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신념의 가치와 깨닳음
[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신념의 가치와 깨닳음
  •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 승인 2020.12.21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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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돈키호테

우리는 실생활에서 걸핏하면 돈키호테를 들먹입니다. 유럽 현대 소설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험난하고 흥미 진진한 모험담인 《돈키호테》를 전부 읽은 자는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그저 풍차에 돌격하는 이상한 사람에 관한 소설로 알고 있으나 완독하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러시아 문호 도스도예프스끼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돈키호테》는 고전 중의 고전입니다. 누구나 『돈키호테』를 완독하는 것은 도전입니다. 2000쪽 가까운 두꺼운 소설 『돈키호테』를 읽다가 포기합니다.

러시아 작가 투르게네프(1818~1883)는 《햄릿》을 사색가형으로, 『돈키호테』를 행동가형으로 구별하였습니다. 《햄릿》형은 생각은 많지만 행동은 결여된 유약한 지식인을 가리킵니다. 삶은 가만히 있는 자에겐 그 어떤 것도 주지 않습니다. 인생을 바꾸거나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머뭇거려서는 안됩니다. 즉시 시도하고 용감하게 실행하여야 합니다. 날마다 뜨거운 가슴으로 오늘을 살아야 합니다. 돈키호테가 그런 사람입니다.

돈키호테는 실패할 때도 전혀 굴하지 않습니다. 마술사가 마법을 써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자기합리화 합니다. 반대를 무릅쓸 용기, 고집, 무모함, 끈기 등으로 고유명사 《돈키호테》는 모한 도전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의 일반명사화가 되었습니다.

세상에는 소명의식으로 무장하여 지치지 않은 집념과 도전적인 실천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국(大國) 명나라의 한자가 아닌 세종대왕의 우리글 한글 창제도 그랬고, 중국이 아닌 우리 산천을 배경으로 독창적인 한국화를 그린 겸재 정선(1676~1759)도 그렇습니다.

돈키호테형은 보는 시각에 따라 과대망상에 빠진 충동적 몽상가가 될 수 있고, 꿈과 이상을 향하여 굳은 신념으로 저돌적으로 행동하는 불굴의 인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시각 차이는 얇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모든 모험에는 ‘망한다’는 딱지가 붙어있습니다. 결과를 모르기에 무모합니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
미겔 데 세르반테스

이 소설의 원제목은 《재치 있는 이달고 돈키호테 데 라만차》입니다. ‘라만차’는 돈키호테의 거주지이고 ‘데’는 영어의 of의 뜻으로 ‘의’로 해석합니다. ‘돈’은 남자 이름 앞에 쓰는 경칭이고, ‘이달고’는 작위가 없는 귀족이란 뜻입니다. 결국 《재치 있는 시골 양반 라만차의 돈키호테》로 해석합니다.

돈키호테의 이름은 알론소 키하노입니다. 편력 기사가 되면서 이름을 바꾼 것입니다. 편력(遍歷)은 널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 경험을 한다는 뜻인 방랑 기사입니다.

이 소설의 저자 미겔 데 세르반테스(1547~1616)는 마드리드에서 30km 떨어진 곳에서 가난한 외과의사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당시 의사는 지금과 달리 엄청난 직업은 아니고 이발사와 비슷했다고 합니다. 가난해서인지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돈키호테》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길거리에 있는 찢어진 종이라도 주워 읽는 열렬한 독서광이었습니다. 

당시는 스페인의 전성시대가 저물어 가던 시대였습니다. 무적함대의 카를 5세의 스페인 전성기는 아들 페르페 2세가 즉위하면서 점점 사라져갑니다. 그는 견문을 넓히고 일자리를 구하고자 르네상스시대 최고의 인문주의자 에라스무스(1466~1536)의 추종자로 알려진 어느 로마 교황청 추기경의 시종으로 종사하였습니다. 당시 이태리는 14세기에서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말기 분위기였습니다. 여기서 그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꼈을 것이라고 추측됩니다.

