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사진 채원상 기자] 자연사란 지구의 기원부터 자연현상, 자연과 인류의 상호 관계 등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구체적으로는 물화생지라는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부터 인류학 심지어 민속학에 이르기까지 자연의 빅히스토리(Big History)를 담고 있다.
은행나무를 살아있는 화석이라 한다.
3억 5천 년만 전의 고생대 석탄기 초에 나타나 공룡시대인 중생대를 거치고 현생에 이르기까지 은행나무의 친척종들은 번성과 멸종하면서 유일하게 살아남았기 때문에 일컫는 말이다.
수억 년, 수천만 년의 지구 환경은 수없이 변화해 왔다.
그 사이 지구의 생물도 다섯 번의 대멸종의 시기를 거쳐 오면서 새로운 종들로 바뀌었다.
그래서 살아있는 화석은 대기 환경부터 후손을 잇기 위한 번식전략 등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변화의 몸부림으로 살아남은 진화의 증거이자 단서이다.
혼자 생존한 은행나무도 우리에게 친숙한 나무이지만, 자생지가 한반도 안에 있는 것은 아니다.
1989년 야생 상태의 은행나무 무리들이 중국 저장성의 텐무산(天日山)에서 발견될 때까지 자생지를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야생상 태의 은행나무를 발견하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전 세계 도처에 있는 은행나무는 대부분 사람이 심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눈에 잘 띄는 원색 계열의 열매는 동물들이 먹고 소화하면서 두꺼운 껍질이 벗겨져 땅속에서 쉽게 발아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은행은 특유의 고기 썪는 냄새로 좋아할 동물도 많지 않았을 것 같다.
형태도 크고 매끈해서 멀리 실려나갈 수 없는 열매가 아니니 결국 사람의 손길이 없었다면 전 세계에 퍼지기 어렵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 은행나무가 들어온 것은 확실치 않지만, 불교와 유교와 관련되었다고 한다.
사찰과 유교와 관련된 향교나 서원, 양반가의 고택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보호수 중에 은행나무가 가장 많은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천안 불당동의 은행나무는 도로 구획도 깔끔하고 넓은 공원 부지가 조성된 천안신도시 한복판에 우뚝 솟아 있다.
550년의 역사를 지켜온 터줏대감은 주변의 아파트가 병풍이 되어 권위를 나타낸다.
우리나라의 신도시들은 대개가 현재와 미래의 청사진만 보여줄 뿐, 지역의 역사를 품은 상징물은 다른 곳으로 이전시키거나 제거해 왔다.
이에 반해 불당동의 은행나무는 아이들에게 자기 삶터의 시공간적인 역사를 느끼게 해주고, 인류의 탄생보다 훨씬 전의 DNA를 간직한 ‘살아있는 화석’을 통해 과학을 알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149-4 아름드리공원 : 은행나무(555년, 2018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