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눈]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딸과 웬수의 차이)
[시민기자 눈]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딸과 웬수의 차이)
  • 홍경석
  • 승인 2015.02.13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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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경석 수필가
[굿모닝충청 홍경석 수필가]  “딸 가진 죄인”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는 딸의 부모는 죄 지은 것이 없이도 아들을 가진 부모 쪽에 저자세로 굽신거려야 하는 불평등 구조를 빗대는 말이죠. 하지만 과연 이 말은 맞는 걸까요?

저는 결단코 아니라고 주장하는 터입니다. 되레 “딸 가진 부자의 우쭐함!”으로 치환코자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 딸은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과 대학원까지 졸업한 자타공인의 재원인 까닭이죠.

작년의 독일 행에 이어 다음 주엔 또 미국으로 워크숍을 떠나는 딸은 우리 집안의 자랑거리입니다. 딸이 S대학에 출신고교에서 유일무이 합격하던 지난 2004년 겨울에 딸의 고교에선 한바탕 난리법석이 났었지요.
그건 당시 중복합격한 모 의대로 가겠다고 딸이 고집을 부린 때문입니다. 그러자 학교에선 “아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서울대를 가야만…” 학교의 체면까지 선다나 뭐라나 하며 아예 ‘읍소작전’까지 동원되기에 이르렀죠.

딸은 결국 고집을 접고 서울대를 갔는데 대학원을 졸업하기까지 6년 동안 한 번도 장학금을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그렇게 공부를 정말 잘 했습니다. 한데 딸은 하마터면 이 세상에 나오지 못 했을 수도 있었지요.

그건 아들을 낳던 지난 1983년도 당시, 정부의 가족계획 기조는 주지하듯 “둘도 많다!”며 하나만 낳으라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하여 저도 그러려고 하였는데 편부께서 그만 허무하게 이 세상을 버리셨지 뭡니까!
그런 때문에 당초의 가족계획을 번복하고 둘째아이를 가지게 된 것이었죠. 저는 이러구러 곡절이 다분하였기에 많이 배우지 못한 무지렁이입니다. 때문에 아이들의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정말이지 ‘맹모삼천지교’의 수십 배 정성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예의범절의 함양은 물론이요 효심의 고취 등 인성교육에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고 자부합니다. 그 때문에 지금도 주변에선 미혼인 아들과 딸에게 중매를 해 주겠다는 얘기가 자주 회자되는 것이죠.

며칠전 뉴스에서 ‘땅콩 회항’ 사태로 법정에서 만난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구속되어 법정에 나온 자신의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비정한’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자 문득 든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저건 딸이 아니라 차라리 웬수네!’ 웬수라는 말의 근본은 원수라는 어원에서 유래된 말이지만, 주로 ‘원수’처럼 귀찮은 존재라는 뜻으로 쓰이며 특히 전라도와 제가 사는 이곳 충청(대전)지방에서도 많이 쓰입니다.

주지하듯 원수(怨讐)는 원한이 맺힐 정도로 자기에게 해를 끼친 사람이나 집단을 일컫는 아주 지독한 폄훼의 표현입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딸 하나 잘못 둔 죄로 이미 많은 걸 잃었습니다. 돈이야 없다가도 벌 수 있지만 자녀교육을 그렇지 않다고 보는 터입니다.

봉생마중불부이직(逢生麻中不扶而直)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는 ‘쑥은 원래 옆으로 퍼져 자라는데 이러한 쑥이 삼밭에서 자라면 도와주지 않아도 곧고 길게 자란다’는 뜻이죠. 그만큼 사람은 환경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는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이는 좋은 벗과 사귀면 그 사람도 절로 좋은 사람이 된다는 뜻도 내포(內包)하고 있는 셈이죠.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네가 먼저 친절한 말을 하라.” 영화 ‘로마의 휴일’로 스타덤에 오른 여배우 오드리 헵번이 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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