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의 환경이야기] 환경을 지키는 못생긴 나무들
[염우의 환경이야기] 환경을 지키는 못생긴 나무들
염 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0.12.25 1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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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 활동가들.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인류가 직면한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는 이제 전문가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지혜를 모아 실천하고 이겨내야 할 문제다. 이에 굿모닝충청은 충북 환경운동의 역사로 불리는 풀꿈환경재단 염우 상임이사로부터 환경의 중요성과 더불어 우리지역에서 진행돼온 환경운동의 현실과 앞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 등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산중에 있는 나무들 가운데 가장 곧고 잘생긴 나무가 가장 먼저 잘려서 서까래 감으로 쓰인다. 그 다음 못생긴 나무가 큰 나무로 자라서 기둥이 되고 가장 못생긴 나무는 끝까지 남아서 산을 지키는 큰 고목나무가 된다. 못생긴 나무는 목수 눈에 띄어 잘리더라도 대들보가 되는 것이다. 효림 스님이 지은 ‘힘든 세상, 도나 닦지’ 중에 나오는 이야기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 내가 참 좋아하는 문구 중 하나이다. 내가 생각하는 못생긴 나무는 환경운동을 하는 나의 동료활동가들이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다른 직장 포기하고 열정적이고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 청년기에 주로 듣던 말이었다. 이젠 다들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함께 활동하며 내가 따라 배우기도 하던 우리 지역의 두 선배활동가가 있다. L선배는 관계의 달인이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 관계를 웬만하면 형과 아우 사이로 정리한다. S선배는 논쟁의 달인이다. 어떤 주제로 논의를 하건 자신의 명확한 논리를 가지고 주장을 펼친다. 부러웠다. 과연 사회활동가로서 내가 가지고 있는 강점은 무엇일까? 겨우 찾아낸 것이 뚝심이다. 소 같은 우직함 또는 곰 같은 듬직함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끝까지 남아있기를 잘하는 편이었다. 술자리도 시작이 어렵지, 분위기에 적응하면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모임에 가입해도 웬만하면 탈퇴하지 않는다. 이래저래 하다보면 어느덧 가장 오래된 사람으로 남는다. 대학 때는 학생회 활동 9년, 사회에 나와서는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실무활동을 18년 했다. 환경운동은 25년째, 사회운동은 34년째 지속하고 있다. 그것도 지역에서 말이다. 오래 버티기의 달인인 셈이다. 하지만 ‘못생긴 나무’의 진정한 의미는 위치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신념을 지키는 것이다. 신념을 지키고 사는 나의 동료, 못생긴 활동가 몇 명을 떠올려 본다. 

활동가 Y는 내 동창이었으나 나 보다 먼저 사회활동을 시작했고 청주의 첫 환경단체인 푸른청주시민모임을 만들었다. 모임이 청주환경운동연합으로 전환을 하던 1996년 사무국장으로 실무책임을 맡았고, 나도 그때 실무활동을 시작하였다. 탁월한 활동 감각과 명석한 판단력을 지녔던 그는 4년 동안 사무국장을 맡아 단체를 빠르게 정착시켜 놓았다. 나는 조직부장을 맡았는데, 동창인 사무국장과 함께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활동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3년 뒤 1999년 사직을 하고 대학원을 진학했다. 그 기간에 충북환경연구소를 창립하고 비상근 연구기획실장을 맡았다. 이후 국가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 결합하면서 활동영역을 서울로 옮겼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을 거쳐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사회적 협동조합 ‘한강’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비록 지역은 떠났지만 더 큰 무대에서 환경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활동가 P는 나의 대학 후배였으나 푸른청주시민모임 때부터 환경활동을 시작하였다. 1999년 Y가 사직하자 청주환경운동연합의 두 번째 사무국장 역할을 맡았다. 나는 그때 별도의 광역조직으로 분화되었던 충북환경운동연합의 사무차장 역할을 맡았다. 두 단체는 재정과 사업이 분리된 독립적 조직이었지만 한 사무실에서 가족처럼 활동하였다. 그는 덩치도 좋고 마음씨도 좋고 넉살도 좋았으며 특히 이벤트 활동에 출중했다. 주로 충북환경운동연합은 광역차원의 정책현안 대응을, 청주환경운동연합은 지역차원의 환경이슈와 회원사업을 담당하였다. 이후 두 조직의 통합 작업이 이루어져 2007년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 창립하였으며 통합사무처 정책국장을 맡았다. 2009년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로 파견을 가서 활동하였다. 꽤 오랫동안 서울에서 활동을 한 후 2017년 세종특별자치시로 내려와 세종환경운동연합을 창립하고 사무처장을 맡았다. 고향으로 돌아와 환경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2012년 1000개의 초록별돌 쌓기 행사 모습.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나는 1996년 청주환경운동연합 조직부장으로 실무활동을 시작하였다. 1999년 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차장으로 실무활동을 전담하게 되었으며, 얼마 후 사무처장 역할을 맡았다. 조직을 확대·분화하고 충북지역 정책현안 대응활동을 활발히 전개하였다. 양적 성장에 치우쳐 방만하고 느슨해진 조직을 통합, 재정비하여 2007년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을 창립하였으며 통합사무처 실무책임 역할을 맡았다. 2009년 500플러스 회원확대운동을 통해 회원 중심의 자립적 재정구조를 확립하였다. 연대협력기구인 금강유역환경회의와 녹색청주협의회 창립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2013년 휴식년을 갖고, 2014년에 복귀하여 풀꿈환경재단을 창립하였다. 2015년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분리되었으며, 나는 풀꿈환경재단의 상임이사 역할을 맡았다. 2016년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 관장, 2019년부터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을 맡고 있다. 꾸준히 지역에 남아 환경운동을 계속하고 있으니 진정 못생긴 나무라 할만하다.  

