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09] 천년의 숲길에서 만난 소나무에게 배우는 인생학...아산 송악면 강장리 소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09] 천년의 숲길에서 만난 소나무에게 배우는 인생학...아산 송악면 강장리 소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1.03.06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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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기자, 사진 채원상 기자] 쓰임새가 많아 인간생활과 밀접한 나무는 마을 이름에 많이 등장한다.

감나무가 많으면 ‘시柿’자가 들어가고, 밤나무는 ‘율栗’, 연료용 땔감나무와 관련해서는 ‘시柴’자가 마을 이름으로 사용된다.

송악면의 지명은 봉수산의 옛 이름인 송악산(松岳山)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지는데, 소나무 송(松)자로 미루어 이 지역은 소나무를 연상케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아산시에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 중에서 아홉 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되었는데, 그중 송악면에 자리 잡은 세 그루는 500살 전후의 노거수라는 것이다.

또한 송악면의 대표적인 소나무 숲길인 ‘천년의 숲길’은 산림청이 주최한 ‘아름다운 숲’에 선정될 만큼 빼어난 소나무 경치를 자랑한다고 하니, 송악면과 소나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 분명하다.

숲과 나무는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다양하게 투영되고 시간의 두께만큼 수많은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곧게 뻗은 숲을 볼 때면 우수한 형질의 나무만 선발해서 사용하려는 인간의 이기심을 느끼곤 하는데, 송악면의 휘어지고 삐뚤삐뚤한 노거수 소나무 숲은 규격화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진다.

오래된 숲은 어떤가?

숲이 오래되어 젊은 나무에 터를 내주고 온몸에 난 구멍과 생채기에 크고 작은 생물들이 살아가도록 희생하는 노거수를 볼 때면 죽음도 축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천년의 숲길 구간 중 하나인 긴골재길(긴골산)에서 만나는 최고령 소나무도 많은 생각을 들게 만든다.

중력을 거슬러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포기한 채 같은 뿌리에서 성장한 형제 나무끼리 경쟁하면서도 서로의 터를 넘지 않으려고 줄기와 가지들이 옆으로 퍼져 살아가는 모습은 슬기로운 어른 같아 보인다.

한편으로는 반천년의 시간을 외롭게 버티다 철기둥에 의지한 채 살아가는 모습이 노년의 쓸쓸함을 안고 살아가는 부모님을 떠오르게 만든다.

강장리의 소나무가 역사를 만나면 어떨까? 물론 추론일 뿐이다.

2021년 현재 기준으로 512살이 된 강장리의 소나무는 나이를 역산하면 1509년생인 셈이다.

이때는 연산군을 폐위시키고 임금으로 즉위한 중종이 반정공신들에 치여 눈치 보면서 살던 시기다.

강장리 소나무가 50살이 되었을 무렵은 서울에서 태어나 12세 이순신이 아산 외가로 이사할 때이다.

현재 기준으로 목재 가치가 있는 소나무를 벨 수 있는 수령이 50년이라고 하는데, 충분하게 자란 소나무란 생각이 든다.

조선시대에 마을 주변의 산림은 사람들이 땔감 채취를 위해 나무들이 크게 자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강장리 소나무는 주변 나무보다 훨씬 컸을 것이고, 어린 시절 병정놀이에 빠졌다는 이순신과 마주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게 오랜 산 노거수를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이어진다.

천년의 숲길에서 만나는 소나무들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과 공생의 길을 선택하여 살아남은 나무들이다.

백세시대를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인간은 불확실한 미래로 걱정을 안고 살고 있다.

더욱이 비대면 시대에 이웃과의 만남이 어려워 외로운 시기를 겪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노거수에 기대어 나무의 생명 역사를 되새겨본다면 우리의 지친 마음을 치유해 주지 않을까 싶다.

강장리 소나무가 나에게 해준 것처럼 말이다.

아산시 송악면 강장리 산26 : 소나무 1본 512살, 2021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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