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청년에게 자유와 혁신 제공해야"
[특별기획] "청년에게 자유와 혁신 제공해야"
[충남연구원: 팬데믹시대 희망을 말한다] ⑦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 김갑수 기자
  • 승인 2021.04.12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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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대표 인터넷언론 <굿모닝충청>은 충남연구원 그랜드비전 연구단의 ‘팬데믹시대 희망을 말한다’ 포럼을 총 12회에 걸쳐 지상 중계한다.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충남의 백년대계를 설계하기 위한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편집자 주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온 청년들에게 자유와 혁신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충남연구원 제공: 강연을 진행 중인 최영준 연세대 교수/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온 청년들에게 자유와 혁신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충남연구원 제공: 강연을 진행 중인 최영준 연세대 교수/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온 청년들에게 자유와 혁신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통해 사회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동시에, 청년들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창의적인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12일 오후 내포신도시 충남개발공사 1층 ‘공간U’에서 진행된 충남연구원(원장 윤황) 주관 ‘펜데믹시대 희망을 말한다’에서 ‘청년: 새로운 시대를 여는 키워드’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최 교수는 약 50분 간 진행된 강연에서 가격과 가치의 차이점을 설명하며, 스웨덴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청년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이유를 꼼꼼히 짚었다.

최 교수는 먼저 “가격과 가치는 다르다. 공익을 위해 하는 일은 가치가 매우 높지만 가격을 쳐주지는 않는다”며 “환경과 기후변화 문제의 경우 오늘 뭘 한다고 해서 당장 탄소량이 확 줄어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최영준 연세대 교수 “근시안적 패러다임으로 청년 계층 소외”

최 교수는 “근시안적인 패러다임이 정말 많다. 기업들의 경우 당장 돈이 중요하니까 그럴 수 있는데, (정부) 정책에서도 미래를 별로 보지 않고 ‘지금 당장 가치가 있느냐?’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며 “근시안적인 패러다임으로 접근할 때 가장 소외되는 정책 계층 중 하나가 바로 청년”이라고 말했다.

“청년에게 수당과 집을 제공하더라도 언제 쯤 수익이 되어 돌아올까? 그게 가치든 가격이든 아마 당장은 아닐 것이다. 공동체 회복이든, 살만한 동네가 되는 것이든 아마 먼 미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영준 교수는 “근시안적인 패러다임으로 접근할 때 가장 소외되는 정책 계층 중 하나가 바로 청년”이라고 말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최영준 교수는 “근시안적인 패러다임으로 접근할 때 가장 소외되는 정책 계층 중 하나가 바로 청년”이라고 말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최 교수는 “그걸 하려면 지금부터 굉장히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 ‘오늘 당장 씨 뿌려서 저녁에 토마토를 먹어야겠다’는 입장에서는 청년 정책은 항상 뒤쳐질 수밖에 없다”며 “그런 점에서 청년이 굉장히 소외돼 왔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미래의 근본을 다 흔들어버리는 상황에 맞닿아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멀리 보는 패러다임, 가격보다는 가치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최 교수는 이어 지하철로 출근할 때 볼 수 있는 풍경들, 청년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비트코인이나 주식을 확인하는 모습 등을 거론한 뒤 “저 혼자 오래된 책을 꺼내서 읽으면 외계인이 된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최 교수는 또 보험사기 아르바이트에 많은 청년들이 몰리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소개한 뒤 “다는 아니지만 굉장히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며 “앞날이 안정적이거나 좀 더 밝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 뭔가를 손에 잡기 위해 하는 여러 가지 모습들, 이것이 우리들의 현재”라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지난 2020년 10월 KBS 공영미디어조사팀과 만 24세~29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내 삶은 안정적이지 않다” 55% ▲“무기력감과 우울감” 83% ▲“이민 고려” 58% 등의 응답을 얻은 사실을 소개한 뒤 “청년들의 삶은 바뀌지 않고 있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만드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성공한 2명이 함께 재분배를 할 생각이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

최 교수는 “15세~64세가 몇 퍼센트이고 그 이상이 몇 퍼센트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일하는 사람이 몇 퍼센트이고, 일 안 하는 사람이 몇 퍼센트인지가 중요하다.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일한다면 고령화 위기 속에서도 지속가능성은 두 배가 된다”며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잘 만들어 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과거에는 100명이 빵 10개를 만들었다면 지금은 10명이 100개를 만든다. 90명이 사라졌다. 그러면 큰 일이 난 것인가? (오히려) 훨씬 풍요로운 사회가 된다. 단순히 사람 수가 문제는 아니다”며 “성공한 2명이 ‘나 때문이 아닌, 사회가 만들어 준 거야’ 하는 생각으로 함께 재분배를 할 생각이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영준 교수는 “예전처럼 무조건 가격과 인구수를 중요시하는 패러다임으로는 미래를 맞이할 수 없다”고도 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최영준 교수는 “예전처럼 무조건 가격과 인구수를 중요시하는 패러다임으로는 미래를 맞이할 수 없다”고도 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예전처럼 무조건 가격과 인구수를 중요시하는 패러다임으로는 미래를 맞이할 수 없다”고도 했다.

