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올 해는 정치적으로 두가지 큰 의미가 있다. 첫째는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과 제1의 광역시인 부산시에서 새 단체장을 뽑는 보궐선거가 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를 보내는 시기로써 과연 레임덕 없이 정권이 잘 마무리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올 4월과 내년 3월의 보선과 대선을 앞두고 각 당 후보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대한민국과 지역의 미래발전 아젠다와 이슈들이 제기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부응하는 후보들의 리더십과 공약이 유권자들의 평가를 받게 된다. 따라서, 향후 정권의 향방은 물론 국가와 지역의 미래 운명이 결정되는 대단히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다.
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이 성 추문으로 낙마함으로써 예정에 없던 보궐선거가 대통령 임기 막바지에 치러지는 지금, 우리 사회는 방역, 경제, 정치, 민생 등 모든 부문이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다.
게다가 고령화·저출산, 인구감소,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 심화 및 지방소멸 등의 급격한 환경변화는 지방의 침체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번만큼은 유능한 리더가 나와서 국민들 그리고 지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면서 새로운 리더십으로 국가와 지역을 이끌어 주기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도자의 리더십 역량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들의 성패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국내외적으로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장은 우리나라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그저 한 수장이 아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다섯 명중 한명이 서울에 살고 있다. 지역 총생산의 22.5%가 서울에서 창출되어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홍콩보다는 작지만 말레이시아 국가 보다는 큰 경제규모다. 서울시가 한해 집행하는 예산 규모만도 40조원에 이르러 국가예산의 1/10이나 된다. 서울은 내국세의 40%를 부담하고 있고 전체 국내예금의 절반 이상이 서울에 집중된다. 그야말로 서울의 경제는 곧 대한민국의 경제다.
그밖에도 서울은 정치, 교육, 문화, 정보 기능을 독점하고 있어서 비서울에 비해 압도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시 경쟁력은 계속 뒷걸음질 치고 있다. 오히려 인구과밀과 집중에 따른 교통난, 환경오염, 그리고 강․남북 간의 격차 문제 등이 서울시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주택난과 부동산 문제는 최악의 상황이다. 게다가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세종시가 출범했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부산시는 츨생률 전국 최하위, 1인당 지역총생산은 17개 광역단체중 16위, 지방소멸 위험 도시라는 판정을 받는 등 도시침체의 위기를 겪고 있다. 부산시도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도시부활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는 내년의 대선에서 정권을 지키느냐 아니면 탈환하느냐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중앙정치 차원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중앙선거가 아닌 지방선거로서 지역의 이슈와 지역의 인물들이 지역의 발전을 위한 정책과 공약 중심으로 치러져야 할 중대한 의미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서울시가 당면한 문제들을 슬기롭게 풀어서 경쟁력 있는 세계 일류도시로 발돋음하는 동시에 비서울 지역과의 상생협력 속에서 세종시 문제 등 대한민국 전체의 균형발전을 새롭게 개척하는 일은 전적으로 서울시장의 새로운 리더십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또한, 새 부산시장도 수도권 일극주의와 지방소멸에 맞서는 강력한 무기로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적극적인 의지와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특히,부울경 메가시티의 조성은 부산발전의 최대 목표일 뿐만 아니라 그 성취여부는 대구․경북의 통합과 충청권 메가시티을 꿈꾸는 대전시에도 귀중한 선례가 될 것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고, 또 국민들의 지지율이 추락한 이유는 정책들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국정운영 과정에서 국민과 함께 가야할 미래비전에 대한 공감대 형성, 국민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한 신뢰구축, 그리고 국민들 간의 화합과 통합의 리더십을 놓친 결과로 볼 수 있다.
큰 기대를 걸었던 문재인 정권은 포용력과 탕평의 용인술로 국민들의 상처를 치유해주지 못했다. 임기 전반부는 적패 청산이 불가피했다 하더라도 임기 후반부터는 당초 약속대로 치유와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지역사회도 마찬가지다. 지난 몇 번의 선거들로 인해서 지역은 갈라지고 흩어져서 발전의 동력을 잃은지 오래됐다. 그럼에도 그간 지역의 리더들은 여전히 자기 지지세력의 결속만을 다지면서 다음 선거에만 올인해 왔다.
지역정치와 행정에 무관심해진 유권자들에 대한 긴장감이 사라진 결과다. 그저 줄 잘서고 바람타서 공천만 받아 선거에서 승리하면 그만이지 지역의 발전과 지역민의 미래는 관심 밖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지역도 새로운 리더십을 갖춘 리더가 지역을 이끌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다음 대통령은 무지와 증오가 판치는 탈진실·반지성의 시대에서 진보와 보수 간 선의의 경쟁을, 영․호남 간 화합을 그리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상생을 이끌 리더십이 없다면 지도자로서의 자격이 없다. 미래를 향한 치유와 화합의 리더십이 없는 사람은 이제 더 이상 국가와 지방선거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보면, 참으로 소박하게 국정의 바른 리더십을 제시하고 있다. 즉 정자(程子)는 나라를 다스리면서 시민여상(視民如傷)이라는 네 글자를 써놓고 날마다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했다.
모든 백성을 상처입은 사람으로 여기고, 그들을 어루만지고 보살펴주는 심정으로 국정을 수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백성들을 환자로 보지않고, 지멋대로 취급하고 편가리려는 사람, 법(法)도 의(義)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은 절대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다산의 정신이다. 이 정신이 새 리더십의 원천이 되어야 한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제왕적 리더가 혼자 끌고가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최근 공자의 경영학이 재해석되고 있는데 그 핵심은 소통이다. 즉 공자의 경영학은 인(仁)의 실현을 목표로 하며 그것은 소통을 통해 성취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보여준 경청과 상대방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공동체 건설이야 말로 공자가 제시하는 리더십의 요체다. 소통에서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어렵다. 지금 대한민국과 지역은 말 잘하는 리더보다 듣을줄 아는 리더를 필요로 하고 있다. 새 리더십을 통해 국가와 지역을 변화시키는 것은 입이 아니라 귀다. 물론 자기편에게만 열려있는 귀는 아니다. 더욱이 귀로 잘 들어도 적시에 올바른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이 또한 경청의 의미가 아니다.
새로운 리더와 리더십은 하루아침에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금년 이야말로 선거에 뜻을 둔 리더들이 선거지략이나 구도 및 지지율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리더십을 갖춘 신뢰받는 지도자로 거듭나기 위한 자기성찰과 실전 학습에 매진해야 할 때다. 새해 대한민국과 지역은 코로나의 한파를 뚫고 소처럼 우직하게 논갈이에 다시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