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의 환경이야기] 지구를 살리는 초록마을
[염우의 환경이야기] 지구를 살리는 초록마을
염 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1.03.06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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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CO₂ 줄이기 초록시범마을 주민순회교육.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인류가 직면한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는 이제 전문가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지혜를 모아 실천하고 이겨내야 할 문제다. 이에 굿모닝충청은 충북 환경운동의 역사로 불리는 풀꿈환경재단 염우 상임이사로부터 환경의 중요성과 더불어 우리지역에서 진행돼온 환경운동의 현실과 앞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 등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사회활동가는 조직하는 사람이다. 사회적 문제나 중요한 이슈가 불거져도 개인이 나서서 풀어가기란 쉽지 않다. 일상에 바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켜볼 수밖에 없다. 문제가 심각해지면 나서는 사람이 생긴다.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주변 사람들을 조직한다. 조직화된 힘으로 사회문제에 대응하고 해결한다. 새로운 규범을 만들고 사회구조를 변화시킨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화된 힘’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환경활동가도 마찬가지이다.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알려내며 시민대중이 관심을 갖게 만들고 조직으로 묶어낸다. 집단화된 힘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여론을 형성하며 문제를 해결한다. 정책과 제도를 변화시키며 지속가능한 초록세상으로 전환시켜 나간다. 기후환경 위기는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이다. 환경활동가의 미션은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내고 시민들과 공감하는 것이다. 시민들은 스스로 녹색생활을 실천하거나 정부와 기업을 압박하여 문제 해결에 동참하게 만든다. 이러한 공정은 신속하고 광폭으로 진행해야 한다. 가시적 성과가 나와야 하고, 노력과 비용 대비 사회적 파급효과도 커야한다. IPCC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가 제시하듯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만 하는 긴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극복과 지구환경 보전을 위한 가성비 좋은 사업, 참여와 협력에 기반한 녹색실천사업의 좋은 사례가 있다. 지구를 살리는 초록마을이 그들이다.

2010년의 일이다. 교토의정서를 이어갈 신기후체제 출범을 둘러싼 국제적 논란이 뜨겁게 일던 시기였다. 우리나라는 4대강 사업과 녹색성장 정책에 대한 허와 실이 드러나고 있던 상황이었다. 청주시가 민선 5기 시정목표를 ‘녹색수도 청주’로 정하고 지구를 살리는 선도적 도시가 될 것이라 표방하고 있던 때이다. 청주충북환경연합에서 주민 참여형 녹색실천사업에 대한 논의가 펼쳐졌다. 아파트를 대상으로 온실가스줄이기 콘테스트를 추진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시민의 노력으로 가정과 생활에서 온실가스를 줄여보자는 취지이다. 계량이 가능한 수도, 전기, 가스의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실천활동을 펼친 뒤 가장 많은 감축 실적을 달성한 마을(아파트)에 인센티브(시상금)을 수여하는 경진대회 방식의 사업이다. 물론 합당한 수준의 사업비를 확보해야 가능한 사업이다. 마침 그해 여름, 청주시 환경정책과에서 자문을 요청해 왔다. 상사업비로 5천만원을 확보했는데 적합한 시민실천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해 달라는 것이다. 흐흐흐, 준비된 자의 여유를 느끼며 주저 없이 ‘초록마을사업’을 제안했다.

초록마을사업은 녹색수도 청주의 상징적인 시민실천협력사업으로 제안되었다. 공식 사업명은 ‘온실가스(CO₂)줄이기 초록마을만들기 사업’이다. 2010년 첫해의 사업기간은 10월에서 12월까지 3개월, 그야말로 시범사업이었다. 사업비는 5천만원, 참여대상은 15개 공동주택(아파트단지)이었다. 청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녹색청주협의회)가 주최하고, 실질적 주관은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 맡았다. 사업의 주요내용은 참여마을 공모, 초록시범마을 선정과 협약, 실천매뉴얼 제작 및 배포, 온실가스줄이기 실천활동 전개, 마을 순회간담회와 녹색실천 이벤트, 끝으로 초록우수마을 심사와 시상으로 이루어졌다. 사업비의 절반은 우수마을에 대한 인센티브(현물) 제공에 쓰였다. 실제로는 17개 아파트가 참여했고, 2달 동안 수도·전기·가스 사용을 줄이는 실천활동을 전개하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전년도와 비교할 때, 수도 8,410톤, 전기 7,346KWh, 가스 28,752㎥을 절약하였다. 온실가스로 환산하면 71.1톤을 감축한 효과이다.

