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태] 세종시 합강습지의 때 아닌 설경은 누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태] 세종시 합강습지의 때 아닌 설경은 누가?
집단서식하는 조류의 배설물이 만든 '백화현상'
민물가마우지 개체수 증가로 민원 발생 증가
집단서식지의 배후 개발속도에 따라 갈등 발생 예상
  • 백인환 기자
  • 승인 2021.02.14 09:0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종시 월산교 주변 숲이 민물가마우지의 배설물로 하얗게 변한 모습.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세종시 월산교 주변 숲이 민물가마우지의 배설물로 하얗게 변한 모습.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지구 역사를 24시간으로 환산하면 인간의 출현 시간은 마지막 5초라고 합니다. 도시화와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작동한 20세기 이후로 산정하면 고작 1초 이내라는데, 지구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대멸종의 시간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많은 국가와 국제기구는 이런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자 시민데이터과학(시민과학)과 집단지성을 유인할 프로젝트를 만들고, 국내외의 특화된 미디어 매체는 과학적 근거로 정책을 분석하고, 시민 참여와 글로벌 연대를 실천해 가고 있습니다. 굿모닝충청도 지역의 생물다양성 이슈와 현상을 분석하고, 시민과학적 접근, 선진 사례를 통해 대멸종의 시대에 현실 가능하고 흥미로운 대안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간밤에 날씨가 추워서 하얗게 얼은 줄 알았지!”

“저게 새똥 때문에 그런 겨!”

설 연휴에 세종시 합강습지를 통과하던 한 노인이 금강변의 나무가 하얗게 변한 설명에 놀라면서 한 얘기입니다. 수년째 자전거 길을 다니면서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으나, 새똥으로 만든 경관을 배경으로 연신 사진 찍고 돌아갔습니다.

금강과 미호천이 만나는 월산교 부근에서 청주 방향으로 바라보면, 나무들이 하얗게 변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민물가마우지나 백로들이 집단으로 싼 배설물로 나뭇잎과 껍질이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입니다.

매년 봄과 여름에 집단번식지의 백화현상에 대한 기사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대부분 민물가마우지가 집단서식지를 옮겨 다니면서 숲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교란하고, 물고기 씨를 말리고 있다는 기사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혹한기에는 내륙 하천에 머물던 새떼들이 따뜻한 남해의 양식장을 덮쳐 비싼 물고기들을 싹쓸이하는 기사도 있습니다.

새만금에서 물고기를 사냥하던 민물가마우지가 선유도에서 집단서식지를 형성(2020년 10월 촬영).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새만금에서 물고기를 사냥하던 민물가마우지가 선유도에서 집단서식지를 형성(2020년 10월 촬영).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세종시의 하얀 숲을 만든 조류는 민물가마우지입니다. 2000년대 이전 민물가마우지는 겨울철새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환경부의 발표(‘20. 6. 6)에 따르면 민물가마우지는 전국적으로 개체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고, 집단 서식지역도 2000년대 초기의 10개소에서 150개소로 증가하여 점점 텃새화되고 있습니다.

국내 민물가마우지의 개체수 변화(환경부 겨울철동시센서스 1999~2021). 자료=환경부 철새지리정보
국내 민물가마우지의 개체수 변화(환경부 겨울철동시센서스 1999~2021). 자료=환경부 철새지리정보
국내 민물가마우지의 서식지 분포 지도(환경부 겨울철동시센서스 조사지역). 자료=환경부 철새지리정보
국내 민물가마우지의 서식지 분포 지도(환경부 겨울철동시센서스 조사지역). 자료=환경부 철새지리정보

이러한 민물가마우지 집단서식지의 증가는 전국적으로 많은 민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내수면어업과 연안의 양식업자들의 재산상의 손실입니다.

민물가마우지는 대식가이면서 수영도 잘하고 부지런한 동물입니다. 민물가마우지는 1일 약 500g의 물고기를 먹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먹이 조건만 좋으면 부모가 2~3마리의 새끼를 너끈히 키울 수 있다고 합니다.