최 교수는 “단순히 아이를 낳지 않는 문제와 고령화 등 이런 정도로 청년 문제를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청년에게 자유와 안정을 제공해 보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회적으로 혁신과 포용이 증가할 것이다. ‘나’가 아닌 ‘우리’라는 개념이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교수는 “모두가 좋은 일자리를 갖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는 20%도 안 된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결과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일자리로 가야 하는데, 이로 인해 청년들은 끊임없이 좌절감을 겪게 되는 것”이라며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기려면 좋은 고용주가 생겨야 한다. 그래서 창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생계형 창업이 많고 기회의 창업은 적어…복지국가들은 달라”

최 교수에 따르면 ‘기회의 창업’과 ‘생계형 창업’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기회의 창업은 가장 적고, 생계형 창업은 제일 많다는 것. 덴마크와 네덜란드, 핀란드 등 복지국가들과는 전혀 상반된 모습이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인적 자본이 뛰어난 국가도 없는데 청년들은 창업 자체를 안 한다. 좋은 고용주가 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좋은 고용주가 많이 나와야 포용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2007년, 2008년 이후 세계적으로 생산성이 오히려 정체되거나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 발전이 좋은 줄 알았는데, 실제 통계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며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위기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과 청년을 얘기하고 있다. 다른 국가에서는 20~30대들이 기회의 창업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창업을 원하는 청년들이 별로 없다. 대부분 공무원을 원한다. 창업보다는 공무원, 과학자보다는 의사를 원하고 있다”며 “극도로 안정성을 추구하는 사회가 됐다”라고 분석했다.

“심지어 창의적이면 바보가 되고, 사회 부적응자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최영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창업을 원하는 청년들이 별로 없다. 대부분 공무원을 원한다. 창업보다는 공무원, 과학자보다는 의사를 원하고 있다”며 “극도로 안정성을 추구하는 사회가 됐다”라고 분석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최영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창업을 원하는 청년들이 별로 없다. 대부분 공무원을 원한다. 창업보다는 공무원, 과학자보다는 의사를 원하고 있다”며 “극도로 안정성을 추구하는 사회가 됐다”라고 분석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최 교수는 우리나라와 달리 노르웨이와 덴마크, 스웨덴 등 복지국가의 경우 1~9인 기업이 250인 이상 기업보다 생산성이 높다는 점을 설명한 뒤 “동유럽 국가들이 미국보다 훨씬 더 혁신적이고 창의적이라는 논문들이 많이 나와 있다. 대학까지 무상교육에, 실패하더라도 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소득보장, 매우 가족친화적인 정책 등이 이런 사회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청년이 정책의 공백에서 핵심으로 와야”

최 교수에 따르면 스웨덴 국민들의 경우 남들보다 생활수준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그러다보니 이 나라를 굉장히 강한 창업사회로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우리와는 굉장히 다른 모습이다. 이제는 청년이 정책의 공백에서 핵심으로 와야 한다.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인데, 아직도 청년이 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놓치고 있다”며 “아이를 키우려면 집도 필요하고,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한다. A와 B, C(모든 조건)가 함께 맞아떨어져야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청년에게 어떻게 안정과 자율성을 줄 것인가, 청년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영향력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 이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한 정책적 주제”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특히 “곳곳에서 청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지만 예산의 제약은 분명하다. 도대체 뭘 해야 할지 잘 모르는 상황이다. ‘약간 질러도 되나’ 주춤거리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저는 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처음에는 힘들다. 씨앗을 뿌리면 자라는데 시간이 걸린다. 누군가는 ‘왜 오늘 토마토가 없느냐?’고 따질 수 있다. 언론에서는 ‘쓸 데 없는 돈을 썼다’고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 시간을 견뎌야 한다. 그러면 토마토가 열리는 순간 또 다시 씨를 뿌리게 되고 자연스럽게 불만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준 교수는 “주거나 소득 등 청년에게 안정을 주는 정책을 비롯해 자기가 원하는 기술이나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사회투자적 정책,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서 스스로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장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최영준 교수는 “주거나 소득 등 청년에게 안정을 주는 정책을 비롯해 자기가 원하는 기술이나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사회투자적 정책,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서 스스로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장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맨 처음 시작할 때는 씨를 뿌리자마자 열매가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죽음의 계곡’과 같은 시간을 지나야 하는데, 그 때는 돈으로 메워야 한다.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럴 만한 배짱이 있는 지도자들이 아직은 부족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도 했다.

“청년들에게 자유와 혁신 줌으로써 더 큰 위험 감수하는 태도 갖도록 해야”

최 교수는 “주거나 소득 등 청년에게 안정을 주는 정책을 비롯해 자기가 원하는 기술이나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사회투자적 정책,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서 스스로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장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행복하고 창의적이려면 자유로워야 한다. 다양성이 높은 기업이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것은 확실한 정설이다. 혁신가가 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정책의 수준을 좀 더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계속해서 적극적 시민의 3대 요소, 즉 안정성과 자율성, 공동체 속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영향력을 언급한 최 교수는 “만약 국가의 목표가 행복한 시민이라면 이것을 이뤄야 한다. 청년들에게 자유와 혁신을 줌으로써 사회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태도를 갖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국가의 활동을 지지하게 되고, 경제적 혁신이 일어나 성장은 물론 좋은 일자리와 함께 조세도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안정성을 초래한 조건들은 더 이상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불안정이 일과 희생의 동기가 아닌, 절망의 동기가 되면 개인을 무력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는 미국 진보적 교육운동가 존 듀이(John Dewey, 1991)의 발언을 소개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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