 사회 참여적이고 가톨릭적인 색채가 짙은 소설이나 시, 희곡을 썼다. 

당시는 정치적으로나 사회경제적으로 불안정하고 불합리한 시대였다. 위고는 비인간적인 불행한 사회를 고발하는 주제로 대중의 의식을 건드리는 문제의식이 다분한 문학작품을 썼다. 사실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도 3분의 1은 주인공 장발장의 이야기고, 나머지 3분 2는 프랑스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관한 위고의 생각이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시기로 아직 약자를 보호하는 사회주의 정책을 실시하기 이전으로 장발장같이 능력 좋은 사람은 갑자기 부를 모을 수 있으나 경제적 약자인 노동자들은 보호받는 수단이 없어 더욱더 비참한 생활을 하던 시기였다. 

정치적으로는 1789년 자유·평등·박애를 기치로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으나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사회 변화가 일어나기까지에는 장기간의 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사회적 혼란이 심했다. 

프랑스 혁명
프랑스 혁명

위고 자신도 역사적인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한때는 하원의원에 당선되어 정치적인 활동을 하였으나 당시 프랑스 혁명의 반작용으로 일어난 1851년 왕정 쿠데타에 반대하여 반정부 인사로 찍혀 브뤼셀로 망명하여 1870년 공화정이 수립될 때까지 조국에 돌아오지 못했으며 위고의 창작활동도 20년 이 망명 기간 동안 주로 이루어졌다. 물론 《레 미제라블》도 이 시기에 썼다. 

장발장
장발장

주인공 장발장은 프랑스 지방의 한 노동자로 아버지가 없어서 추위에 떨고 굶주리고 있는 일곱 조카들을 위해 유리창을 깨고 빵 한 조각을 훔친 후 체포되어 5년의 징역형의 선고를 받고 복역하다 네 차례의 탈옥을 시도하여 징벌로 19년 동안 감옥 생활을 했다. 죄수번호 24601. 그는 청렴과 강직, 의무감으로 똘돌 뭉친 냉혹한 자베르 경감에 의해 20년간 추격을 받는다.

세상은 감옥에서 나온 장발장에게 차갑기 그지없었다. 전과자로 노란 통행증 때문에 가는 곳마다 내보여야만 했고 문도 열어 주지 않고 어디에서도 식사를 주려는 사람도, 잠 잘 장소를 제공하려는 사람도 없어서 들판으로 나가 별을 안고 자려고 했을 정도다.

미리엘 주교
미리엘 주교

미리엘 주교만은 장을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가난한 교구의 착한 주교는 사나이 곁에 앉아 그의 손을 부드럽게 만지며 다른 사람과의 식사 습관대로 자기 오른 편에 사나이를 앉게 하고 말했다. 

“여기는 내 집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집이오.” 
“이문을 들어오는 사람에게 일일이 이름을 묻지 않고 괴로움이 있는가를 물어볼 뿐이요.” 
“여기는 내 집이라기보다 당신 집이오.” 
“여기 있는 것은 모두 당신 것이요.” 

장발장은 암흑 속에 있었다. 법률에 의해 모든 권리를 박탈당하여 분노의 눈초리로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낙오자였다. 자기에게 주어진 참혹한 현실을 증오하고 있었다. 주교의 아름다운 사랑으로 장발장은 전혀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게 되었다. 그는 성당에서 자신을 인간적으로 대접해 준 주교에게 따뜻한 숙식을 제공받았지만 값나가는 물건인 은식기를 훔쳐 도망가다가 경찰에게 잡혀왔다.

주교는 장발장을 보고 외쳤다. 
“아니 웬일이오?” 
“다시 만나게 돼서 잘 됐소.” 
“나는 당신에게 촛대도 주었는데....” 
“왜 당신에게 준 그릇이랑 함께 가져가지 않았소?” 

주교는 벽난로로 가서 두 개의 은촛대를 들고 돌아와 장발장에게 주었다. 장발장은 너무나 큰 반전이라 금방이라도 실신할 것 같았다. 사람이 변하 때는 바로 감동받는 순간이다. 주교는 낮은 목소리로 장발장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당신은 정직한 인간이 되겠다고 내게 약속 했소.” 
“나는 당신을 위해 당신의 영혼을 샀소.” 
“나는 당신의 영혼을 잘못된 생각과 어둠에서 끌어내 하느님께 바치려는 겁니다.”

