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해치상’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까닭은?
대검찰청 ‘해치상’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까닭은?
  • 정문영 기자
  • 승인 2020.12.20 12: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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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대검찰청 내 '해치상(獬豸像)'의 모습/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대검찰청 내 '해치상(獬豸像)'의 모습/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해치상을 궁문 앞에 세우는 제도는 중국 초나라 때부터 있었다. 그 뜻은 대소 관원들로 하여금 마음속의 먼지를 털어내고 스스로 경계하는 마음으로 법과 정의에 따라 매사를 처리하게끔 하는 데 있다” (허균, 《궁궐장식》 중에서).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20일 ‘공무원에 대한 징계권 남용은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경우에만 인정된다'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를 소개하면서, ‘숙정(肅正)’과 ‘해치상(獬豸像)’을 언급했다.

그는 이날 〈저는 대검 감찰부장으로서 본연의 업무를 다하고자 합니다〉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감찰이란 공무원 관계의 질서 및 기강 유지를 목적으로, 공무원의 의무를 위반하는 사례를 적발해 국가가 사용자의 지위에서 과하는 행정상 제재인 징계를 하기 위한 활동"이라고 일깨웠다.

이어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은 당해 공무원의 직무상 위반행위 기타 비행이 있는 경우 공무원 관계의 질서를 유지하고, 기강을 숙정해 공무원의 의무를 다하도록 하기 위하여 과하는 제재"라며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숙정'이란 어떤 대상이나 기강 따위를 엄하게 다스려 바로잡는다는 뜻이다.

그는 "본래 대검 청사 1층 로비에 해치상이 설치돼 있었는데, 당시 검찰총장이 구속되는 등 안 좋은 일이 이어지자 건물 밖 외진 곳으로 옮기고 그 뿔을 대법원 쪽으로 향하게 배치했다고 한다"며 대검찰청 측면 산책로 한 켠에 위치한 ‘해치상’을 거론했다. 검찰총장을 구속시킨 재판부에 대한 불만을 이렇게 드러낸 게 아니냐는 법조계 의혹을 소개한 것이다.

"광화문이나 국회 앞처럼 해치상은 소속 청사 앞문에 세워 내부자들을 경계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검찰총장의 화를 조형물 탓으로 돌리는 미신적이고 미봉적인 사고를 경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조직 기강의 숙정을 위해 또한 제작하신 분과 기증하신 분의 뜻과 충정을 존중하여, 법과 정의의 화신인 해치상을 원래 있던 대검찰청 로비로 다시 들여놓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는 허균이 지은 《궁궐장식》 중 한 구절을 인용, "해치상을 궁문 앞에 세우는 제도는 중국 초나라 때부터 있었다. 그 뜻은 대소 관원들이 마음속의 먼지를 털어내고 스스로 경계하는 마음으로 법과 정의에 따라 매사를 처리하게끔 하는 데 있다"고 떠올렸다.

그리고는 “해치상을 보며, 검찰 구성원 모두가 정의로운 사회를 유지해 나가는 검찰 본연의 의무를 겸손하게 수행해 나갈 수 있는 마음을 되새기게 되길 바란다”며 “무엇보다 역사적 고증에 충실하고 해치의 기상까지 전해지는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해치상’에 관해서는 지난달 19일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대검 뒷마당 구석에 '해치상'이 있다. 원래는 대검 로비에 있었는데, 김태정 장관과 신승남 총장이 연이어 구속되는 등 흉흉한 일이 계속 되자, 대검은 해치상 뿔 방향을 바꿔보다가 결국 청사 밖으로 쫓아냈다”며 “해치상은 내쫓겼지만, 저는 쫓겨나지 않았고 결국 청사 안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해치상’은 시비와 선악을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상의 동물로, 모양은 사자와 비슷하나 머리에 뿔이 달려 있는 '정의의 상징' 같은 존재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본 떠 만든 조각상이다.

그런데 대검 로비에 있던 이 조각상이 온갖 부조리로 대검 수뇌부가 잇달아 구속되면서 이를 "재수 없다"며 청사 밖으로 내쫓았고, 지금은 청사 안 후미진 산책로에 버려져 있다.

궁문 앞에 세웠던 중국 제도는 차치하고라도, 광화문 정부 청사나 국회 앞에 세워진 것과는 전혀 다르게 대검찰청에서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이는 현재 검찰이 얼마나 썩어 문드러져 있는 곳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검찰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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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0 16:04:11
검찰도, 특히 문재인 정부도 개혁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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