세르반테스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는 기사소설에 영향 받아서인지 스페인 군에 자원입대하여 전성시대의 마지막 해전인 기독교 연합함대와 터키 함대와의 싸움인 레판토 해전(1571년)에 참가하여 열심히 싸웠고 무적을 자랑하던 터키 함대를 격퇴하고 전쟁영웅이 되었습니다.

레판토 해전
레판토 해전

그러나 세르반테스는 불행하게도 왼쪽 팔을 잃었고, 1575년 왕의 동생이며 해군 총사령관의 추천장을 지니고 귀국 도중, 해적의 포로가 되어 5년간 갤리 선의 노를 젓는 등 노예생활을 경험했습니다. 《돈키호테》소설에 ‘포로 이야기’라는 부제로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는 얌전히 있을 사람이 아닙니다. 몇 번이고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결국 기독교 상인의 도움으로 어렵게 몸값을 지불하고 고국에 들어왔으나, 고생고생하면서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때로는 구속도 되는 등 갖은 고생을 하였습니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감옥에 갇혀 최악의 상황에 있을 때 구상하였습니다. 세르반테스는 이 소설에서 스페인의 부조리한 사회현상과 지배계급을 풍자하여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려 주려고 했습니다. 스페인의 무적함대가 영국에 패배를 한 역사적인 대사건(1588년)이 일어난 후입니다.

 소설은 전편과 후편으로 되어있는데 전편은 1605년에, 후편은 전편 출간한지 10년 후인 1615년에 출간하였습니다. 『돈키호테』에서 활략하는 편력기사의 전성기는 대략 12세기 입니다. 이 소설이 나오기 3~4세기 전의 일로 실은 시대착오적입니다. 『돈키호테』는 기사소설이지만 당시에 유행했던 기사소설을 스스로 조롱거리로 삼아서 고사시킨 작품입니다.

그가 고향에서 제정신으로 돌아와 죽을 때 한 유언에서 조카딸이 결혼하기를 원한다면 배우자가 기사도에 관한 책에 대하여 완전히 모르는 자인가를 확인한 후에 결혼하도록 당부했으며, 자기 때문에 《돈키호테》 후편을 쓴 자에게 용서를 구했습니다.

기사소설은 16세기 초반부터 도덕주의자들이나 인문주의자 에라스무스에 심취에 있는 작가들에 의해 비난받았습니다. 거짓말과 허영, 음란한 사랑을 유도하는 비도덕적인 책으로 단정했습니다.

 『돈키호테』는 책을 낼 당시 유행했던 운문 형식이 아니고 당시 기사소설을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한 작품으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1604년 세르반테스는 집필을 끝내고 관례대로 이 책을 찬양하는 시를 써 줄 사람을 찾았으나 구하지 못한 채 출판했습니다.

전편 소설은 대히트를 쳤습니다. 일곱 차례 거듭 인쇄되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빚에 쪼들렸습니다. 돈에 궁한 나머지 저작권을 출판사에 넘겼고, 저작권도 카스티야 지방에 국한되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도움이 안 되었습니다.

얼마나 인기가 있었던지 세르반테스를 사칭하여 1614년에는 후속편이 해적판으로 나올 정도였습니다. 세르반테스는 부랴부랴 1615년에 후편을 발표합니다. 세르반테스가 1년 후인 1616년 4월에 세상을 떠난 것을 감안하면 해적판 덕분에 후편이 나올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돈키호테』는 해학과 풍자소설입니다. 당시는 루터의 종교개혁에 맞서 종교재판소를 설치하여 이단자를 처벌하고 표현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아 심한 검열이 행해졌던 절대 왕조시대였습니다.

작가인 세르반테스는 소설에서 이중 삼중 안전장치를 두었습니다. 서문에서 자기를 의붓아버지로 규정하여 진짜 저자는 자신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원래 이 이야기는 아라비아의 역사학자 베넹 헬리가 쓴 것이며, 아라비아말을 무어인이 번역하였으나 무어인은 천성적으로 거짓말을 잘하고 우리하고는 원수지간이라 진실과 거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속에서 말합니다.

