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정치'의 참패》
4.7보궐선거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참패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렇게 큰 표차로 진 적은 없다. '졌잘싸'가 아니라 '싸잘졌'이다.
박영선 후보는 약 190만 표를 얻었다. 서울 유권자의 약 22.5%다. 서울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30% 안팎이었다. 열린민주당과 정의당의 지지율을 포함하면 30% 중반이었다.
하지만 진보 유권자 중 민주당에 투표한 유권자는 60%에 불과했다. 중도유권자가 모두 오세훈에 투표하지는 않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진보 유권자의 투표율은 50%대에 불과할 것이다. 진보 유권자 중 이탈표가 있었다면 상황은 더 '엄중'하다.
'콘크리트 지지층'에 균열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세대별로 박영선 후보는 40대에서만 승리했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엄중놀음'에 콘크리트가 부식되어 이제 철근만 앙상하게 남았다. 집토끼도, 산토끼도 모두 떠나니 승리는 언감생심이다.
왜 핵심지지층조차 민주당에 등을 돌렸을까? 엄밀히 말하면, 핵심지지층이 민주당에 등을 돌린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핵심지지층에 등을 돌린 것이다.
1년 전 국민은 민주당에 180석을 안겨줬다. 그런데 민주당은 국민에게 뭘 줬나? 국민이 얻은 것은 짜증나는 '엄중정치'와 180석으로도 개혁을 할 수 없다는 패배감 뿐이었다.
180석으로 개혁을 할 수 없다면 더 이상 선거는 의미가 없다. 의미 없는 선거에 정력을 낭비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효능감이 없으면 투표하지 않는다.
4.7참사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누가 후보건, 어떤 정책이건, 무슨 전술이건 전략이건 패배할 수 밖에 없었다(생태는 죄가 없다). 진보 유권자들이 민주당의 배신을 경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1년 짜리 시장'을 포기하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김어준은 참패의 원인을 "보수유권자의 보복심리가 폭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엔 김어준이 틀렸다. 보수유권자가 민주당을 지지한 적 있었나? 지지자가 등을 돌려야 보복이다. 보수유권자가 아니라, 진보유권자의 보복심리가 폭발한 것이다. 배신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른다.
패배는 쓰라리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패배의 원인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민주당만 잘하면 된다. 대선까지 1년 남았다. 개혁의 시간은 충분하다. 이제라도 정신차리고 개혁에 박차를 가하면 윤석열 정부가 탄생하는 진짜 참사는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엄중정치'는 이제 안녕이다.
- 자유기고가(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