장발장은 도망치듯 시내를 빠져나왔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질 무렵 나무둥치에 앉아 있을 때 한 소년이 콧노래를 부르며 동전 몇 개로 공기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가 가진 전 재산일지는 모르지만 은전 하나가 그만 땅에 덜어져 장발장의 발 앞까지 굴렀다. 

장발장은 그 은화를 발로 밟고 달라는 소년의 요구를 소리 질러 물러가게 했다. 소년은 바들바들 떨며 곧 울음소리를 내며 달아났다. 장발장은 금방 후회하고 그 소년을 여기저기 찾아보았으나 그 소년은 보이지 않자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 울기 시작했다. 

“아! 아! 난, 구제불능이야!” 

장발장은 그동안 살아온 자기 삶을 바라보았다. 끔찍한 자신을 반추하고 포효하듯 절규하며 오랫동안 참회의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울고 또 울었다. 그날 새벽 주교의 집 앞에서 거리를 왕래하던 마부가 한 남자가 기도하듯 길바닥에 꿇어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장발장은 마들렌으로 이름을 바꾸고 전과 다른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났다. 그는 50살로 늘 생각에 잠겨있는 듯이 보이는 친절한 사나이였다. 자신이 개발한 제조법으로 기업을 운영하여 큰돈을 벌어서 이 지방의 경제의 중심축이 되었다. 가난으로 신음하는 사람들을 아낌없이 돕고, 병원과 학교를 짓고 많은 자선사업을 벌였다. 모든 사람들은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고, 그 지역에 끼친 공로로 국왕으로부터 시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는 즉각 사의를 표명하였으나 사퇴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오직 자베르 경감만은 끊임없이 마들렌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베르 경감
자베르 경감

바로 그 무렵에 어떤 착오로 해서 엉뚱한 사람이 장발장이라는 혐의를 받고 체포되어 재판을 받는 일이 일어났다. 이제 정체가 발각되는 시간이다. 전과자였던 샹마티외는 세 사람의 증인에 의해 죄수 장발장이라고 확인하여 마침내 검사의 종신형을 요구하는 논고를 마쳤으나, 피고 샹마티외는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Who Am I ?)” 

스스로 물으며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하던 장발장은 힘들여 형성해 놓은 재산도 명예도 아낌없이 버리고 법정에 나가 자수하였다. 검사는 존경받는 시장이 자신이 범인이라는 고백에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하여 의사를 불러 귀가 시키려 했으나 그는 과거의 자기 행동을 자세하게 고백하고 증거까지 제시했다. 

《레 미제라블》에서 불쌍한 사람으로 대표되는 사람은 팡틴이다. 당시의 사회상을 대표하는 팡틴의 처절한 운명과 모성애를 그렸다. 고아인 팡틴은 금발과 흰 치아를 가진 아름다운 노동자이다. 부유한 집안의 학생과의 사이에 아이를 가졌으나 그로부터 버림받았다.

팡틴
팡틴

비혼모인 팡틴은 여관 주인 테나르디에에게 양육비를 주는 조건으로 그의 딸 코제트를 맡기고 공장에서 일했으나 그녀는 함께 일하는 직공들의 모함에 의해 공장에서 쫓겨나고 돈 때문에 머리카락과 이빨을 팔고 나중에는 성매매마저 하게 된다. 

테나르디에 부부
테나르디에 부부

여관 주인 테나르디에 부부는 양심이 닳아빠져서 사기꾼이고 위선자로 코제트를 부려 먹는 것을 보면 냉혈동물이 아닌가 싶어진다. 팡틴은 어느 저질 신사에 의해 한 사건에 휘말려 자베르 경감에 의해 체포되는데 거기서 마들렌 시장인 장발장과 만나게 된다. 

장발장이 그녀의 아이 코제트를 데리고 오기로 팡틴에게 약속한다. 장발장은 예전에 그의 공장에서 일한 적 있는 불행한 여인 팡틴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검사님, 저는 언제든지 당신 처분에 따르겠습니다.”라고 약속하고 법정에서 나와 즉각 팡틴의 병실을 찾아갔다. 

재판소는 샹마티외를 석방하고 자베르에게 체포 영장을 보냈다. 자베르에게 사흘만 여유를 달라고 사정했다. 그녀는 병실에서 바로 숨이 넘어가는 순간이었고, 장발장에게 어린 딸 코제트를 부탁하고 죽었다. 

