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공무원 울리는 ‘시보 떡 돌리기’·‘회식 찬조금’ 논란
새내기 공무원 울리는 ‘시보 떡 돌리기’·‘회식 찬조금’ 논란
공무원 시험보직 해제 기념… ‘필수’는 아니지만 ‘억지춘향’식 관행
후배들 돈 걷어 회식도… 상사 사무실 청소 ‘여직원 당번제’도 비난
  • 박종혁 수습기자
  • 승인 2021.03.05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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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보 떡’ 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공무원갤러리 갈무리/굿모닝충청 박종혁 수습기자
‘시보 떡’ 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공무원갤러리 갈무리/굿모닝충청 박종혁 수습기자

[굿모닝충청 박종혁 수습기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공무원 사회의 ‘억지춘향’식 조직문화가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새내기 공무원들의 반강제적 ‘시보 떡 돌리기’와 ‘회식 찬조금’ 문화가 없어져야 할 관행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시보 떡’은 공무원들이 6개월에서 1년 사이의 시험 보직 기간을 마치고 정식 임용됐을 때 감사하는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시작됐지만, 새내기 공무원들에게 부담을 주는 관행으로 변해버렸다.

최근 공무원갤러리에 올라온 “동기가 가정형편이 어려워 시보 떡으로 백설기를 돌렸다”며“쓰레기통을 비우다가 옆 팀장이 떡을 버린 것을 보고 울었다”는 글은 공무원 ‘시보 떡’ 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 공무원갤러리 이용자들은 “나쁜 관습은 다 뜯어고쳐야 한다”, “격려해주지는 못할망정 선물로 받은 음식을 왜 쓰레기통에 버리냐”는 등의 비난 글을 쏟아냈다.

‘시보 떡’ 문화는 특히 지방직 공무원들 사이에서 만연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한 공무원은 “나는 국가직 공무원이라 그런지 이런 경험이 거의 없다”며 “지방직 공무원인 친구는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시보 떡’을 돌렸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시보 떡’ 관행이 지속되고 있는 사실은 커뮤니티 내 설문조사에서도 밝혀졌다.

'시보 떡' 문화 존재 여부 조사. 사진=블라인드 갈무리/굿모닝충청=박종혁 수습기자
'시보 떡' 문화 존재 여부 조사. 사진=블라인드 갈무리/굿모닝충청=박종혁 수습기자

블라인드의 한 이용자가 공무원 대상으로 ‘시보 떡’ 문화가 있는지 조사한 결과 80.7%의 이용자가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설문조사 댓글에서 한 공무원은 “지방직의 경우 시보떡을 돌리기도 한다고 들었다”며 “나는 국가직 공무원이라서 다행이다”라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산림청 퇴직 공무원(67세)은 “군사 정권 당시에 선배가 반강제적으로 떡을 돌리라고 하기도 했었는데, 21세기에 아직도 그런 문화가 있다니 믿기 어렵다”라고 놀라워했다.

반면 분당의 한 새내기 경찰은 “시보가 끝났을 때 선배들이 고생했다고 축하해줬다”며 “시보 해제 후에 떡을 돌리는 문화가 있는지조차 몰랐다”라고 말했다.

공무원 사회에 만연한 악습이 ‘시보 떡’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블라인드의 한 공무원은 “우리는 시보 떡 대신 회식 찬조금이 있다”며 “선배라는 사람이 축하한다고는 못할망정 얻어먹을 생각을 하다니…”라며 분노했다.

다른 공무원은 “전출·승진·복직·과장님 모시는 날 등 한 달에 5만 원씩 걷어가기도 한다”며 “점심 식사를 위한 팀비라는 이름으로 걷어서 카드에 넣어두고 결제하기 때문에 김영란법을 피해갈 수 있다”라고 교묘한 수법을 폭로했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전 장관 페이스북 갈무리/굿모닝충청=박종혁 수습기자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전 장관 페이스북 갈무리/굿모닝충청=박종혁 수습기자

심지어 여직원들만 당번을 정해 국·소장실 청소를 한다는 기관도 있다.

공무원 게시판의 한 이용자는 “우리 기관은 여직원들만 당번 정해서 국·소장실 청소를 한다”며 “이런 변태적이고 기형적인 문화에 비해 시보떡은 양반이다”라고 말했다.

거센 논란이 이어지자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공무원 사회 조직문화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른바 ‘시보떡’이 조직 내 경직된 관행으로 자리 잡으면서 새내기 공무원분들에게 부담과 상처가 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와 같은 불합리한 관행은 타파하고, 합리적인 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했다.

시보 문화 개선을 위한 조치. 사진=영주시청공무원노동조합, 당진소방서 제공/굿모닝충청=박종혁 수습기자
시보 문화 개선을 위한 조치. 사진=영주시청공무원노동조합, 당진소방서 제공/굿모닝충청=박종혁 수습기자

한편, 선제적으로 ‘시보 떡’ 등의 관행을 개선하는 곳도 있다.

영주시청공무원노조는 지난달 22일 조직문화 개선을 선언하면서, 올해부터 ‘시보 떡’ 문화를 없애고 신규 공무원의 시보 종료일에 맞춰 부서에 지역 소상공인들에게서 구매한 간식 꾸러미를 제공하기로 했다.

같은 날 충남당진소방서는 시보를 마친 소방공무원들을 위해 소방서장이 축하 케이크와 함께 감사 카드를 보내기도 했다.

그 밖에도 조직문화 개선에 동참하고 있는 곳은 ▲충주시▲증평군▲성주군▲종로구▲서울교육청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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