몸은 수영으로 특화된 형태로 진화하여 강과 바다 상관없이 수심이 30㎝에서 10m 이상의 깊이도 잠수가 가능하고, 부리가 뾰족해서 물고기도 쉽게 잡을 수 있습니다. 잠수만 잘 하는 게 아닙니다.

먹이가 있는 곳이라면 하루에 50㎞도 단숨에 날아갈 수 있는 비행능력과 집요함도 있다고 합니다. 일본의 낚시 세계에서는 민물가마우지가 오면 그대로 철수할 정도로 공포의 새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고기를 사냥하는 민물가마우지(시화호갈대습지공원).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물고기를 사냥하는 민물가마우지(시화호갈대습지공원).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두 번째는 집단번식지의 나무들이 황폐화되어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우려입니다. 많은 방송기자들은 매년 6월 즈음에 우비나 우산을 쓰고 하얗게 변한 숲속을 거닐면서 현장 브리핑을 합니다. 나뭇잎 위에 하얗게 쌓인 배설물의 악취와 새끼 폐사체, 먹다 떨어진 물고기 잔해 등 불결한 집단서식지를 보여주고, 심각한 주민들의 우려를 인용하면서 보도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실제로 집단번식지의 백화현상이 수년 또는 수십 년 지속되면 나무들은 죽게 됩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숲이 죽거나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보도는 매우 제한된 현상일 뿐입니다. 오히려 집단번식지의 먹이연쇄(food chain) 생태계에서 생물의 사체나 배설물을 영양분으로 하는 부식연쇄(detritus food chain) 생태계로 변화하여 특정 식물과 곤충들에게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습니다.

물질순환 측면에서도 민물가마우지의 집단번식지는 비료 3대 요소인 ‘질소N, 인P, 칼륨K’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물질순환이 어려운 인은 하천과 바다에서 물고기를 사냥한 민물가마우지의 배설물 형태로 숲에 공급됩니다.

화학 비료 공급으로 대량 농업 생산이 가능해진 1960년대 전까지만 해도 집단번식지의 배설물은 귀한 거름이 되었음은 여러 나라의 기록에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민물가마우지의 집단번식지인 ‘백산(白山: 수십년 간 백화된 숲)’의 배설물을 채집하고 팔아서 학교나 신사를 지을 수 있을 정도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고 합니다.

이후 주민과 민물가마우지간의 문화역사적인 관계는 마을 공유재로 귀중하게 여겨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고, 민물가마우지의 물고기 사냥 능력을 이용한 어업유산은 세계농업유산으로 지정되어 지역 관광자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전시 대학가 주변의 주택단지 옆에서 집단번식한 백로류(2013년).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대전시 대학가 주변의 주택단지 옆에서 집단번식한 백로류(2013년).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다행히 세종시의 집단번식지는 나무들이 죽어간다는 보도 이외에는 주민과 내수면 어업 종사자의 민원은 없는 듯합니다. 아직까지는 금강생태계의 생물종 자체로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사람들이 밀집하게 되면 호기심 어린 눈빛에서 불편과 분노의 눈빛으로 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수년 전, 카이스트의 백로떼가 집단번식지에서 흩어져 나와 유성구의 충남대를 거쳐 서구의 남선근린공원과 변동중학교, 최근에는 청주 등으로 매년 이사를 반복한 적이 있습니다. 

빈번한 이사는 주민들의 원성 때문이었습니다. 구청과 시청은 집단번식지의 나무를 베거나 실물 모형(decoy)을 설치해서 다른 곳으로 유인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대도시에서 집단서식하는 새들을 품기에는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결국 세종시 민물가마우지의 서식지도 배후 지역의 도시개발 속도에 따라 백로서식지와 유사한 전철을 밟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 기사 : 대전천변 초등학교 교정이 왜가리 아파트가 된 이유

 

제작=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제작=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별사냥꾼 2021-02-16 22:05:02
민물가마우지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웁니다. 사람들과 잘 조율하여 잘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