실제로 『돈키호테』 8장 끄트머리에서 용감한 비스카야 인과 의기양양한 돈키호테의 굉장한 결투의 결말이 끊겼으며, 작가는 빠져있는 이야기를 어디서 찾을 것인지에 대하여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연히 어느 날 시장에 나갔다가 어느 소년이 팔려고 내어놓은 종이뭉치 잡기장이 바로 아라비아어로 쓰인 베넹 헬리의 《돈키호테》에 관한 이어진 글이어서 즉시 싸게 사서 무어인에게 번역을 시켰다고 합니다.

이 소설에는 주인공 돈키호테와 종자 산초 판사와의 대화, 이런저런 모험에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많이 있습니다. 돈키호테는 세 차례의 모험을 떠납니다.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

수백 년 전 스페인 라만차 지방의 시골 마을에 한 귀족이 살았습니다. 그는 쉰 살로 깡마른 체구에 가정부와 조카딸, 그리고 농사일을 거드는 하인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지출의 3/4은 먹는데 쓸 정도로 가난했지만 자존심 하나는 강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이 귀족은 기사소설에 지나치게 푹 빠져 밤새우기 일쑤였고, 소설책만 읽는 바람에 골수가 다 빠져 버려서 정신이 이상해졌다고 합니다. 요즘의 게임중독과 같은 것입니다. 소설에 나오는 멋진 기사들의 목숨을 건 모험과 정의로운 행동은 그의 마음을 샀습니다. 사냥이나 농사는 제쳐두고 기사소설을 사기 위해 논밭까지 팔아치웠습니다. 집안은 온통 기사소설로 넘쳐났습니다.

그는 자기가 읽은 책의 주인공인 편력 기사들이 행한 것처럼 어느 날 말을 타고 무장한 채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기사도 정신으로 정의를 세우고, 약자를 돕고, 자신의 명예를 드높이고 싶었습니다. 그는 기사에 필요한 준비물을 하나씩 하나씩 갖추었습니다. 녹슬고 곰팡이 핀 조상들이 사용한 갑옷을 닦고, 가리개 없는 투구를 정비하였으며, 그의 비쩍 마른 말은 ‘로시 난테’로 이름 지었습니다.

 기사소설에는 편력 기사가 목숨 바쳐 사랑하는 여인이 꼭 등장합니다. 중세 당시 기사도적인 사랑의 대상은 왕이나 영주의 부인이거나 딸입니다. 기사는 부인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보입니다. 귀부인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서 자기의 활동상황을 보고합니다.

돈키호테는 자기만의 상상으로 이웃 마을에 사는 농부의 딸 알론사 로렌소를 예쁜 공주에 어울릴만한 ‘둘시네아 델 토보소’라는 새 이름을 붙이고 마음의 주인으로 모셨습니다. 물론 그녀는 돈키호테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돈키호테도 방랑 도중에 사건의 결말이 있을 때마다 산초를 둘시네아에게 보내서 활동상황을 보고합니다.

세상에 자기가 바로잡아야 할 일이 널려 있다고 믿는 그는 조바심이 났습니다. 그는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출발하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여관을 하나의 성으로, 주인을 성주로 보았고, 돼지를 치는 사람이 뿔피리를 불며 지나갔는데 자신의 도착을 알리는 나팔소리로 착각했습니다.

그는 거기서 보초도 서고, 투숙객들과 다툼도 있었습니다. 소란이 커지자 돈키호테를 빨리 내보내려고 원하는 대로 기사로 임명했습니다. 이제 심부름을 해줄 하인만 있으면 됩니다. 그는 여관집 주인의 충고대로 돈과 옷 등 반드시 지녀야 할 것들을 준비하기 위하여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서 이웃집에 사는 머리가 약간 아둔한 작고 땅딸막한 농부 산초 판사를 찾아가 자신의 종자가 되달라고 꼬드겼고, 악당을 물리치고 섬을 차지하면 그 섬의 영주를 시켜주겠다는 약속으로 수락을 받아냈습니다.

