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의 환경이야기] 보에 관한 참 비루한 논란들
[염우의 환경이야기] 보에 관한 참 비루한 논란들
염 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1.02.06 16: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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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천보
환경운동연합의 2009년 4대강사업 반대 작천보 퍼포먼스.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인류가 직면한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는 이제 전문가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지혜를 모아 실천하고 이겨내야 할 문제다. 이에 굿모닝충청은 충북 환경운동의 역사로 불리는 풀꿈환경재단 염우 상임이사로부터 환경의 중요성과 더불어 우리지역에서 진행돼온 환경운동의 현실과 앞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 등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보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달 정부는 국가물관리위원회를 통해 4대강 보 처리방안을 확정지었다. 2011년 4대강 사업으로 16개의 보가 설치된 지 10년만이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의 제안이나 유역물관리위원회의 논의 결과와 같은 결론이다. 세종보·죽산보는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 백제보·승촌보는 상시 개방하기로 했다. 보는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심각한 수질 오염과 생태계 변화를 초래해 왔다. 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서는 모든 보를 해체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반대측 입장도 고려해야 하니 이 같은 수준의 타협안이 마련된 것이다. 해체시기도 특정하지 못했다. 하물며 한강과 낙동강 쪽은 기초조사도 착수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난리다. 걸쭉하던 녹조라떼와 큰빗이끼벌레의 출현, 물위로 떠올랐던 수십, 수백만 마리 물고기 사체들은 어느새 기억에서 사라진 모양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이후 4대강 보를 단계적으로 개방하였고, 수질·수량·생태계 등 변화를 관찰하며 처리방안을 모색해 왔다. 물의 흐름을 막았을 때 발생했던 심각한 변화와 마찬가지로 수문을 개방하자 그 반대의 변화들을 확연히 목격할 수 있었다. 금강을 대상으로 지난 10년 동안 진행해 온 수환경 모니터링 조사결과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났다. 보 개방 이후 수질과 퇴적물 오염도가 개선되었다. BOD, COD, 총인(T-P), 총질소(T-N), 클로로필-a 모두 보 설치 후 악화되었다가 수문 개방 후 개선되고 있는 양상이다. 또한 모래톱과 자갈밭, 하중도, 습지 등 물리적 하천환경이 회복되었고 다양한 생물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대표적인 것이 멸종위기 1급인 흰수마자가 돌아온 것이다. 흰수마자는 모래와 맑은 물에 사는 물고기다. 금강의 자연성이 회복되는 것이다.

나는 보에 관한 세 가지의 기억이 있는데 모두 비루한 논란들로 가득하다. 첫 번째 기억은 청주 무심천 수중보 설치를 둘러싼 논란이었다. 1997년 하상주차장·도로 증설을 둘러싼 엄청난 갈등이 정리된 이후 무심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자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졌다. 2001년에 청주시는 무심천 공원화사업을 전격 추진하였다. 이 사업은 통해 무심천 하상구조물(주차장)을 단계적으로 철거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되었다. 물이 넘실거리는 무심천을 만들기 위해 6개의 수중보를 설치하려는 구상을 포함했기 때문이었다. 하천을 가꾼다는 것을 누군가는 물고기와 새들이 서식하는 습지로 생각하는 반면 누군가는 수상도시를 연결시키는 호수나 운하의 모습을 떠올리는 모양이다. 최소유량과 최대유량의 비율을 하상계수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하천은 그 차이가 매우 큰 것이 특징이다. 무심천도 평상시에는 물이 많이 흐르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환경단체들은 수중보 설치를 완강히 반대하였으나, 수중보에 대한 집착도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찬반의 논란은 하상도로 증설, 수목 제거, 자전거도로 설치를 둘러싼 논란 만큼 뜨거웠다. 수중보 건설 용역에 참여하려던 업체 측에서는 하단부 배출식 가동보가 수문을 통해 하상의 퇴적물을 쓸려가게 하는 순기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심지어 자연 상태의 하천보다 수질 개선에 효과가 크다고 주장하였다. 2003년 7월, 결국 청주시는 무심천 수중보 신설계획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청주시의 비상취수원 목적으로 기존에 만들어져 있던 재래식 고정보(영운보)를 가동보로 교체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수중보 조성 사업이 좌절되자 수백억원의 손해를 초래하였다며, 반대활동의 중심에 있었던 청주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을 고소하는 웃픈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충남
2007년 행정중심복합도시 금남보 반대 충청권 기자회견 모습.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두 번째 기억은 세종시 건설 과정에서 포함되었던 금남보 설치를 둘러싼 논란이었다. 환경친화적인 생태순환도시를 조성하겠다던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기본계획에는 높이 3.5m, 길이 450m의 금남보 설치 계획이 포함되어 있었다. 수변 경관과 휴식공간 제공, 도시의 역동성을 부여하기 위해 수량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친환경 수중보 설치를 통하여 하천의 수질 개선, 생태환경 유지,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 하천 유지 유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래 금남보 설치 예정지는 금남교 부근으로 현재의 세종보 위치 보다 약간 상류였다. 이곳에 3.5m 수중보를 설치하게 되면 8㎞ 상류인 합강리 부근까지 수위를 상승 시킬 수 있다. 2007년 2월 충청권의 환경단체들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앞에 모여 금남보 설치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찬반 논란이 본격화되었다.

