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의 환경이야기] 젊음, 백두대간을 품다
[염우의 환경이야기] 젊음, 백두대간을 품다
염 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1.01.08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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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탐사 모습.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백두대간 탐사 모습.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인류가 직면한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는 이제 전문가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지혜를 모아 실천하고 이겨내야 할 문제다. 이에 굿모닝충청은 충북 환경운동의 역사로 불리는 풀꿈환경재단 염우 상임이사로부터 환경의 중요성과 더불어 우리지역에서 진행돼온 환경운동의 현실과 앞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 등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지난해 말 관심을 사로잡은 방송프로그램이 있었다. 다큐멘터리 ‘백두’였다. 백두대간에서 볼 수 있는 야생의 생태계가 소개되었다. 특히 북한의 국경 부근에 서식하고 있는 멸절 위기 백두산호랑이의 생생한 모습을 담아냈다. 제작진은 백두대간 생태통로를 따라 한반도로 귀향하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였다. 그보다 며칠 전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살고 있던 최고령의 백두산호랑이 ‘두만’이 노환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뉴스를 접했는데, 그래서인지 더욱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백두대간은 사라진 줄 알았던 야생동물이 남아 있는 곳, 남과 북의 생명체들이 경계를 넘나들며 살아가는 생명의 보루이자 한반도의 중심 생태축 임에 틀림없다. 

‘젊음, 백두대간을 품다’는 충북지역에서 오랫동안 진행해온 백두대간종합탐사의 부제이다. 젊은 대학생들의 마음에 백두대간을 품어보자는 취지이다. 1998년에 첫 탐사를 시작한 이래 거의 매년 개최해 왔으니 횟수로 따지면 20차가 넘은 탐사활동이다. 여름철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기간을 정해 백두대간 마룻금을 걸으며, 먹고 자고 탐사를 펼친다. 산행과 조사, 교육, 홍보활동을 병행하는 복합행사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지만 일반 시민들의 참여도 가능하다. 물론 산악인과 전문가들이 동행한다. 분야별로 팀을 나누어 초본·목본·동물 등 생물서식조사, 유물·유적과 시설과 마을에 대한 역사문화조사, 관리실태조사 등 집단적 탐사활동을 펼치게 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백두대간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더불어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오감으로 체험한다는 점이다.

백두대간종합탐사의 목적을 묻는 다면, 처음 행사를 주관했던 실무기획자로서 나는 두 가지 로 대답한다. 우선 공식적 목적이다. 백두대간의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다. 환경운동을 시작했을 무렵, 영화 ‘아름다운 비행’ 때문인지, 갯벌이나 늪지에서 생태보전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부럽고 근사하게 느껴졌다. 습지보전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전국적·국제적 연대활동 펼치는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 지역에서도 뭔가 상징성 있는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문장대용화온천 개발, 먹는샘물 난립, 무심천 하상구조물 증설에 대응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기에 누군가는 충북의 활동을 근사하게 봐줬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충북 지형도를 펼쳐놓고 곰곰이 살펴보니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한강이 남하하다 흐름을 바꾸는 곳, 금강이 북진하다 부딪혀 꺾이는 곳이 있었다. 그곳에 장엄하게 백두대간이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백두대간을 느끼고 지키기 위해서 탐사를 시작하였다.

