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소비자 ‘개돼지’ 취급하던 게임업계 흔들려
[종합] 소비자 ‘개돼지’ 취급하던 게임업계 흔들려
“어떤 업계에서 소비자를 이렇게 대하는가?” 이용자들 분노...
트윗이 쏘아 올린 작은 공
확률 0% “삼성의 이재용 회장이 전 재산을 다 써도 불가능”
  • 박종혁 기자
  • 승인 2021.04.06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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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를 뒤흔든 계기가 된 ‘페이트 그랜드 오더 사태’를 일으켰다고 의심되는 지난 1월 2일에 트위터에 올라온 글. 사진=트위터 갈무리/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게임업계를 뒤흔든 계기가 된 ‘페이트 그랜드 오더 사태’를 일으켰다고 추측되는 지난 1월 2일에 트위터에 올라온 글. 사진=트위터 갈무리/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박종혁 기자] 백화점에 수천만 원을 쓴 VIP가 문전박대를 당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소비자를 ‘개돼지’ 취급하던 게임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게임사 넷마블의 일방적인 콘텐츠 제공중단에 반발해 촉발된 게임 이용자들의 단체 시위를 시작으로 국내 게임 업계에 ‘소비자 권리 요구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월 4일 넷마블 게임 ‘페이트 그랜드오더’의 매년 1월 1일 모든 이용자를 대상으로 게임 내 재화를 지급하는 ‘스타트 대시 로그인 보너스 이벤트’ 중단 사건이다.

갑작스러운 이벤트 중단에 지난 1월 2일 한국의 한 트위터 이용자가 올린 ‘일본 서버보다 한국 서버가 보상을 더 많이 주는 것 같다’라는 글이 상당히 많은 '좋아요'와 ‘리트윗’을 받자 게임 이용자들은 ‘넷마블이 이를 의식해 갑작스레 이벤트를 중단한 것이 아닌가’ 라는 추측을 했다.

지난 1월 6일 넷마블 페이트 그랜드 오더 공식 카페에 올라온 사과문 일부. 사진=페이트 그랜드오더 공식 카페 갈무리/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지난 1월 6일 넷마블 페이트 그랜드 오더 공식 카페에 올라온 사과문 일부. 사진=페이트 그랜드오더 공식 카페 갈무리/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이벤트 중단으로 이용자들이 반발하자 같은 달 6일 페이트 그랜드 오더 공식 카페에 장문의 사과문이 올라왔다.

이날 올라온 사과문에서 넷마블 관계자는 “이번 이벤트가 사측의 의도와 다르게 진행됐다는 점을 외부적인 통로로 전달받았다”며 “이벤트 대상이 잘못 적용됐다”라는 사과문이 올라왔다.

이에 게임 이용자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같은 날 게임 커뮤니티 ‘헝그리앱’에 ‘[스타트 대시 캠페인 사과문] (혐오 주의)’라는 글이 올라왔다.

댓글에서 1a** 씨는 “넷마블이 그 트윗 때문에 이벤트를 중단한 것 같다”며 “세상의 어느 게임사가 이용자들에게 무료 재화를 잘못 지급했다고 사과를 할까”라고 말했다.

자신이 신규 이용자라고 밝힌 cj*** 씨는 “이번 이벤트 중단으로 신규 이용자도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됐다”며 “게임을 하라는 건지 하지 말라는 건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사과문을 계기로 그동안 불만이 쌓여있던 게임 이용자들이 적극적으로 뭉쳐 행동에 나섰다.

페이트 그랜드오더 이용자들이 지난 1월 11일부터 31일까지 넷마블 본사 주변에서 트럭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페이트 그랜드오더 갤러리 갈무리/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페이트 그랜드오더 이용자들이 지난 1월 11일부터 31일까지 넷마블 본사 주변에서 트럭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페이트 그랜드오더 갤러리 갈무리/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이용자들은 모금을 통해 지난 1월 11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넷마블 본사 주변에서 트럭 시위를 진행했다.

트럭 시위를 통해 게임 이용자들의 불만이 빗발치자 지난 2월 6일 이용자 대표 5인과 넷마블 관계자가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넷마블 관계자는 “일본 게임이지만 한국 내에서 독자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무료로 지급된 재화의 수는 밝힐 수 없지만, 투명한 운영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고객대표 측은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넷마블 신사옥에도 트럭을 보내겠다”며 “다음엔 간담회가 아닌 주주총회에서 보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게임 이용자의 행동력을 보여주는 최초의 선례가 되었으며, 페이트 그랜드 오더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의견을 무시하던 다른 게임업체에도 경종을 울렸다.

NC소프트에서 서비스 중인 ‘프로야구h2’이용자들 또한 트럭 시위를 하는 등 행동에 나섰다.

지난 1월 24일 디시인사이드 프로야구h2 갤러리에 ‘타갤러를 위한 우리가 트럭을 보내는 이유’라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ㅇ*** 씨는 “h2는 돈 받고 팔아먹는 물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왔다”며 “심지어 돈받고 팔아먹는 물건이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는다”라며 트럭 시위에 나선 경위를 설명했다.

