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11] 나를 정화시키는 나무...아산 강청리 향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11] 나를 정화시키는 나무...아산 강청리 향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1.03.10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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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기자, 사진 채원상 기자] 아산시는 보호수 중에서 향나무를 두 그루 지정하여 보호 관리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강청리의 향나무다.

보호수에서 흔치 않은 향나무이다 보니, 다른 나무에 비해 자세히 보게 된다.

수령은 260살 정도라서 반천년을 넘게 산 보호수다.

그런데 나무껍질이 벗겨져서 속살을 드러낸 모습도 그렇고, 원줄기가 분지 되어 뒤틀린 모습은 반천년의 풍상을 이겨낸 듯 보인다.

향나무! 말 그대로 좋은 향이 나는 나무라서 향목(香木)이라고도 부른다.

단순한 향이 아니라 모기가 꼬이지 않도록 하는 생물학적 방제 기능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옛날에는 향나무 가지를 가루로 만들어서 모기향으로도 사용했다.

옛날부터 우물가 주변에 향나무를 많은 것은 날벌레가 오지 못하게 하고 좋은 냄새를 피우도록 한 풍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길을 가던 행인들은 멀리서 향나무를 보고 우물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목재로도 향나무는 우수한 재질을 가지고 있다.

나무속이 붉고 윤기까지 나면서 향도 좋으니 가구나 불상, 생활 소품 등의 쓰임새가 많은 나무였다.

그래도 향나무의 최고의 가치는 ‘향’이라 할 수 있다.

강한 향기를 내뿜는 수많은 식물이 있음에도 직접적으로‘향나무’라고 부르는 나무는 없기 때문이다.

향나무의 향은 더러운 것을 맑게 한다는 청향(淸香)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사람이 죽어 시신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을 태우기보다는 잡귀를 물리치거나 부정을 없애고 성스러운 공간으로 정화시키기 위해 피운다.

이런 향나무의 가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게 매향과 침향이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내세의 복을 빌기 위해 향나무를 강이나 바다의 포구에 묻는 매향(埋香)을 실시하고, 수십년간 땅에 묻힌 향나무를 꺼내어 국가의 중요한 행사에 향료로 사용하는 침향(沈香)을 만들어 왔다.

침향은 건물이나 벽화에도 사용됐다.

침향으로 향 입자가 건물이나 벽화에 달라붙으면 변질을 방지할 만큼 보전재로도 사용했다.

즉 이런 향나무의 가치 때문에 우리 선조들은 오래전부터 향나무를 심고 향을 만드는 일에 전문 관료와 조직이 참여하고 국가 예산을 투입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향나무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쓰임새가 많으니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이 베어 사용해서 사라지기도 했지만, 조경용 향나무로 유입된 ‘카이즈카향나무’들로 대체되면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석유화학제품이 없었던 시절에 목재는 우리 삶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재료였다.

그 중 향나무는 우리의 생각과 가치관에 많은 영향을 주는 제례와 종교 의식에 빠질 수 없었던 나무였다.

아산을 방문한다면 강청리 향나무 옆에서 향을 맡고 좋은 기운을 얻고 가기를 추천한다.

아산시 염치읍 강청리 256-2 : 향나무 1본 260살, 2021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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