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대전시의 ‘옛충남도청 향나무 벌목 사건’ 
[김선미의 세상읽기] 대전시의 ‘옛충남도청 향나무 벌목 사건’ 
옛충남도청 멋대로 손댄 막무가내식 사업 강행, 전국적인 망신 자초
담당 부서만의 문제인가, 행정 민낯 적나라하게 드러낸 총체적 난국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1.02.2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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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언론인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이보다 더 어처구니 없을 수는 없다. 

아무리 칸막이 행정이 기승을 부리고, 내 일 아니면 개입하지 않는 것이 공무원 조직의 생리라고는 하지만 최근 대전시에서 벌어진 ‘옛충남도청 향나무 벌목 사건’은 할 말을 잃게 한다. 

대전시가 옛충남도청과 역사를 같이한 오래된 향나무들을 마구 베어내고 부속건물들을 적법한 행정 절차 없이 리모델링을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뭇매를 맞고 있다. 

할 말을 잃게 하는 충남도청 역사와 함께한 나무까지 베어낸 리모델링 

덕분에 대전시는 문화재 가치와 행정 절차도 모르는 ‘무지몽매’한 도시가 됐다.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세들어 사는 처지에 주인 허락도 없이 남의 집 재산을 제멋대로 손댄 막무가내 세입자가 된 것이다. 

옛충남도청 본관은 2002년 국가등록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된 등록문화재이자 대전의 대표적인 근대문화유산이다. 70~8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향나무는 비록 문화재는 아니지만 충남도청의 시작과 시작과 끝(이전)을 함께한 대전시대 충남도청의 상징목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아무런 예고도 없이 하루아침에 싹둑 잘라낸 것이다. 

문제는 잘려나간 향나무도 향나무이지만 이 과정에서 노출된 대전시 행정의 민낯과 대전시가 문화재를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대전시는 향나무만 잘라낸 게 아니다. 건물들도 멋대로 손을 댔다. 

대전시가 충남도청과 문화재를 어떻게 대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내

향나무가 잘려나간 옛 충남도청사 정문 주변. 자료사진.
향나무가 잘려나간 옛 충남도청사 정문 주변. 자료사진.

시는 2019년부터 충남도청 자리에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지역 거점별 소통협력 공간 조성’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옛 충남도청 의회동, 우체국, 무기고 등 충남도청 부속 건물을 리모델링해 사회적자본지원센터 등과 회의, 전시 공간, 카페 등을 조성 시민들과 소통의 장을 구축하는 내용이다. 사업비는 국비 57억원을 포함해 120억원이 투입된다. 

대전시는 ‘소통협력 공간’ 사업을 추진하면서 도청 담장 103m를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향나무 170여 그루 중 128주를 무단으로 베어내고 44그루는 옮겨 심은 것이다. 향나무 무단 절단은 ‘소통협력 공간 조성’의 부산물인 셈이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대전시가 소유권자인 충남도, 문체부와 사전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처리했다는 점이다. 

‘소통협력 공간’ 조성 소유권자인 충남도 문체부와 사전 협의 없이 강행 

옛충남도청사는 대전 관내에 위치해 있지만 대전시 소유가 아니다. 소유권은 여전히 충남도에 있으며 오는 7월 문화체육관광부에 이관된다. 대전시는 현재 충남도로부터 도청 본관과 부속시설물을 임대받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자기집도 아닌 임시로 세들어 사는 세입자가 소유권자 모르게 임대건물로 정부 사업에 공모하고 건물을 리모델링하다 경관마저 훼손하면서 물의를 일으킨 것이다. 

대전시 내부에서조차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일체의 절차를 무시한 진행 과정은 할 말을 잃게 한다. 법과 절차를 잘 모르는 일반시민도 저지르지 않을 일을 법과 절차 하나하나를 따지는 행정기관이 자행했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추진 과정에서 이 같은 위법적인 요소들이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러 단계의 행정 절차 중 어느 한 곳에서도 제동이 걸리지 않은 것이다. 

여러 단계 행정 절차 중 어느 한 곳에서도 걸러지지 않은 것이 더 문제

일차적 책임은 관계기관과의 협의 절차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사업을 강행한 담당부서인 공동체지원국에 있다. 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어느 한 곳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행정누수를 담당부서 탓으로만 돌릴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총체적인 난국으로 이에 대한 책임 역시 대전시 몫이다. 

대전시는 옛충남도청사를 문체부로부터 무상 양여 혹은 장기대부를 받아 시 주도로 사용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선량한 관리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제멋대로 처리한 대전시를 중앙부처에서 신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번 ‘소통협력 공간’ 조성사업 추진 과정에서 보여준 미숙한 행정은 향후 대전시의 충남도청 활용계획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바닥에 나동그라진 것은 베어진 향나무만이 아니라 대전시의 행정 신뢰도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고 악재도 이런 악재가 없다.

추락한 행정 신뢰도, 향후 충남도청 활용계획에도 걸림돌 될 수 있어

한편 대전시는 관계기관과 사전에 협의 없이 소통협력 공간 조성사업을 강행해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사과하며 위법한 부분에 대한 감사를 예고했다. 

그러나 이 감사마저 부실 내지는 셀프감사가 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비난을 사고 있다. 당시의 사업담당국장이 하필 최근 신임 감사위원장으로 발령을 받아 감사를 진행하게 됐기 때문이다. 

당사자가 감사 대상이어서 감사위원으로는 제척한다고 하지만 조직 내부의 감사위원장을 감사위원들이 제대로 감사할지는 또 다른 의문이다. 이래저래 어설프고 미숙한 행정으로 신뢰도는 추락하고 망신살이 뻗친 대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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