프로야구 h2의 트럭 시위를 보고 NC소프트 직원이 ‘할일 없는 놈들 참 많네 ㅎㅎ’라고 댓글을 썼다. 사진=블라인드 갈무리/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프로야구 h2의 트럭 시위를 보고 NC소프트 직원이 ‘할일 없는 놈들 참 많네 ㅎㅎ’라고 댓글을 썼다. 사진=블라인드 갈무리/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시위가 시작된지 하루 뒤인 지난 1월 25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NC도 트럭 떳네’라는 글이 올라왔다.

댓글에서 NC소프트 직원이 ‘할일 없는 놈들 참 많네 ㅎㅎ’라며 조롱하자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큰 파문이 일어났으나, NC 소프트 측의 공식적인 대응이 없었다.

그 외에도 NC 소프트에서 제공하는 리니지M에서 ‘문양’ 시스템 롤백(서버를 업데이트 이전으로 돌리는 것) 사건으로 인해 트럭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유튜버 매*** 씨는 문양 시스템 업데이트 이후 약 1억 6000만 원을 리니지M에 과금했으나 롤백 보상으로 5000만 원 상당의 재화를 받았다.

이에 매*** 씨는 지난 2월 8일 직접 NC소프트 본사에 가서 항의했고, NC소프트 법무팀은 지난 3월 25일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는 등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게임 이용자들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협회는 의견서에서 “고사양 아이템을 일정 비율 미만으로 제한하는 등의 밸런스는 게임의 재미를 위한 가장 본질적 부분 중 하나다”며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연구하며 사업자들이 비밀로 관리하는 대표적 영업 비밀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확률형 아이템은 '변동 확률' 구조로 돼 있어 그 확률이 이용자의 게임 진행 상황에 따라 항상 변동된다“며 ”개발자와 사업자도 확률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터넷 커뮤니티 웃긴대학의 은*** 씨는 “법을 통한 규제는 최후의 수단이다. 가급적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그러나 게임 산업계는 여러 차례 주어진 자정 기회를 외면했다”라고 했다.

이번 트럭 시위를 넥슨도 피해갈 수 없었다.

넥슨에서 문제가 된 사건은 ▲마비노기 트럭 시위 ▲클로저스 그래픽 리마스터 중지 선언 사태 ▲메이플 스토리 확률 조작 사건 등이다.

특히 메이플 스토리 확률 조작 사건에 게임 커뮤니티의 비난 여론이 뜨겁다.

이번 확률 조작 사건은 메이플 스토리에는 장비의 옵션을 ‘무작위’로 변경할 수 있는 ‘큐브’라는 아이템이 있는데, 이용자들이 원하는 옵션은 나올 확률이 0%인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된 사건이다.

지난 3월 5일 넥슨이 발표한 큐브 아이템 확률에서 장비 옵션 3개 중 최대 2개까지만 같은 것이 나오도록 설정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용자들이 가장 원하는 ‘보스 몬스터 공격 시 데미지 +%‘ 옵션이 3연속으로 나오는 ’보보보‘는 불가능했던 것이었다.

이에 메이플 스토리 커뮤니티의 한 유저는 “삼성의 이재용 회장이 전 재산을 다 써도 원하는 옵션을 뽑을 수 없겠다”며 “설마 확률이 0%일 줄이야 믿기 어렵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3월 14일 메이플 스토리 이용자들이 개최한 간담회에 넥슨 관계자가 참석하지 않았다. 사진=아프리카tv 갈무리/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지난 3월 14일 메이플 스토리 이용자들이 개최한 간담회에 넥슨 관계자가 참석하지 않았다. 사진=아프리카tv 갈무리/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논란이 이어지자 메이플 스토리 이용자들이 모여 지난 3월 14일 넥슨 관계자를 초청한 가운데 간담회를 개최했지만, 넥슨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넥슨 측에선 이달 4월 11일 서울 시그니엘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공식 간담회를 개최한다고 홈페이지 공지 사항을 통해 전달했다.

메이플스토리 강원기 디렉터는 "보다 나은 메이플스토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고객 간담회를 기다리는 이용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제서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과 너무 오래 기다린 부분에 대해선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메이플 스토리에서 1000일 연속 출석 보상을 받으면 얻을 수 있는 업적. 사진=웃긴대학 갈무리/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메이플 스토리에서 1000일 연속 출석 보상을 받으면 얻을 수 있는 업적. 사진=웃긴대학 갈무리/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한편, 메이플 스토리 사태가 확률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우선 ‘체리피커’ 논란이 있다. 체리피커는 ‘자신의 실속만 차리는 소비자를 일컫는 말’이다.

메이플 스토리 이용자가 1000일 동안 연속으로 출석하면, ‘성실한 체리피커’라는 업적을 받을 수 있다. 이 업적은 약 3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출석 체크를 해야 받을 수 있다.

이어 ‘개와 돼지의 시간’이라는 표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업적은 명절에 진행되는 윷놀이 이벤트에서 얻을 수 있는 업적이다.

개돼지라는 용어는 게임 이용자들이 각종 사건 사고가 빈번히 터지는 게임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플레이하거나 과도하게 옹호하는 이용자를 자조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게임업계는 최근 벌어진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건을 묻어두려고 해선 안 된다. 기업이 소비자를 ‘개돼지’ 취급하는데 어떻게 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지겠는가? 게임업계의 만행을 이제 근절해야 한다. 더는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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