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혜원 “내가 페이스북을 시작한 이유…'후속 기사'가 없어서였다”
진혜원 “내가 페이스북을 시작한 이유…'후속 기사'가 없어서였다”
  • 정문영 기자
  • 승인 2021.04.0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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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검 진혜원 부부장검사는 9일 페이스북에 전리품인 헥토르의 사체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체능욕에 관한 에피소드가 실린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 원작을 소환,
〈서울동부지검 진혜원 부부장검사는 9일 페이스북에 전리품인 헥토르의 사체능욕에 관한 에피소드가 실린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 원작을 소환, "현대적 의미에서 사체 모욕은 수사기관이 언론기관과 연합해 피의사실을 흘려 사람에게 망신을 주는 것으로 탈바꿈됐다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사진=페이스북/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서울동부지검 진혜원 부부장검사는 페이스북에 검찰개혁을 중심으로 한 각종 이슈에 관한 자신의 소견을 담은 글을 거의 매일 올리고 있다.

동서고금 시공을 초월해 박학다식을 뽐내는 그는 특유의 날카로운 풍자와 해학과 재치와 유머에 비유를 함께 버무린 가시돋친 글독보적인 SNS 인플루언서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페이스북을 시작한 시점은 불과 1년 7개월여 전인 2019년 9월부터. 그는 9일 자신이 페이스북을 시작한 이유를 털어놓았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날 “당시 검찰은 조국 장관 따님의 표창장이 동의 없이 발행됐다면서 야간에 긴급 기소했다”며 “그 직후에는, 같은 표창장을 한 번 더 기소하기 위해 70군데 압수수색이 이루어졌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그 때까지 '조국 장관 딸 표창장'이라는 용어로 구글 검색을 하면 10만건 넘는 뉴스(리트윗 포함)가 검색될 정도로 보도량이 많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짜장면 소식도 그 무렵”이라며 “그런데 그 무렵 어떤 분께서, 한 정당 관계자의 아들이 미국 내 고등학교 재학중인데도 서울대와 삼성종합연구소에서 한 실험 관련 논문으로 미국 내 주립 과학경시대회에서 우승(전체 2위, 특정 분야 1위)하고, 그 직후 예일대 입학한 사실이 있다고 알려왔다”고 떠올렸다.

팩트를 점검해 보니, 미국 고등학교 재학중 기간에 한국에서 실험한 것을 기초로 한 논문이어서, 그 날짜에 한국으로 귀국한 출입국내역이 없을 경우 해당 논문은 허위일 것으로 판단되어, 조국 장관 따님에 대한 과도한 수사력을 예일대 다니는 아드님을 둔 분에 대한 수사력에도 배분할 것인지를 총장님께 질문하는 내용으로 검사게시판 글을 올린 일이 있다.”

그는 “첫 날 KBS에서 취재하더니 그 뒤로 후속 기사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페이스북을 시작하게 됐다”며 “결국 예일대 입학 전 대리실험 경시대회 사건거의 언론보도가 없다가 슬그머니 전부 무혐의 처리됐다”고 회고했다.

요컨대, 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해 제대로 취재하고 보도해야 하는 언론이 이를 외면하는 가운데 검찰이 흘려주는 편향적 피의사실만 받아쓰기하는 상황을 보면서 도저히 참다못해 공익제보자의 마인드로 비판적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는 특히 “법률가로서, 두 사건의 본질적인 차이를 모르겠다”며 “조국 장관 따님의 표창장이나, 예일대 다니는 아들을 둔 분의 서울대 실험이나 본질은 그 자료를 제출받은 기관이, 그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고 내부 위원회를 거쳐 학위나 입학의 유효 여부를 결정할 사안이지, 검찰이 나서서 간섭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같은 사안에서 한 편은 ‘능지처참’을 해버리고, 다른 편은 기와집도 지어주고 잔디도 깔아주는데도, '부관참시까지 해 주세요'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도저히 혼자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그는 “그 누구도 부관참시 당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대신 '나는 전리품도 바칠테니 봐주세요' 하는 느낌이라는 취지의 황교익 선생님 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황교익 맛칼럼니스트는 지난 2019년 8월 21일 페이스북에 《조 후보자 딸 진학은 문재인 정권이 만들어준 특권의 전리품(나경원 - YTN 보도)》이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그는 이날 “사실 관계 확인 좀 합시다”라며 “나경원 대표님, 조국 후보자 딸 진학은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이 만들어준 특권의 전리품이라고 주장하시는 것이 전후 관계상 바르다”고 바로잡았다.

조국 후보자의 딸이 인턴으로 논문 제1저자가 된 것이 2008년으로, 이명박 정부 때다. 대학을 간 때도 이명박 정부 때고, 부산대 의전원 입학이 2015년이니까 이때는 박근혜 정부 때다. 의전원에서 장학금을 받았던 시기는 박근혜와 문재인 정부에 걸쳐 있다.”

한편 진 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 원작을 소환, 전리품인 헥토르의 사체를 둘러싸고 그리스군의 영웅 아킬리우스와 대장군 아가멤논 사이에 벌어진 사체능욕에 관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그는 이를 현대판 국내 검찰의 악행과 결부, “현대에는 능지처참, 공개처형, 부관참시 등 사체를 모욕하는 행위가 거의 사라졌다”며 “대신, 현대적 의미에서 사체 모욕 수사기관이 언론기관과 연합해 피의사실을 흘려 사람에게 망신을 주는 것으로 탈바꿈됐다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경우에는 무죄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이미 오염된 명예가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최근 경찰이 대부분의 수사를 도맡게 되자 검찰발 피의사실 흘리기와, 흘린 피의사실로 망신주기를 뉴스에서 보기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얼마 전에도 누군가가 청와대 수사하겠다고 또 피의사실을 흘린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며 “내 사체만 능지처참당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구의 사체도 능지처참 당하고 모욕 당하지 않도록 제도를 확실히 만드는 것이 중요한 마당에 희생자의 사체까지 부관참시하자는 의견을 내는 심리가 무엇인지 책을 좀 더 읽어봐야겠다”고 눈 흘겼다.

최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재보선을 앞두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것에 대해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가 의심된다”며 후속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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