활동가 K는 대학생모임으로 활동을 시작하여 1998년 청주환경운동연합 실무활동을 시작하였으며, 푸른청주21실천협의회에 파견되어 실무활동을 맡기도 하였다. 2002년 충북환경운동연합 실무활동에 본격 결합하였다. 교육연구분야 활동역량이 탁월하며 가히 정리의 달인이었다. 2007년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창립 이후에도 실무활동을 계속하였으며, 2013년 내가 휴신년을 갖게 되자 후임으로 2년간 사무처장을 맡았다. 2015년 풀꿈환경재단이 독립적 운영을 시작하자 사무처장을 맡아 나와 함께 새로운 영역의 실무활동을 총괄하였다. 2016년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 위탁운영을 시작하면서 사무처장을 맡았으며, 2018년 이후 후임으로 관장을 맡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몇 차례 업무를 중단한 적 있으나 곧바로 복귀하였으며, 역시 지역에 남아 환경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활동가 L은 대학 졸업 후 우리지역에 정착하였으며, 2005년에 충북환경운동연합 실무활동을 시작하였다. 1995학번이니 여기 언급된 활동가들 중에서는 가장 젊다. 충북환경운동연합에서 사무처장인 나를 도와 정책현안 대응, 주민참여 활동 등 다양한 일을 도맡아 처리해 내던 전천후 활동가였다. 업무능력이 출중하며 사회운동에 대한 원칙과 중심이 잡혀있어, 단체 임원들이 일찍부터 ‘포스트 염우’에 대한 대안으로 거론하기도 하였다. 2007년 청주충북환경연합 창립 이후에도 실무활동을 계속하였다. 나와 활동가 K, 활동가 O에 이어 2018년 부터 현재까지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의 사무처장을 역할을 맡고 있다. 실무활동가 세대교체가 비로소 완성된 셈이다. 활동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지역을 떠나지 않고 환경운동을 지키고 있다.

활동가 O는 지역에서 카톨릭농민회 실무책임자로 활동하다가 2009년에 청주충북환경연합 실무활동가로 합류하였다. 당시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 연대기구인 충북연대회의 간사단체 역할을 맡게 되었는데 충북연대회의 사무국장 역할을 그가 맡았다. 순발력과 정치적 감각이 탁월한 그는 환경문제 뿐 아니라 지역사회 내 제반 현안문제 대응에 있어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였다. 2015년부터 4년간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역할을 맡았다. 지역자치와 녹색정치에 관한 관심이 많았으며 2018년 지방선거에 뜻을 품기도 하였다. 2019년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미세먼지교육센터 센터장 역할을 맡았다. 현재 환경운동가 출신 Y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비록 정치영역에 관여하고 있으나 환경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오늘은 성탄절이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 기세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최근 기후재난의 양상은 인류의 생존과 건강을 위협하며 더욱 심화되고 있다. 다행인 것은 국제사회가 녹색전환을 위한 그린뉴딜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였다. 2020년 전 예수의 탄생은 새로운 세상을 여는 전환점이 되었다.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평등한 세상을 향한 새로운 희망이 싹텄다. 2020년 우리는 개발과 성장주의로 관철되어 오던 인류 문명사에 종지부를 찍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여는 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지속가능한 세상을 향한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환경을 지키기 위하여 우직하게 혹은 듬직하게 버텨온 못생긴 나무들, 이번 성탄절에는 그들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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