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낮을 순 없다"...이탄희 의원의 고백, 그리고 참회
"이보다 더 낮을 순 없다"...이탄희 의원의 고백, 그리고 참회
  • 정문영 기자
  • 승인 2021.04.07 02:1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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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6일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를 돕는 서울 동대문 지원유세에서
〈판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6일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를 돕는 서울 동대문 지원유세에서 "이보다 더 낮을 순 없다"는 마음자세로, 깊은 성찰과 참회를 하며 종아리를 걷어올렸다. 사진=페이스북/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4.7 서울 부산 보궐시장선거를 하루 앞둔 6일 한 없이 낮은 자세로 고개를 떨군 채 땅바닥에 넙죽 엎드린 정치인이 있다. 판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다.

그는 이날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를 돕는 서울 동대문 지원유세에서 "이보다 더 낮을 순 없다"는 마음자세로, 지난해 총선에서 180석을 몰아준 민주당 지지자들을 향해 냉큼 종아리부터 걷어올렸다. 민주당의 뜨뜨미지근한 무소신 정치에 켜켜이 쌓인 불만과 분이 풀릴 때까지 회초리로 후려쳐달라는 간절한 호소를 곁들였다.

그는 유세에서 "먼저 고백할 게 있다"며, 이번 선거운동 기간 중 보궐선거지역인 서울과 부산 현장을 돌면서 직접 확인한 민심의 현주소부터 있는 그대로 털어놓았다.

"제가 이번 보궐선거 때 유세차에 많이 오르지는 않았다. 처음엔 경기도 국회의원이라 좀 머쓱하기도 했고, 한분 두분 조용히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지난 2주간 서울과 구석구석을 훑고 다녔다. 시장골목, 상가 점포들,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종교시설들을 찾아가서 삼삼오오 모여 있는 시민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대화를 청했다."

그는 "혼이 많이 났다. 따끔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선거운동할 시간에 차라리 가서 민주당이 앞으로 뭘 해야 할지를 좀 고민해봐라!’고 일침을 놓으시는 분도 계셨다"며 "밤자리에 누우며 하루 종일 들었던 말들을 곱씹어 보곤 했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표현은 다양했지만, 결국은 다 같은 이야기구나.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부동산 문제, 그래 이 정권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겠지. 그런데 언제 시작되었는지 그게 지금 중요하냐. 부동산으로 인한 부익부빈익빈, 집 있으면 저절로 부자되고 집 없으면 평생 월세만 내다가 저절로 가난해지는 그 구조를 어떻게 잡을 거냐. 왜 거기에 대한 답은 없고 부동산투기다 뭐다 겉핡기만 하느냐."

이어 "민생과 개혁이 따로 가더냐. 촛불의 뜻은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니더냐. 모든 것을 제 위치로 돌리라는 것 아니더냐. 부동산의 제자리가 어디더냐. 집은 뭐하는 곳이더냐. 나와 내 식구들 몸 편히 뉘이고 재충전하는 보금자리가 아니더냐. 언제까지 집이 재산증식 도구가 되어야 하느냐. 언제까지 재산축적과정이 이렇게 불공정해야 하느냐"라고 들끓는 분노의 민심을 전했다.

그는 "서울시민 여러분, 여러분의 마음도 이와 비슷한 것이라면, 그 말씀이 다 맞습니다"라며 "(코로나의 선방에도 불구) 우리 이웃들 너무너무 지쳤는데, 정말정말 한계상황인데, 나라가 더 보살펴야 하는 것 아니냐. 문도 못 열고 월세 따박따박 내는 자영업자들, 학교 못가고 집에 남겨진 아이들, 경력 단절된 부모들, 몸 약한 노인들, 더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귀청을 떼리는 민심의 원성을 떠올렸다.

특히 "이 와중에 GDP 세계 9위 되었다고 설레발 칠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나라가 3단 분리 로케트도 아니고, IMF 때 노동자들 버리고, 코로나 때 자영업자들 잃고, 남은 사람들만 달나라 도착하면 뭐하냐. 중산층이니 서민이니 이제껏 말로만 그랬던 것이냐"고 반성하며 자신을 매질했다.

그가 전하는 민심과 자신의 성찰은 계속 이어졌다.
"협치니 독주니 그런 정치공학 우리는 관심 없다. 옳은 일 그른 일, 일의 내용이 중요하다. 옳은 일이면 밀어붙이고 틀린 일이면 야당 할아버지가 뭐라 해도 잘못했다 사과하면 되는 것이지, 너희끼리 여의도 저 안에 갇혀서 아웅다웅, 마치 적대적인 공생관계처럼, 마치 둘 다 거대한 기득권세력처럼 비치도록 그 상황을 왜 그렇게 질질 끄느냐."

