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07]이보다 더 좋은 나무가 있을까?...천안시 동남구 유량동 소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07]이보다 더 좋은 나무가 있을까?...천안시 동남구 유량동 소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1.02.26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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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기자, 사진 채원상 기자] 띠 모양으로 나란히 서 있는 소나무 보호수들에게 점점 다가가자 생각보다 덩치 큰 모습에 놀라웠다.

7m에서 12m의 정도의 나무 높이는 평지에서도 작은 키가 아님에도 경사진 축대 위의 소나무 7그루는 상당한 볼륨감을 가진 노거수의 풍채를 가지고 있다.

가늘고 긴 잎들은 팔방으로 뻗은 가지에 빼곡한 상태로 수관을 이루어 햇볕이 강한 날에는 충분한 그늘을 만들어 줄 만큼 넉넉한 품을 가지고 있다.

소나무 7그루는 어떻게 유량동에 터를 잡았을까?

말도 없고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은 나름 바람 등의 자연발생적인 힘과 동물의 힘을 빌려 후손을 잇고 영역을 넓힌다.

아마도 유량동의 소나무들은 자신들의 번식전략으로 안착하기보다는 숲을 개간하여 살았던 주민들로부터 살아남은 것일 수 있고, 어떤 주민이 아이를 위해 한평생 동고동락할 ‘내나무’를 심었을 수도 있다

내나무라는 전통은 인류의 보편적인 풍습이다.

특히 우리 민족과 소나무는 농경사회와 기후대의 영향으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어질 정도로 매우 끈끈한 관계가 형성되어 왔다.

예를 들어, 한 아이가 태어나면 집에는 소나무 가지로 금줄을 친다. 남자는 솔잎 불쏘시개와 소나무 땔감을 구해 밥을 해먹고 시장에 내다 판다.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소나무로 만든 농기구로 농사를 짓고, 병들고 늙어 죽으면 소나무 관에 들어가서 땅에 묻힌다.

최근 트로트 붐으로 뜨고 있는 가수 진성은 자신의 배고픈 경험을 ‘보릿고개’로 불러 인기를 얻고 있다.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 가슴시린 보릿고개 길 / 주린 배 잡고 물 한 바가지 배 채우시던 / 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 / 초근목피의 그 시절 바람결에 지워져갈 때...”

전년도에 수확한 나락이 떨어지고 보리는 익지 않은 궁핍한 봄철,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먹고 살던 초근목피로 변비에 시달리는 한이 있더라도 소나무 속껍질은 죽음 직전의 삶을 간신히 연장해 주었던 최후의 보루였다.

이렇게 기아에 허덕였던 시기가 고작 30~40년 전이기에 여전히 소나무는 우리에게 잊힐 수 없는 나무인 것이다.

현대인의 삶에서 소나무는 공원과 정원 또는 공예품이나 건축재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내나무 심기는 산림청의 이벤트에 참여하면 되고, 솔잎차와 송편은 배달해서 먹으면 되고, 혈압이 나쁘거나 건강을 유지하기 하기 위한 보조식품으로 소나무 제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 마을에 소나무가 있다면, 멀지 않았던 과거에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소나무를 잠시 사색할 수 있기를 추천한다.

천안시 동남구 유량동 산230-1 : 소나무 7본 163살, 2021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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