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그는 인터뷰 내내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어 가며 입으로 글을 쓰듯 신중하게 답했으나, 사면 건의를 하겠다는 구상을 밝힐 때만큼은 확신에 차 있었다. 사면 주장이 신중하게 고민하고 계획해 내놓은 메시지라는 얘기다.” (한국일보, 4일자 보도)
〈한국일보〉는 4일 '사면' 폭탄발언으로 새해 벽두를 강타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인터뷰 장면을 이렇게 묘사했다. 이 대표가 워딩 하나하나에 특유의 ‘엄중모드’를 또렷이 아로새겼다는 이야기다. 역사적인 1.4 후퇴(1951년)날에도 자신의 소신을 후퇴시킬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긴 명색이 국무총리까지 지낸 이 대표가 차기 대권을 노리는 유력한 주자로서 이미 엎지른 물을 주워담을 수 없는 상황에서 속절없이 그냥 포기하고 주저 앉을 수만은 없는 노릇일 게다. ‘가다 중지하면 아니 감만 못하다’는 말처럼, 가부간 끝장을 보기 전까지는 관성의 법칙에 따라 일단 ‘고(Go)’다. 그만큼 암중모색과 심사숙고를 거듭한 끝에 끄집어낸 정치적 승부수이기 때문이다.
비록 방향타가 잘못됐을지언정 부딪치고 고꾸라지더라도, 중도하차로 모양을 구기는 것보다 마음 한 켠으로는 ‘소신과 뚝심의 정치인’이라는 나름의 플러스를 계산하고 있을지 모른다. 주변의 귀 거친 소리가 무서워 사면론을 번복하는 순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엄중모드’는 ‘풍선껌 모드’로 뒤바뀌게 되고, 동시에 팔랑귀 정치인으로 급추락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사면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표명이 있기 전까지는 이래저래 딜레마다.
정치적으로 최대 고비를 맞은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데미지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이번 이슈에서 벗어나는 길밖에 없다. 질질 끌면 끌수록 회복 불능의 질곡으로 빠져들 가능성만 커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