돈키호테는 희망의 노래를 부르는 이상주의자로 선한 존재입니다. 소설 내내 작가의 상상력으로 돈키호테의 광기가 보였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은 것을 들었으며, 생각하지 않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그는 불의에 맞서 정의를 불태우고 주저하거나 미루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멸시하고 비난하지만 그것에 개의치 않고 견뎌냈고, 계산 없이 순진하고 약자에 마음 쓰는 따뜻한 인간미를 보여주었습니다. 한마디로 돈키호테는 ‘숭고한 광기’의 소유자입니다.

돈키호테의 시종 산초 판사는 단순하고 무식하나 솔직하고 세속적인 면이 있지만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그는 현실감각의 기준입니다. 돈키호테는 광인이지만 혼자 있을 때는 제정신인지 아닌지 알 수 없습니다. 풍차 공격 때 돈키호테는 풍차를 거인으로, 수많은 풍차를 마법사의 군대로 보지만 산초는 풍차라고 합니다. 돈키호테와 산초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시종 산초판사와 신부, 이발사, 조카 딸, 공작과 공작부인, 삼손 카라스코 학사입니다. 이들을 일반사람처럼 현실적인 사람들입니다. 신부와 이발사는 돈키호테를 정신병자로 생각하여 치료를 위해 마법사로 속여서, 삼손 카라스코 학사는 편력 기사로 분장하여 결투로 내기를 걸어 이겨 고향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공작과 공작부인은 오히려 돈키호테의 광기를 즐겼습니다.

조카딸은 돈키호테가 책 속의 편력 기사들의 과대망상적인 무용담에 몰입하여 약간 제정신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여 문제의 돈키호테 서재에 꽂힌 책들 중 몇 권을 제외하고 끄집어내어 모조리 불태웠습니다. 다만, 스페인에서 출판된 최초의 기사소설인 『아마디스 데 가울라』와 1585년에 자신이 쓴 첫 번째 소설인 목가소설 『라 갈라테아』는 제외시켰습니다.

전편에서 돈키호테는 현실을 자신만의 착각 속에서 환상적으로 보고 다른 사람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저돌적으로 행동을 합니다. 편력 기사의 모험을 다루기 때문에 일관된 내용의 줄거리는 없고, 에피소드들이 연이어 나옵니다.

지나가는 상인들에게 봉변 당한 일, 풍차를 거인으로 오인하여 돌격하는 장면, 여관에서의 난동과 기사 서품식, 비를 피하려 놋대야를 뒤집어쓴 이발사를 향해 칼 휘두르는 맘브리노 투구 탈취사건, 노 젓는 죄수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돌격한 일, 여관에서 벌어진 난투극, 포도주 자루를 거인으로 오인하여 베어버린 일, 4명의 목동이 이끄는 양 떼와의 전투, 숲의 기사와의 결투, 신부와 이발사가 고향으로 가게 꾸민 미 코미코 공주 분장 사건, 카르데니오와 루신다, 돈 페를 난도 도로테아의 사랑이야기 등등이 있습니다.

돈키호테와 풍차
돈키호테와 풍차

그는 그 과정에서 풍차에 휩쓸려 날아가고, 두들겨 맞고, 발길질 당하고, 이가 다 부러지고, 귀가 잘리고, 향유를 만들어 치료하지만 구토와 질환에 시달리고...... 고난이란 고난은 다 당합니다. 돈키호테는 그럴 때마다 별명이 있습니다. ‘불쌍한 몰골의 기사’, ‘사자의 기사’입니다.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이고,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었습니다.

후편은 돈키호테의 세 번째 모험의 길로 나서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후편에는 이미 발간된 전편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후편의 제목은 『라만차의 재치 있는 기사』로 현실을 현실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여관은 여관으로, 사자와 결투할 때 사자를 사자로, 공작의 성을 성으로, 황소와 돼지 떼를 사실 그대로 인식합니다.

