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서라백] 황해도 장산곶 우거진 소나무숲에 매 한마리 있어 그 용맹과 기개가 미물과 달랐다. '대륙에서 온 독수리'와의 일전에서 승리하고, 지친 날개를 쉬는 동안 급습한 간사한 '구렁이'마저 퇴치한 장산곶매가 날아오르니 '동편 하늘'에서 해가 뜨고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더라.
평생을 반독재·통일·민주화·노동 운동에 헌신한 백기완 선생이 타계했다. 인생의 황혼이 무색할 만큼 광화문 촛불 시위에 '개근'하는가 하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 참석해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외쳤다. 노구를 이끌고 혹한의 거리를 거닌 탓일까, 선생은 그토록 갈구하던 통일은 끝내 보지 못하고 병세가 악화돼 눈을 감았다.
선생은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의 노랫말로도 유명하다. 황석영 작가가 간추려 정리했다는 이 노래의 가사처럼 사랑과 명예와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싸웠지만 통일에 대한 열망만은 남기고 떠났다. 선생의 가시는 길에 장산곶매의 힘찬 날갯짓이 함께 하길 기원한다.
서라백 I 시사만화가
"전씨 부고 소식은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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