또다시 장발장은 의무감으로 충만한 외골수 자베르 경감에게 체포되고 감옥에 수감되었다. 죄수번호는 9430번. 그가 감옥에서 4년이 지나자 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가 태풍으로 고장 난 배 수리 위하여 정박 중인 군함에서 노역을 치르고 있을 때, 한 수병이 돛의 꼭대기에서 떨어져 돛 아래 밧줄에 한 손으로 매달리는 아찔한 위험에 빠져 있었다. 

누구도 그를 구하는 일에 나서지 않았으나 장발장은 수병의 목숨을 구하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기어 올라가 탈진해가는 그를 구조했고, 다시 내려오다가 바다에 떨어졌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그가 죽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죽은 것이 아니었다. 바다에 떨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바다에 뛰어든 것이다. 바닷 속을 헤엄쳐 바로 옆에 정박해 있던 배에 매여있는 보트 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테나르디에 부부가 운영하는 여관은 몽페르메유에서는 ‘워터루 중사’의 여관으로 알려져 있다. 나폴레옹 전쟁때 중사로 전쟁에 참여했다. 코제트를 하녀처럼 부려먹는 테나르디에 부부를 팡틴이 보면 불쌍하고 애처로워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악질적인 인간은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훔치는 것보다 타인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을 남에게 주지 않고 자기가 가진 채 결코 놓지 않는 인간이다.

장발장은 제일 먼저 그곳으로 가서 1500 프랑을 주고 8살이 된 코제트를 데리고 나왔다. 자베르 경관의 눈을 피해 그녀를 데리고 숨어 살기 좋은 파리로 숨죽이며 들어갔다. 파리에서 자기 사건이 실린 신문 한 부를 구했는데 거기에 장발장은 배에서 떨어져 죽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 

이제 불쌍한 두 사람은 함께 살며 행복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런데 자베르 경감이 그를 바싹 뒤쫓고 있는 것을 알자 막다른 골목까지 도망가서 담을 넘어 피해 들어간 곳은 새벽 기도 중인 수녀회 수도원이었다. 

거기서 그가 옛날 수레에 덮쳐 죽음에서 구해 주었던 포슐르방  노인을 만난다. 그는 과거의 은혜를 갚으려고 헌신적으로 그를 도와주었다. 포슐르방은 원장 수녀에게 동생 윌팀 포슐르방과  그의 딸이라고 소개하고 수도원에 정식으로 채용하게 했다. 

수도원 생활은 착한 행위를 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는 인간으로 만든다. 순수한 수녀님들, 평화로운 정원, 향기를 내뿜는 꽃들, 천진스러운 어린아이들, 그런 것들이 서서히 그의 마음 속에 따뜻하게 스며들고 그를 평화롭게 만들었다.

장발장은 그 노인의 도움으로 수녀원 원장의 허락을 받아 정원사로 일하고 코제트에게 그 수도원에서 교육을 받게 했다. 그는 감옥에 가기 전 원래 가지치기 인부였으므로 지금 다시 기쁜 마음으로 정원사로 돌아가고 있었다. 여기서 몇 해가 흘러가면서 그의 마음은 감사로 가득 차고, 그의 사랑은 더욱더 깊어갔다. 수녀원은 섬과 같아서 파리에서 열심히 일하며 조용한 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 

그동안 코제트는 장발장의 딸이라는 것을 전혀 의심치 않고 무한한 사랑을 받으며 아름다운 아가씨로 성장하였다. 장발장은 포슐르방이 죽자 수도원에서 나왔다. 여기 있으면 수녀가 될  것이고 코제트의 인생을 버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수녀원에서 지낸 5년간의 보상금으로 5천 프랑을 기부하고 허락을 받아 냈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파리 시내 두 군데에 집을 얻어 살면서 매일 코제트의 손을 잡고 한적한 오솔길을 산책하고, 주일에는 성당 미사에 나가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풀었다. 

마리우스
마리우스

어느 날 공원에서 코제트와 함께 산책하는데 마리우스라는 남자와 코제트는 마주친다. 마리우스는 코제트에게 한눈에 반하게 되었고, 코제트 역시 마리우스에 대하여 인식하게 된다. 마리우스는 코제트의 집을 알게 되고 편지를 보내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코제트는 그동안 오직 장발장이었다. 장발장도 그랬다. 오직 코제트였다. 그가 있기에 그 어려움도 슬픔도 이겨냈다. 그의 팔에 매달려 코제트는 자랑스러워하고 행복해하고 즐거워했다. 이렇게 오직 자기만으로 행복해하는 코제트를 보면서 장발장의 마음은 더없는 기쁨으로 가득 찼다. 