이후 초록마을사업은 지속적으로 추진되었다. 사업비는 점차 늘어 1억2천만원으로 증액되었고, 한 사람의 전담 실무자를 채용할 수 있었다. 참여형 실천사업인 만큼 참여대상도 확대하였다. 2012년 부터 30개 마을로 늘였는데, 이후 매년 30~40개 마을이 참여하였다. 10년 동안 106개 마을이 참여했다. 통합청주시가 출범한 2014년 이후에는 도농교류 활성화를 위해 농촌마을도 포함시켰다. 연속적으로 참여하는 마을도 늘어났다. 최장 10년째 참여하고 있는 마을도 있는데, 초록활동이 일상화된 셈이다. 사업의 내용도 늘었다. 기본활동 외에 초록마을 추진기구 구성, 마을대표자 회의 및 사업담당자 워크샵, 마을지원단(퍼실리테이터) 운영, 주민순회교육 및 마을사랑방, 공동실천캠페인, 도농교류한마당과 활동보고대회, 사업평가 및 사례집 제작 등으로 심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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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마을사업이 녹색수도 청주의 상징적인 시민실천협력사업으로 추진됐다.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여러 기관의 참여와 협력 덕분에 추진기구와 추진체계도 강회되었다. 청주충북환경연합에 이어 2015년부터는 풀꿈환경재단이 주관을 맡았고, 2018년부터는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가 주관해 왔다. 참여기관도 다양해졌다. 청주시, 한국에너지공단세종충북지역본부, HCN충북방송이 후원기관으로, 대한주택관리사협회충북도회, 전국아파트연합회청주시지회, 청주YWCA, 청주시주민자치위원협의회, 청주충북환경연합, 충북농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협력기관으로 결합했다. 주관기관 및 참여기관의 대표자, 청주시, 청주시의회, 전문기관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초록마을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추진위원회 운영을 중심으로 의견을 조율하고 역할을 분담하며 실질적으로 사업을 총괄해 왔다.

초록마을사업은 가정, 마을, 도시, 지구를 위한 일석사조의 사업이다. 가정은 관리비가 줄어들어 좋다. 마을은 자치와 공동체가 활성화된다. 지속가능한 녹색도시만들기에도 적극 참여하여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기후변화 억제와 지구환경 보전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한다. 2019년, 초록마을사업 10년에 대한 사업평가회를 가졌다.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생활권 마을공동체 활성화, 민·관·학 협력과 신뢰 강화, 종합적 마을만들기로 발전하는 계기 형성, 도농교류와 상생발전을 위한 노력 등 긍정적 평가가 도출되었다. 초록마을사업 성과에 힘입어 청주시는 2011년 환경부의 ‘녹색시범도시’로 지정되었다. 2018년에는 국회기후변화포럼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녹색기후상’에서 우수상을, 환경부와 조선일보가 공동 주관하는 ‘환경대상’에서 저탄소녹색대상을 수상하였다. 비슷한 사업들이 충북 제천시와 세종특별자치시 등 다른 도시로 확산되기도 하였다.

충북연구원 배명순 박사는 초록마을사업을 통해 10년 동안(2010~2019년) 수도 98,189톤, 전기 3,557,375KWh, 취사용 가스 406,693㎥, 난방용 가스 9,442Gcal를 절감한 것으로 집계하였다. CO₂ 감축량은 총 2,621.4톤, 전체 기간으로 환산하였을 경우 약 3,722.3톤 가량 감축한 것으로 분석하였다. 30년생 소나무 260만 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양과 맞먹는다. 30년생 소나무숲 16.2㎢를 조성한 것 같은 효과인데, 청주시 면적의 1.7%에 해당한다. 청주대학교 하민철 교수는 2013년과 2019년 초록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실시하였다. 초록마을사업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58.4%에서 68.0%로 증가하였고, 부정적 평가는 6.8%에서 4.2%로 감소하였다. 사업의 정당성에 대한 인식이 더욱 강해졌다는 의미다. 이웃 주민에 대한 신뢰성이 커졌다는 답변은 41.6%에서 74.6%로, 청주시에 대한 신뢰성이 커졌다는 답변은 40.8%에서 55.1%로 증가하였다. 공동체 강화 및 사회적 자본 축적에 매우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새로운 거버넌스가 안정성과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첫째 참여 주체들에게 이익이 되어야 하고, 둘째 규범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정당성을 갖추어야 하고, 셋째 참여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강화되어야, 넷째 지속적으로 작은 성공의 경험이 축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초록마을사업은 그동안 네 가지 요소를 충족해 온 것으로 평가되었다. 2020년부터는 우수마을에 대한 인센티브(시상) 제공 방식이 아니라 참여단계별 사업비 지원 방식으로 변경하여 추진하고 있다. 2020년에도 22개의 도시마을과 15개의 농촌마을이 참여하여 251.9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였다. 초록마을은 11년째 자원과 에너지의 사용을 줄여왔지만, 초록마을이 지니고 있는 자원과 에너지의 총량은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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