 전편을 통하여 알게 된 공작 부부가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이 두 주인공을 가지고 집요하게 놀려먹고, 돈키호테가 경험했다는 몬테시노스 동굴 이야기와 섬의 총독이 된 산초가 겪었던 일이 일어나고, 같은 고향 출신 삼손 카라스코는 돈키호테를 고향으로 데리고 가기 위해 한 번은 ‘숲의 기사’로 분장하여 싸움에서 졌고, 다음에는 ‘하얀 달의 기사’로 속여 이겨서 편력 기사로서의 종지부를 찍게 합니다.

돈키호테는 ‘하얀 달의 기사’와의 결투에서 패하여 약속대로 고향으로 갑니다. 꿈을 잃는 것은 죽음과 진배없습니다. 그는 마음의 상처를 입고 삶의 의욕을 잃어서 갑옷을 벗고 무기도 들지 않고 여행자처럼 고향으로 와서 제정신으로 돌아와 죽었습니다.

삼손 카라스코가 돈키호테를 위해 지은 묘지명에 “그가 미쳐 살다가 정신 들어 죽었음을 보증하노라”라고 썼습니다. 부잣집 귀족 돈 안토니오가 돈키호테와의 싸움에서 이긴 ‘하얀 달의 기사’에게 힐난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광인을 제정신으로 돌리고자 모욕을 가하다니 돈키호테가 제정신으로 줄 수 있는 이득이 그가 미친 짓을 함으로써 주는 즐거움에 미칠 수 없다는 것을 모르시오?”

돈키호테는 뒤틀린 세상을 바로 잡고자 하는 의무감에 사는 사람입니다. 자기의 시각대로, 자기의 가치관에 따라 남을 평가하거나 모욕해선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다르다 와 틀리다는 별개입니다.

후편에서는 상상도 못할 칭송을 받습니다. 돈키호테는 전편으로 이미 널리 알려져 유명한 인물이 되었습니다. 좀 모자라는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이 돈키호테의 분별 있고 진정성 있는 훌륭한 말에 아주 공감해합니다.

산초도 섬의 총독에서 보여준 것처럼 지혜와 남을 위하는 사려깊은 인물로 변해갑니다. 자기 소망이었던 섬의 통치자가 된 것이 어리석었다고 고백하며 그 자리를 그만두고, 임종을 앞둔 돈키호테에게 편력 기사로서의 모험을 다시 찾아 나서자며 오열을 터뜨리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결국 관대하고 선한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는 거의 닮아가고 있습니다. 고향 라만차로 돌아가는 길에 농부들이 판정을 구한 사안에 관하여 산초 판사의 상식에 기반을 둔 분별력에 놀랐으며 “하인이 저 정도이니 그 주인의 분별력은 어느 정도겠는가?”하며 감탄하였습니다.

끝으로 돈키호테가 가장 용감한 사람이 된 것은 자기 자신이 세상에 정의를 구현하는 편력 기사라는 신념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자신과 주변을 보는 관점에 따라 자기의 행동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운명이라는 것은 없으며 각자가 운명의 창조자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한 분야에 최고가 되려면 미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치지 않으면 세상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하고 너무 평범하여 주목도 받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몽상가를 미친놈 취급을 하면서 조롱하지만, 돈키호테처럼 진지한 신념을 가지고 돌진하면 세상에 긍정적인 결과를 줄 수 있습니다. “꿈을 꾸려면 돈키호테처럼”이란 말이 있습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행동으로 존재하는 《돈키호테》를 완독한 독자들은 그저 돈키호테가 우스꽝스러운 미치광이로 무가치한 존재로 보지 않을 것입니다. 살면서 자신의 모습이 한없이 힘없는 ‘불쌍한 몰골’로 비추어질 때 우리는 《돈키호테》를 떠올리고 위로를 받을 것이며, 어떻게 살아야 ‘가치 있는 삶’인지 깨달을 것입니다. 에라스무스는 “문학에서 명성을 이룬 사람을 나는 신과 같은 존재로 찬미하고 존경한다”라고 말합니다. 세르반테스를 두고 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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