이제 파리 한복판에서 혁명의 기운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장발장은 파리를 떠나 이제 몇 달간이라도 런던에 가 있을 계획을 세웠다. 이때 방에서 “일주일 뒤에는 런던으로 떠난다.” 라는 코제트가 쓴 편지를 보고 다른 남자가 코제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장발장은 심한 반항감으로 떨었다. 

장발장은 다시금 코제트를 데리고 사람의 눈을 피하여 숨어 버렸다. 코제트의 행방을 찾는 마리우스는 끝내 그 행방을 몰라 깊은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 사랑이 시작해 놓은 일은 신만이 완성시킨다.

장발장은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는 신성한 곳에서 나온 사람이라 시 직원의 눈에는 매우 존경할 만한 사람으로 인식하여 능히 시경비병이 될 만한 인물로 보였다. 1831년 징병검사를 받아 시민병이 되고 1년에 서너 차례 군복을 입고 경비를 서러 나갔다. 그는 그것을 기쁜 마음으로 해냈다. 세금을 내는 시민의 한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야말로 그의 소원 중 하나였다.

바로 그 무렵 6월 봉기가 일어나게 되었다. 《레 미제라블》에서 마리우스가 혁명의 선봉장이 된 것은 6월 혁명이다. 당시 프랑스는 루이 16세가 단두대에서 죽고 유럽 제국들이 정치질서를 붕괴할 수 있는 프랑스 혁명에 대항하자 혼란기에 전쟁 영웅 나폴레옹이 등장하고 나중에 황제로 등극하였으나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하여 프랑스 혁명 전으로 돌아가고 다시 처형된 루이 16세의 동생 루이 18세가 왕으로 즉위한다. 

국민들의 자유에 대한 열망은 1830년 하원 의원 선거에서 왕정에 반대하는 인사들이 대거 당선되고, 당시 왕인 샤를 10세는 의회를 해산한다. 이 조치로 시민들이 들고일어나 샤를 10세는 쫓겨나고 루이 필립이 왕으로 추대된다. 이것이 7월 혁명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의회 의원에 대한 선거권은 돈 많은 지주와 자본가에만 있자 일반 민중은 붉은 기를 흔들며 총격이 오가는 충돌을 한다. 바로 소설에 등장하는 6월 혁명이다. 저자 위고는 이 6월 혁명이야말로 민중을 위한 진정한 혁명이라고 보고 있었다. 

마리우스는 왕정을 무너뜨리고 공화정을 세우려는 6월 혁명에 뛰어들어 싸우다가 온몸에 부상을 입는다. 이때 테나르디에의 딸 에포닌은 자신이 짝사랑하는 남자인 마리우스에게 코제트의 편지를 전할 때 너무나 인간적인 고민을 한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에포닌은 혁명 현장에서 마리우스를 대신하여 총에 맞아 죽는다. 죽어가면서 마리우스에 부탁한다. 자기 이마에 키스를 해달라고.

6월 혁명
6월 혁명

장발장은 마리우스가 코제트에게 쓴 짧은 편지를 보았다. “나는 죽습니다. 당신이 이 편지를 읽을 무렵 나의 영혼은 당신 곁에 있을 겁니다.” 그는 마리우스 본인이 바리케이드 항쟁의 현장에서 죽는다는 편지를 보자 미운 인간이 죽어가는 통쾌한 장면이 눈앞에 그려졌다. 그러나 얼마 후 장발장은 시민병 복장으로 갈아입고 무기를 들고나간다. 

거기서 시민군에게 밀정으로 붙잡힌 자베르 경감을 만나고 총살 위기에서 그를 풀어준다. 용서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용서하는 것은 하느님과 같다. 장발장이 자베르를 구해줌으로써 그의 영혼을 죽인 것과 같다. 자베르는 뒤돌아 보면서 외쳤다. “당신은 나를 괴롭히는군. 차라리 나를 죽여 주시오.”

