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새해 아침부터 난데없이 닥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불쑥 사면론’은 ‘갑툭튀(갑자기 툭! 하고 튀어나온)’가 아니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품어왔던 자기 소신을 새해를 맞아 보란 듯 내뱉었을 뿐이다. 오랫동안 가슴 속에 품어왔던 '엄중한 소신’이었다. 다만 당-정-청 누구와도 상의 없이 나 홀로 불쑥 꺼냈을 뿐이다.
〈경향신문〉은 8일자 보도에서 과거 이 대표가 국무총리 시절 출입기자들에게 ‘오프더레코드(Off the Record: 비보도)’를 전제로 했던 발언을 소환했다. 자신의 정치입문 계기나 총리 업무 수행,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 등을 이야기한 끝에 비보도를 전제로 이 대표가 꺼낸 정세전망이었음을 기자는 상기시켰다.
“두 전직 대통령과 관련, 형이 확정된다면 대통령의 선택은 사면이 되지 않을까. 국민통합 차원에서도 사면은 필요한 일이다. 적절한 시점이 되면 대통령에게 건의할 생각이다.”
요컨대, 사면론은 이번에 처음 갑자기 즉흥적으로 판단해서 내놓은 발언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가져온 이 대표의 소신이었다는 이야기다. 이 대표는 사면론을 기정사실화하는 가운데 대통령에게 건의할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었고, 그런 자신의 계획을 새해를 맞기 무섭게 서둘러 꺼낸 셈이다. 당장 날개 없이 추락하는 당과 자신의 지지율 하락에 그만 마음이 다급해져서였을까?
하지만 사면을 본격적으로 건의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자신의 건의계획에 대한 운만 띄웠을 뿐인데도 감당하기 어려운 역풍을 맞고 있다. 민심의 현주소를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둔감한 정무감각에서 비롯된 오분석이었다는 반증이다.
일각에서는 사전 물밑 대화 없이 나 홀로 꺼냈겠느냐는 그럴싸한 추론을 제기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해도 맞장구친 대화의 상대가 누구인지도 중요하다. 여권 핵심부 언저리를 하이에나처럼 어슬렁거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을 자처하는 양아치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쑥 사면론’이 나온지 열흘이 지나도록 정작 이 대표는 여전히 특유의 ‘엄중모드’를 견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자신의 뜻을 엄중 고려해 반영해주기만을 내심 바라며 눈치만 살피고 있는 표정이다.
11일 문 대통령은 새해 신년사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이에 대한 입장표명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조만간 갖게 될 신년 기자회견 때까지 현재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인사회 때 국민통합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통합’은 이 대표의 ‘통합’과는 전혀 궤가 달랐다. ‘코로나19’ 와중에 야권의 미확인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말고, 방역당국의 결정을 믿고 따라달라는 취지의 통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