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공직사회 레전드된 충남도 국장 갑질 사건 
[김선미의 세상읽기] 공직사회 레전드된 충남도 국장 갑질 사건 
충남도의 수수방관 낮은 인권감수성 초유의 국장실 폐쇄 자초하다
중앙의 지방 하대? 지방의 중앙 눈치보기? 진상조사로 책임 물어야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1.02.27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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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언론인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육두문자와 함께 공중에 흩뿌려진 종이장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처럼’ 여기저기 바닥으로 떨어졌다. 수십 명의 눈길이 한순간 고성이 울려 퍼진 부서에 꽂혔다. 

어느날의 풍경, 폴란드 망명정부 지폐처럼 공중에 흩뿌려진 원고지 

나보다 몇 해 위 기수였던 선배는 이런 소동 속에 아무런 말도 없이 무릎을 굽혀 바닥에 패대기쳐진 ‘기사’를 한 장 한 장 주웠다. 지금은 사료관에서나 볼 수 있는 원고지에 기사를 작성하던 초년병 시절,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모욕을 당한 선배가 사표를 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그 뒤에도 데스크나 사수의 ‘원고지 날리기’는 잊을 만하면 일어났다. 심지어 어느 날은 재떨이가 날기도 했다. 위협적이고 모욕적인 행위는 질책의 대상이 아니라 독특한 직장문화로 포장되어 무용담과 낭만이 됐다. 

어느새 나도 사무실 내에서 벌어지는 폭언과 고함소리에 무심해졌다. 물론 오래전 이야기다. 

무덤에 묻혔어야 할 구시대적이고 반인권적인 악습, ‘갑질’의 일상화 

무덤에 묻혔어야 할 구시대적이고 반인권적 악습이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며 일상화되고 있다. 이른바 ‘갑질의 일상화’다. 공직사회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대전시와 충남도가 최근 주거니 받거니 미숙하고 미온적인 행정으로 전국적인 이목을 끌고 있다. 대전시가 얼마 전 ‘옛충남도청 향나무 벌목 사건’으로 전국적 망신을 사더니 이번에는 충남도가  모 국장의 갑질로 전국뉴스를 장식했다. 

공직자 갑질이야 드문 것도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직원들에 대한 갑질을 이유로 국장 집무실이 폐쇄되는 초유의 일이 충남도청에서 일어난 것이다. 충남도공무원노조는 미래산업국장의 갑질을 규탄하며 24일 오전 한때 국장실을 폐쇄했다. 국장실 폐쇄는 다행히(?) 2시간여 만에 막을 내렸다. 

2시간만에 막 내렸지만 국장실 앞 바리케이드 충남도에 내상과 오명

하지만 국장실 출입문에 쳐진 바리케이드는 충남도청에 엄청난 내상과 오명을 남기게 됐다. 영화로까지 등장한 재벌 회장님의 맷값 파문, 땅콩 회항이 민간영역에서 벌어진 갑질의 월드뉴스라면 충남도 국장실 폐쇄는 대한민국 공직사회 갑질의 레전드로 회자되지 않을까 싶다. “국민은 개, 돼지”라고 했던 어느 공직자의 망언처럼 말이다. 

충남도는 어쩌다 일을 이 지경으로까지 만들어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됐을까. 갑질 파문이 폭발하기 전, 수많은 전조가 있었고 바로잡을 기회도 여러차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승조 도지사를 비롯해 행정‧정무부지사, 관련 국장 등 책임자들이 수수방관하다 뇌관이 터진 것이다. ‘갑질을 눈감아준 집행부를 규탄한다’는 구호가 나오는 이유다. 

귀막고 눈감은 충남도 집행부, 양승조 지사 비롯 간부들 책임은 없나

물의를 일으킨 도 미래산업국장은 중앙부처에서 근무하다 2019년 인사교류를 통해 충남도로 전입해 왔다. 인사교류 기간은 오는 6월 말까지다. 중앙(?)에서 온 국장의 ‘갑질’은 당연히 일회성이 아니었다. 

직원들과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국장은 부임한 후 얼마 지나지 않으면서부터 직원들에게 폭언과 모욕을 일삼았다고 한다. 심지어 내가 그 옛날 보았던 원고지 던지기처럼 문서를 던지기까지 했다고 한다. 더 이상의 불상사가 없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일 지경이다. 

견디다 못한 직원들은 지난해부터 도 집행부 측에 10여 차례나 개선을 요구했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당사자에게 수차례 주의와 경고를 했다지만 당사자는 이를 무시했고 충남도 역시 더 이상의 적극적인 개입은 하지 않았다. 결과는 국장실 폐쇄다.

뇌관 터지기 전 수많은 전조, 더 이상의 불상사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

국장의 갑질 고발과 국장실 폐쇄 사건 이후 충남도의 내부 토론방에는 갑질 미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이는 도청내에 갑질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나 다름 없다. 적어도 충남도가 조직 내 횡행하고 있는 갑질을 그다지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충남도의 상식 밖의 이번 사태를 보며 여러 가지 물음이 머릿속에 맴돈다. 충남도가 물의를 빚은 국장이 중앙부처에서 내려온 공직자가 아니었어도 그렇게 관대했을까. 또 당사자는 중앙부처에서도 그토록 진상을 부렸을까. 

역으로 충남도 내부 출신 국장이었어도 집행부의 주의와 경고를 무시하고 그토록 지속적으로 갑질을 할 수 있었을까. 만약 그랬다면 충남도는 이를 무작정 용인했을까.

다른 국장에게도 그토록 관대했을까? 중앙부처에서도 갑질을 했을까?

혹시 ‘중앙’에서 온 국장은 ‘지방’을 하대한 결과 국장실 폐쇄까지 이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역으로 ‘지방’인 충남도청은 ‘중앙’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대처를 못한 것은 아닌지 싶다. 

이 불쾌한 추측이 빗나가길 바라며 충남도는 이제라도 비상식적 갑질 사건에 단호히 대처하기를 바란다. 교류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유야무야 할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정확한 진상조사로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최소한 문제가 있다면 교류기간 만료 전이라도 원대복귀 시키도록 해야 한다. 기관의 권위와 자존심은 스스로 지켜야지 누가 가져다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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