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08] 고려 역사를 품고 있는 소나무...천안 성환 대홍리 소나무 44그루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08] 고려 역사를 품고 있는 소나무...천안 성환 대홍리 소나무 44그루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1.03.02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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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기자, 사진 채원상 기자] 보호수는 기본적으로 100년 이상이 되어야 지정될 수 있다.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대홍리 소나무 44그루(이하 소나무 숲)는 2016년에 100살이 넘어 보호수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소나무들은 생물학적 나이에 비해 전설은 천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성환읍은 예전부터 교통의 요지로서 사람의 왕래가 잦지만 인가가 없고 갈대가 무성하여 도적들이 들끓었다고 한다.

이에 제7대 고려 임금인 안종은 불법(佛法)으로 우환을 없애고자 절을 짓기로 하였고, 그의 아들 고려 현종은 못 다한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1021년에 천안에 왕립 사찰인 봉선홍경사를 창건하였다.

또한 절과 함께 주변에 휴게소(객관客館)를 함께 지어 행인들도 평안하게 쉬고 갈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이때의 기록이 소나무 숲 근처에 위치한 국보 제7호인 ‘천안 봉선홍경사 갈기비’에 기록되어 있다.

당대 최고의 문장가이자 해동공자로 불리던 고려의 유학자 ‘최충’이 지었고, 당대 명필인 백현례가 글씨를 썼다고 전해진다.

소나무 숲의 전설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고려 현종때 ‘행인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소나무를 식재하였다’는 짧은 이야기 행간에는 거란의 침입으로 풍전등화 같았던 당시 고려 시대와 전쟁으로 피폐해진 백성을 아끼려는 임금의 애민 사상을 엿볼 수 있었다.

소나무 숲은 지금으로 비유하자면 도시공원이자 치유숲 같은 역할을 한 것 같다.

현종 때 심어졌다고 하면 경남 함양군의 상림(上林)처럼 천년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숲이라 하겠지만, 지금 남아 있는 소나무들은 후대림이거나 소나무를 좋아하던 마을 주민들이 100년 전에 심고 가꾸어 현재의 상태로 남겨진 것으로 보인다.

소나무 숲은 비슷한 크기의 나무를 ‘모아심기(群植)’로 심었는데, 이러한 군식은 조선시대 흔한 나무심기 방법이라고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 그루씩 개별적으로 보면, 옆으로 기울어진 모양새가 불규칙하고 불안해 보이면서도, 전체적으로 보면 부족한 공간 없이 잘 배치되어 있는 모습이 든든해 보이기까지 한다.

멀리서도 소나무 숲은 논과 마을 경관을 조화롭게 이어주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주고 있다.

고려 시대는 불교 국가였다.

그래서 큰 절은 주변에 도시가 발달하고 확장되는 등 새로운 도시가 형성된다고 보면 될 것이다.

거기에 지리적으로는 개성가는 길목이니 물류와 정보, 그리고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할 일이다.

알면 보인다고 했던가? 자세히 봐야 예쁘다고 했던가?

고려 시대에 국난극복의 상징과 같은 임금. 숱한 거란의 침입을 이겨내고 왕권을 안정시켜 태평성대를 열어놓은 현종의 이야기가 천안 성환읍 대홍리 마을에서 보게 될 줄이야 생각지 못했다.

고작 100년이 갓 넘은 보호수로서 일반적인 노거수에 비해 젊고 구전되어 오는 이야기가 적다고 생각했지만, 시공간을 엮으니 고려 시대의 국난극복부터 애민정신에 이르기까지 구구절절한 이야기들이 풍성한 보호수였다.

천안시 서북구 성황읍 대홍리 274-3 : 소나무 44본 104살, 2021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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