정부군은 끊임없이 새로운 병력으로 보강하면서 총탄을 비 오듯이 쏘고 있었다. 장발장은 짙은 포연 속에서도 마리우스에 눈을 떼지 않았다. 이는 코제트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팡틴과의 약속이다. 마리우스는 어깨에 총을 맞고 죽어가고 있었다. 장발장은 그대로 내버려 두면 죽을 수밖에 없는 마리우스를 등에 업고 빠리 시내 지하 더러운 시궁창 속에서 가슴까지 차는 물속에서 이리저리 방황하며 추격해 오는 경찰관을 피하고 죽을힘을 다해 도망쳤으나 오는 도중에 다시 자베르 경감에 붙잡혔다. 

장발장은 자베르에게 마리우스를 살리려고 마리우스의 외할아버지 질노르망이 사는 곳으로 가게 해달라고 사정한다. 이젠 장발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 장발장을 넘길 것인가? 그것은 나쁜 일이다. 양심에 반한 것이다. 장발장을 풀어 줄 것인가? 그것도 나쁜 짓이다. 법에 반한 일이다. 단죄할 수 없는 죄수, 그것이 자베르에게 닥친 현실이었다. 

그는 장발장의 희생과 용기, 사랑의 정신을 보고 자신의 가치관에 깊은 혼란을 느낀다. 탈옥수에 대한 존경,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장발장이 그 자신을 압박하는 무거운 짐이었다. 자베르는 다리 난간으로 가서 모자를 벗어 강둑 언저리에 놓고 곧바로 급류 속으로 떨어졌다. 검은 그림자가 어둠 속 강물로 떨어졌다.

이윽고 마리우스는 부상에서 회복되었고, 코제트와 결혼식을 거행하게 되었다. 장발장은 마리우스에게 자기 과거를 이야기하고, 자기 전 재산을 넘겨준다. 마리우스는 오랫동안 천국의 소녀와 지옥의 노인 사이에 공동생활이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이해하기 힘들었다. 장발장이 찾아온다는 것을 생각하면 소름이 쫙 끼쳤다. 장발장은 코제트가 보고 싶었으나 그녀가 사는 거리 모퉁이에 갔을 때마다 두려워하고 더 이상 가지 못하고 되돌아왔다. 

테나르리에는 마리우스에게 자기가 가진 비밀을 팔려고 찾아왔다. 장발장에 관한 것이었다. 그 대화 속에서 자기를 구해준  자도 장발장이고, 자베르는 그가 죽인 것이 아니고 자살한 것이며, 마들렌이 바로 장발장이고 사업을 해서 큰돈을 벌었다는 것을 알았다. 

마리우스는 그동안 고마운 은인을 오해하고 무시했다고 생각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코제트를 데리고 롬 아르케 거리 7번가 장발장에게 찾아갔다. 장발장은 창백한 얼굴이지만 기쁨 마음으로 반겼다. 장발장은 ‘용서’ 라는 말을 되풀이할 때마다 존경심이 가득 차 외쳤다. 

“이분이야말로 천사가 아니고 무엇이겠소!” 

장발장은 그동안 소중히 간직해온 주교에게 받은 은촛대도 두 사람에게 넘겨준다. 

“그것을 내게 주신 분이 지금 하늘에서 나를 보시고 만족해하실지 모르겠구나.” 

그날 밤은 별도 없이 캄캄했다. 아마도 그 어둠 속에서 어떤 위대한 천사가 날개를 펴고 한 영혼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책을 덮으며 여러 생각이 겹친다. 과거에 읽었던 《장발장》과는 달랐다.  2천 쪽이 넘는 6권으로 된 전작 《레 미제라블》을 읽으니 진실한 감동을 온몸으로 느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을 논할 자격이 없다.” 삶의 고통에 울어보지 않은 사람은 세상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 단편적으로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으로 법과 도덕의 잣대로 잴 수 있을까. 

사람은 변하기는 참 어렵지만 《장발장》처럼 변할 수 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신의 얼굴을 보는 것과 같다. 인간의 내면에 숨어있다가 사랑하는 마음이 일어나면 그것은 천사의 얼굴이다. 넘어지고 상처 입은 사람에게 연민을 느끼는 일이 얼마니 소중한가.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남은 생을 마무리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잘 죽는 일인가. 가수 신해철(1968~2014)의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노래 가사에 뜻이 있다.

우린 창문 사이로 
하얗게 별이 뜨던 그 교실 
나는 기억해요 
내 소년 시절에 파랗던 꿈을

세상이 변해갈 때 
같이 닮아가는 내 모습에 
때론 실망하며 
때로는 변명도 해보았지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린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홀로 걸어 가네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회 없노라고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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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2022-05-28 14:06:06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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