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10] 그리운 고향을 생각나게 만드는 느티나무...아산시 송악면 동화리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10] 그리운 고향을 생각나게 만드는 느티나무...아산시 송악면 동화리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1.03.09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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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기자, 사진 채원상 기자] 느티나무는 물이 잘 빠지고 기름진 땅을 좋아해 어디에서나 잘 자란다.

가을에 씨앗을 거두어 봄에 파종해도 좋고, 느티나무 주변에서 자란 어린 나무를 옮겨 심어도 잘 살고 빨리 자란다.

키 큰 나무이고 품이 넓어 햇볕 좋고 터가 넓은 곳이면 어디든지 잘 자랄 수 있다.

줄기가 곧고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자라기 때문에 잎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생김새가 아름답다.

그래서 느티나무를 보면 편안해지고 넉넉해진다.

그런 느티나무가 아산시 동화리 궁평저수지에서 터를 잡고 살아오고 있다.

본디 느티나무는 산기슭이나 마을 가까이에 터를 잡고 사는데, 저수지 끝자락에 서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궁평저수지는 1961년에 조성됐다고 한다.

넓은 저수지라 하지만, 대규모 수몰지역이 발생하는 댐규모에 비해서는 작기 때문에 현재의 터에서 자리 잡았을 것 같다.

그렇다면 동화리 약봉천 일대의 논이 수몰되었을 때 동화리 느티나무 아래서 주민들은 저수지 조성에 대해 심사숙고하지 않았을까 싶다.

국가가 하고, 정부가 하는 일을 반대하지 않을 시대라 하더라도 수대에 걸쳐 내려온 논을 잃는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결정이었을 것 같다.

느티나무를 정자목이라고 한다.

사방으로 뻗는 나뭇가지로 그늘이 깊고 땡볕 아래 농사일에 지친 농부들이 잠시 잠을 자고, 새참을 먹고, 마을의 크고 작은 일을 의논하던 장소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성도 느티나무 아래서 육아노동과 육아교육을 잠시 맡기곤 했다.

고된 노동에서 제외된 어른들이 아이를 봐주고 아이들은 노인들의 마을 이야기를 듣고 자라는 공간이다.

요즘 말하면 ‘육아지원센터’나 ‘커뮤니티센터’와 같은 생활복지시설이라 할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는 고향을 정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의할 수 있는 키워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태어나는 곳은 도시의 산부인과일 것이고, 어릴 적 추억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경험과 체험학습이 전부일 것이다.

초등학교 이후는 학교와 학원을 중심으로 만난 친구관계이기에 고향이란 말이 끼어들 틈이 없을 것이다.

가끔 느티나무는 그런 정겨운 고향을 추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래서일까?

동화리의 느티나무를 보면 저수지 끝자락에 누군가를 기다리는 할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오랫동안 우리 곁에서 동네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할머니의 편안한 모습이 말이다.

아산시 송악면 동화리 203 : 느티나무 1본 520살, 2021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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