또 "기득권 개혁, 권력기관 개혁, LH 국정원 경찰 공직자들 고삐를 왜 그렇게 못 쥐느냐. 장관 총장이 한 정부 내에서 내분이 일어난 것처럼 비쳐지는 상황을 왜 빨리 매듭짓지 못했느냐. 다른 개혁과제들이 후순위로 치부되는 것처럼 비쳐지도록 왜 그렇게 방치했느냐. 민생 개혁 다 하라고 180석을 몰아주지 않았더냐. 대청소 한번 제대로 하라고 도구 인력 다 몰아주지 않았더냐"는 호된 민심도 휘모리장단으로 줄줄이 입에 올렸다.

그는 다시 "서울시민 여러분, 여러분의 마음도 이와 비슷한 것이라면, 그 말씀이 다 맞습니다"라며 "국민이 주권자고, 민심이 천심인데, 저 같은 공직자가 거기에 무슨 토를 달겠느냐. 여러분 말씀이 다 맞다"고 토씨 하나 빼고말고 없이 오롯이 받아들였다.

아울러 "물론 저도 속이 상한다"며 "'너희들 청소 제대로 못하는 놈들!' 애초에 이 모양으로 어질러 놓은 사람들이 그렇게 목청 높이는 상황을 보고 있자니 속이 미어진다. 그래도 핑계대지 않겠다. 여러분 말씀이 다 맞다"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특히 "변하겠다. 민주당이 변하겠다. 변하도록 만들겠다. 저부터 달라지겠다"며 "40대 초반에 국회의원 10개월, 이런 내가 뭘 알겠느냐. 이런 말들로 얌전빼던 그 태도부터 버리겠다. 판사 변호사 출신이라고 얌전빼던 그 자세도 버리겠다. 팔다리 걷어붙이고, 바닥을 구르고, 필요하면 흙탕물에도 들어가겠다"고 적폐척결과 개혁을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며 이를 악다물었다.

그는 그러나 "서울시민 여러분., 저는 딱 한가지, 이 말씀만 올리고자 한다"며 "민주당에 회초리 드시는데, 저희들을 혼내시는데, 서울시 14개월을 다 쓰지는 말아주십시오. 서울시 예산 13조, 서울시 공무원 4만 명을 지휘하는 서울시장, 이 자리를 통째로 다 쓰지는 말아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지금까지 보여주신 이번의 질책으로, 저희들이 잘 알아먹겠다. 선거결과와 관계없이, 저희들이 알아먹고 변하겠다. 저부터 그 불쏘시개 노릇을 피하지 않겠다. 지난 10개월의 시행착오를 여기서 끝내겠다."

그는 "이제 저를 믿고, 저희들을 믿고, 서울시장은 일하는 사람, 일 잘 할 사람으로 서울시장 만들어달라"며 "박영선을 버리지 말아주십시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중산층과 서민이 탄탄한 나라, 권력기관이 투명한 나라일 뿐 아니라, 거기에 더 나아가 존경할 수 있는 지도자, 아이들에게 ‘저 사람처럼 되어라’라고 말 할 수 있는 지도자를 가진 나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좋은 지도자를 뽑아주십시오"라며 "재벌개혁, 검찰개혁, 강자들 앞에서 당당했던 사람, 우리의 딸들에게 유리천장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사람, 박영선을 시장 만들어 달라"고 간절히 원했다.

이어 또다시 종아리를 걷어올리고는, "민주당에게는 회초리를 치시고, 있는 힘껏 사정 없이 후려치시고, 후려치시는 바로 그 마음으로, 투표소에서는 박영선을 찍어주십시오"라고 매달리듯 울부짖었다. 

그리고 목에 힘 주며 내뱉은 마지막 한마디.
"서울시는 아이들 무상급식조차 거부하던 10년 전의 모진 과거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고, 저희 더불어민주당은 민주개혁진영의 불굴의 지도자들을 양산해내던, 그 생기있는 정당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고, 우리 사회는 우리가 꿈꾸는 민주주의와 역사의 진보를 향한 전진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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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2021-04-08 22:55:35
집에는 애들이 자꾸 아빠 어디갔냐고 징징 거리는데..집안일 좀 신경쓰면서 밖안일 하는게 어때요..

굿굿 2021-04-07 12:29:53
지역일도 처리못하면서 엄한데 오지랖 자기가 한 일도 없는 현수막 도배하는 광고기획사 이탄희 다음 선거때 봐요

이상민 2021-04-07 09:46:20
지역구 현안이 지금 산더미 같은데, 그건 내팽개치고 쌩뚱맞게 서울시장선거 유세장에 가서 뭐하는 겁니까? 이탄희 의원 다음 선거 때 봅시다.

류권 2021-04-07 08:58:42
조곤조곤, 이야기 할 수 있는, 정치적 좋은 자질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