금남보 설치 반대의 가장 큰 이유는 생태계 보전 때문이다. 이 일대는 100여종의 조류, 11종의 포유류 등이 서식하는 철새도래지이자 우수한 생물서식지이다. 특히 금강과 미호천 합수되는 합강리 일대는 보호종들이 집중 분포하는 곳이다. 큰기러기의 개체수는 4800마리 정도, 우리나라에서 확인된 최대 군집이었다. 이런 곳에 보를 막아 물을 채우고 보트를 띄운다는 것은 그 자체로 서식지를 파괴하고 생물들을 쫓아버리는 행위이다. 공방 끝에 세종도시 환경포럼이 구성되었다. 충청권의 환경단체와 건설청, 환경부, 토지공사가 친환경적 도시 조성을 목적으로 의견을 나누자는 모임이다. 포럼에서는 금남보 설치 여부를 근본적으로 검토하기로 하였으며 잠정적으로 유보하는 방안까지 검토되었다. 하지만 이 의미있는 작업은 2008년 MB정부가 들어서면서 무산되었다. 한반도 운하 구상을 통해 수중보가 다시 부각되었고 이후 4대강 사업이 강행되면서 금남보는 세종보라는 이름으로 부활되었다.

세 번째 기억은 4대강 사업 일환으로 추진된 미호천 작천보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다. 금강10공구 미호2지구사업 속에 사업비 130억원을 들여 작천보를 신설하는 계획이 포함되었다. 위치는 기존 작천보로부터 15m 하류, 높이 3m, 길이 320m의 가동보이다. 기존의 재래식 고정보를 개량하는 것이 아니라 35cm 정도 높은 별도의 보는 신설하는 것이다. 1962년에 처음 설치된 작천보는 미호천과 무심천의 합수부 바로 하류에 위치하며 주변 농경지 60만평 정도에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찬성측은 재래식 수중보는 유속정체로 인해 수질오염을 심화시키고 있으니 가동보로 변경하는 것이 수질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작천보 상류 일대가 청주의 대표적인 철새도래지라는 점이다. 온갖 철새들은 고니류가 정착하기 시작했다. 보다 상류인 팔결교 부근이 1984년 미호종개(천연기념물 454호)를 처음 발견한 곳이다. 기존 보다 수위가 높아질 경우 생물서식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환경단체들은 작천보 신설을 미호천 생태하천복원사업을 전환하여 재래식 보를 철거함으로써 철새서식지를 보전하고 미호종개 서식지도 복원해 가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충북도 4대강사업 검증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였으나 합의점 도출에 실패하고 갈등은 증폭되었다. 결국 충청북도는 작천보의 높이를 현재 수위에 맞춰 2.65m로 조정하는 선에서 사업을 확정짓고 작천보 개량사업을 추진하였다. 검증위원회가 제시한 작천보 상류 생태복원 대책은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보는 하천의 수위를 높이거나 이수 목적을 위해 설치하는 횡적 공작물이다. 수중보는 대체적으로 물속에 잠기는 형태의 보를 말한다. 모든 보는 그 필요성과는 무관하게 하천의 흐름을 차단시키는 부정적 기능을 지니고 있다. 보에 관한 비루한 논란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설치나 개량, 처리의 원칙과 기준은 분명하다. 보의 신설과 증설은 지양한다. 어쩔 수 없이 설치하게 되는 경우 가급적 가동보를 선택하고 어도 등 보완장치를 마련한다. 기존의 고정식 보는 가동식 보로 개량하는 것이 낫다. 쓰임새가 적어진 보는 해체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시대적  철학과 역사적 상징성을 고려해야 한다. 세종시는 대한민국의 행정중심도시다. 세종보 처리방안은 대한민국 하천 관리의 좌표이자 지표가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4대강 16개의 보 처리방안에는 무분별한 국토개조에 대한 성찰과 자연생태계에 대한 반성이 담겨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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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솜 2021-02-07 09:53:07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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