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날짜를 바꿔가며 약 16시간에 걸쳐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수위를 놓고 심의를 계속했던 이른바 ‘윤석열 콘클라베(Conclave)’에서, 윤 검찰총장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가 내려졌다.
이를 두고 장고 끝에 ‘악수(惡手)’라느니 ‘묘수(妙手)’라느니,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즉각 최고 수위의 해임이나 면직을 기대했던 쪽은 턱 없이 약한 ‘악수’라며 침을 뱉고 싶은 마음이고, 수구언론의 예상대로 가장 약한 징계에 불과하다며 윤 검찰총장의 승리에 도취된 쪽도 있을 것 같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6일 오전 검사 징계위 심의결과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 문 대통령이 이를 곧바로 재가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징계를 받은 윤 총장이 이 결과를 그대로 수용할 지 여부다. 전날 심의위 참석 후 윤 총장 변호인단이 밝힌 입장은 단연코 ‘불복’이었다.
이완규·이석웅·손경식 변호사는 전날 “법무부에서 이미 결론을 다 정해놓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며 “징계가 확정되면 징계절차 자체가 위법하고 부당하기 때문에 승복할 수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는 징계 결과에 대한 무조건적인 불복을 뜻하는 것으로 보여, 윤 총장 측은 징계에 대한 가처분 신청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윤 총장 징계가 검찰총장으로서 공정성과 중립성과 같은 가치판단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재판부 불법 사찰이나 〈채널A〉 검언유착 등 구체적인 직권 남용과 일탈행위와 같은 명백한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잔여임기가 불과 7개월여 남아 있는 가운데 조만간 공수처 출범과 동시에 ‘공수처 수사대상 1호’로 오를 경우 윤 총장이 취할 운신의 폭은 결코 넓지 않아 보인다. 위신과 체면 등 권위적인 스타일의 윤 총장에게 2개월 정직은 아주 고약한 결과물로 여겨질 수 있다. 2개월 정직기간을 빼면 실제 잔여임기는 5개월로, 선뜻 받기도 그렇다고 반발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윤 총장의 반발은 스타일 구기는, 시쳇말로 찌질함의 극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마냥 승복하는 것도 모양새 빠지기는 마찬가지. 내친 김에 “(지지해주는) 마음만 받겠다”며 버럭 자진사퇴 후 정치입문을 선언하는 것 또한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이에 비해 추 법무부 장관으로서는 징계위 결과가 비록 미흡하더라도 문 대통령의 든든한 백업을 받으며 여전히 칼자루를 쥐고 있는 장수의 입장이다. 필요할 경우 국회 탄핵이라는 카드도 동원 가능하다.
반면 윤 총장은 서슬 퍼런 칼날 위에서 근근이 목숨 부지하기에 급급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택지는 갈수록 외통수를 향할 수밖에 없다.
윤 총장은 이날 출근에 앞서 발표한 입장문에서 “임기제 검찰총장을 내쫓기 위해 위법한 절차와 실체 없는 사유를 내세운 불법 부당한 조치”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윤 총장은 징계가 확정될 때까지 정시에 출·퇴근하고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대검이 전했다.
한편 추 장관이 지적한 윤 총장의 비위 사실은 ▲언론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 ▲채널A 검언유착 사건· 및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채널A 사건 감찰 정보 외부 유출 ▲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 모두 6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