비공식적 목적은 좀 달랐다. 사실은 청주환경운동연합 대학생모임을 확대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당시 조직부장이었던 나는 회원모임 운영과 관리 책임을 맡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대학생모임이었다. 예전에는 대학생들을 사회활동으로 견인하는데 있어 독서토론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서는 책읽는 모임 보다 찾아다니는 모임을 선호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첫해에 2박3일 대학생환경캠프를 개최했다. 열렬히 참여했던 젊은 친구들은 행사가 끝나자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다음해 4박5일 무심천하천탐사를 개최했다. 헤어지는 걸 좀 아쉬워하는 분위기는 됐는데 결속력은 그다지 강하게 형성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다음해 야심차게 준비한 행사가 9박10일 백두대간종합탐사였다. 여럿이 산길을 걸으며 체력의 한계를 서로 보듬고, 탐사를 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야생에서 숙식을 함께 한다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인 일이었다. 허점을 드러내고 나면 사람들 관계를 끈끈해진다. 탐사를 마치고 해단식을 했는데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후 탐사단원들은 모이지 마라 해도 수시로 모였고, 우리 단체의 서포터즈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2008년 백두대간 10차 탐사.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2008년 백두대간 생태문화탐사.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전국 최강의 대학생모임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는 두 번째 탐사를 마친 후 거품처럼 사라졌다. 2000년 4월, 2년간 탐사에 참여했던 탐사단원과 전문가와 지역인사들이 모여 백두대간 보전활동을 본격화하기 위한 전담조직을 만들었다. 청주환경운동연합이 대학생모임을 헌납한 대가로 충북백두대간보전회가 창립하였다. 현안대응, 교육홍보, 연구조사 등 보다 전문적이며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으며 이후 명칭도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로 개칭하였다. 전국 네트워크 기구인 백두대간보전단체협의회 결성을 주도하고 사무국을 맡았으며, 2003년 백두대간보호법 제정에도 기여하였다. 이후 보호구역 설정, 휴식년제 시행, 생태복원사업 등 정부의 정책도 강화되었다. 생각해 보니, 백두대간이 젊음을 품어버린 꼴이 되었다. 그러면 뭐 어떤가? 백두대간을 지키는 일인데... 초기에 탐사활동을 주도했던 대학생들 중 세 쌍의 커플이 탄생했고, 부부의 연을 이어가고 있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지리산까지 1,400㎞ 가량 이어진 한반도의 중심 산줄기이다. 백두산을 뿌리로 하여 대간이 뻗어 나왔고, 대간을 중심으로 정맥과 지맥, 수많은 산줄기가 갈라져 나왔다. 백두산이 뿌리라면 백두대간은 뼈대이다. 산자분수령, 즉 산은 물을 나눈다. 서로 다른 곳에서 발원한 물들이 모여서 강줄기를 이룬다. 강과 유역은 생명과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산경도와 산경표가 알려지고 전통적 지리체계에 대한 인식도 확산되었다. 잊혔던 백두대간의 존재도 새롭게 부각되었다. 다시 찾은 백두대간의 의미와 가치는 첫째 민족적 상징이라는 점, 둘째 국토의 생태축이라는 점, 셋째 문화를 구획한다는 점이다. 백두대간은 남과 북, 우리 민족을 하나로 묶는 상징이다. 생물들의 서식과 이동을 보장하는 중심축이다. 백두산호랑이가 내려온다면 어디로 내려올 것인가? 또한 생활권과 문화적 특성을 나누고 지켜주는 울타리이기도 하다.

백두대간 중 충북(경북) 도계에 해당하는 곳은 소백산 고치령에서 영동군 삼도봉 까지다. 약 247㎞, 남한 구간의 1/3가량이다. 이 구간은 나름의 특성과 가치를 지닌다. 첫째 남한 3대강인 한강·금강·낙동강의 분수령이다. 속리산 천왕봉이 삼파수의 경계이다. 둘째 국립공원이 밀집한 생태계의 보고이다. 우리나라 22개의 국립공원 중 8개가 백두대간에 위치하는데 그 중 3개가 이곳에 속한다. 소백산, 월악산, 속리산국립공원이다. 셋째 문물의 통섭을 허용한 완충지다. 죽령, 계립령(하늘재), 새재, 이화령, 추풍령 모두 영남권과 충청권·수도권을 잇는 이동통로이다. 삼국의 경계이기도 했지만 경계를 무너트려 한민족의 동질성을 강화해 준 곳이다. 이곳에서 문장대·용화온천을 둘러싼 오랜 갈등이 일어났다. 행정구역과 수계가 괴리되어 개발이익과 환경피해가 상충되는 전형적인 갈등사례다. 대상지는 상주시 화북면에 속하지만 달천 의 상류이며 충북의 생활권에 속한다. MB정권의 무모했던 한반도운하 구상도 그렇다. 백두대간을 뚫고 운하를 연결하겠다는 발상을 하는 순간 불가능한 것으로 되어버렸다. 

백두대간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럴수록 마룻금은 심하게 파헤쳐 진다. 지도 없이도 종주가 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지자체들은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왜 지붕에 오르고자 하는가? 겸허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백두대간의 존재와 의미는 일깨워준 소중한 분들이 있다. 고서점에 묵혀있던 산경표의 가치를 발견해 내지 못했다면 아직도 우리는 일제강점기에 유포된 단절된 산맥개념만 외치고 있을지 모른다. 책을 만들어 백두대간의 존재를 알려내고 발로 뛰며 마룻금을 찾아낸 산악인들, 석회석광산에 맞서 백두대간을 지키고자 했던 주민운동가들, 백두대간 관리와 보전을 위한 정책수립을 촉구한 환경단체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백두대간은 수십 토막으로 잘려져 마룻금을 걷는 것 자체가 불가능 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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